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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탈출기와 거울 보기11: 주님의 업적을 잊지 마라(시편 78,7)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5 조회수7,568 추천수0

탈출기와 거울 보기 (11) 주님의 업적을 잊지 마라(시편 78,7)

 

 

이스라엘 백성은 갈대 바다 앞에서 ‘하느님에게는 불가능이 없다’는 체험을 했습니다.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벗어날 길 없는 진퇴양난에 처해서, 모든 가능성이 차단된 듯한 위기 앞에서 그들은 하느님이 열어 주시는 새로운 가능성을 체험하였고, 그 체험으로 그들의 가슴은 환희로 터질 듯하였습니다. 모세의 노래(15장)에는 바로 그 환희가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하느님의 구원 업적에 대한 기억이 굳건한 믿음의 밑거름

 

모세는 백성을 대표해 그들을 추격하는 파라오 군대의 위협에서 그들을 건져 주신 구원의 하느님을 노래(15장)합니다. 필리스티아 주민들(15,14)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이 노래가 모세 시절에 지어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필리스티아인들이 가나안 땅에 정착한 것은 이스라엘이 이집트 땅을 떠나던 때보다 훨씬 뒤인 기원전 12세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왜 성경의 저자는 바다의 기적 사건(14장) 뒤에 모세의 노래(15장)를 두었을까요? 이처럼 ‘이야기’와 ‘노래’를 연결해 놓은 곳이 또 있습니다. 판관 4-5장입니다. 여자 판관 ‘드보라가 바락 장군과 함께 이스라엘을 가나안 임금의 압제에서 건져낸 이야기(판관 4장) 뒤에 드보라의 노래(판관 5장)가 나옵니다. 모세의 노래도, 드보라의 노래도 모두 하느님이 이스라엘에 이루어 주신 ‘구원의 업적을 기억’하기 위해 지어진 노래입니다. 그들은 하느님이 이스라엘의 구체적인 역사의 현장에서 그들과 함께하셨으며, 그들을 위기에서 구출해 주셨음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자 하였고, 이 노래들을 부르고 들을 때마다 그들을 구원하신 하느님의 업적을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기억’이 우리 신앙에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대대손손 하느님의 구원 업적을 노래하며 기억하고자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하느님이 그들에게 당신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셨기 때문일까요? 당신이 하신 일을 그들이 알아주기를 원하셨기 때문일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구원 업적의 기억은 무엇보다 그들 자신의 신앙을 굳건히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인생의 굴곡을 경험하면서 때로는 하느님의 현존을 분명하게 체험하였고, 어떤 때는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지 못한 채 과연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기나 한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경험했습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현존이 의심스러울 때에 하느님의 구원 업적을 기억하는 일은, 어려움 가운데서 인내하며 주님의 도움을 기다릴 수 있는 굳건한 믿음의 밑거름이 되어 주었습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베풀어 주셨던 구원의 은혜를 기억하는 일은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하느님이 계속 우리를 돌보실 것이라는 믿음을 키워 줍니다. 이 믿음은 하느님이 부재하시는 것처럼 여겨지는 어둠의 골짜기를 지나는 순간에도 우리의 발걸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우리를 붙잡아 줍니다.

 

 

나 자신의 고유한 구원 노래를

 

모세의 노래는 우리 자신의 구원 역사를 돌아보도록 초대합니다. 15장과 시편 78편을 천천히 읽은 후, 하느님이 여러분의 인생에서 이루신 큰일들을 기억하게 해 줄 자기 자신의 고유한 구원의 노래를 지어 봅시다. 인생의 온갖 위기에서 그분께서 어떻게 나를 지켜 주시고 돌보아 주셨는지를 기록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삶의 위기가 닥칠 때마다, 주님의 현존이 의심스러워질 때마다 그 노래를 꺼내어 읽어 보고 그때 자신을 돌보아 주셨던 그 하느님께 다시 한번 자신의 삶을 의탁해 보십시오. 믿음이 부족하다면 믿음을 더해 주실 것을 청해 보십시오. 왜 이런 작업이 필요한지는 여러분이 더 잘 아실 것입니다. 생각보다 우리의 기억력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은 일도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곤 합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에서 금방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15장의 후반부는 기적적으로 바다를 건넌 후 광야 길을 걷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의 여정을 이야기합니다. 그들은 바다를 지나 수르 광야로 나아가 사흘 길을 걸었으나 오아시스를 만나지 못해 심한 갈증을 느꼈습니다. ‘마라’라는 곳에 이르러 마침내 물을 만나기는 했으나 그곳의 물이 써서 마실 수가 없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 위기 앞에서 모세에게 불평합니다. 그들을 돌보아 주시는 하느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무엇인가를 하실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구원 업적을 그 사이에 잊고 만 것입니다. 모세만이 하느님을 기억하고 그분께 기도를 드립니다. 그리고 모세는 주님께서 기도 가운데 보여 주신 나뭇가지를 그 쓴 물에 던져 쓴 물이 단물이 되게 합니다. 그리하여 백성은 목마름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과 신뢰를 가지려면 그들은 구원 체험을 더 많이 해야만 했습니다. 그들의 약한 믿음을 모르시지 않는 하느님은 시나이 산에 이르기 전, 광야 여정 초반에 한결같은 사랑으로 그들을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 여정 초반에 그들이 만난 하느님을 ‘치유하시는 하느님’ 곧 ‘의사이신 하느님’이라고 불렀습니다(15,26 참조). 여러분이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만난 하느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여러분은 그분께 어떤 이름을 붙여 드리겠습니까?

 

* 김영선 수녀는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소속으로, 미국 보스톤 칼리지에서 구약성경을 공부하였으며, 광주가톨릭대학교에서 구약성경을 가르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16년 11월호(통권 488호), 김영선 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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