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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탈출기와 거울 보기23: 금송아지와 계약 위반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5 조회수7,609 추천수0

탈출기와 거울 보기 (23) 금송아지와 계약 위반

 

 

모세가 하느님께 증언판을 받기 위하여 산으로 올라갔던 사십일 동안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부재를 체험합니다. 모세는 언제 산에서 내려올지 알 길이 없고, 하느님은 과연 그들과 함께 계시는지 의심스럽기만 했습니다. 탈출 32-34장은 모세가 산에 올라가 있는 동안 이스라엘 백성에게 일어났던 중대한 사건과 그 사건의 해결 과정에 관하여 이야기합니다. 이번 달에는 금송아지 사건과 이 사건으로 일어난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위기를 언급하는 탈출 32장을 다루고, 다음 달에는 손상된 하느님과 백성 사이의 관계 회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탈출 33-34장을 다루겠습니다.

 

모세가 산 위에서 하느님에게 성막 건설과 그 성막에서 사용될 기물의 제작에 관한 말씀을 듣고 있는 동안, 산 아래에 있던 백성은 모세의 지연을 감당하지 못하고 아론에게 ‘우리를 이끄실 신을 만들어 달라’고 종용합니다. 백성은 그들을 여기까지 이끌어 주신 하느님도, 하느님의 종 모세도 신뢰하지 못한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고 기다린다는 것이 어리석게 여겨졌을지도 모릅니다. 하느님을 믿지 못한 그들은 당장의 불안을 해결하기 위하여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그 무엇을 만들고 그것으로 안정을 찾고자 합니다. 이것은 언제든 보고 싶으면 볼 수 있고 만지고 싶으면 만질 수 있는, 달리 말해서 그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그들의 뜻에 복종하는 신(神)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상입니다.

 

아론은 백성에게 금귀고리를 거두어 녹인 후 형틀에 부어 금송아지 상을 만듭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 금송아지 상을 보고 “이스라엘아, 이분이 너를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올라오신 너의 신이시다”(32,4) 하고 외쳤습니다. 백성이 만든 신상은 다른 신의 상이 아닙니다.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신은 그들을 이집트의 노예살이에서 해방시켜 주신 분, 곧 야훼 하느님이십니다. 이것은 하느님의 어떤 형상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십계명의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입니다. 그런데 아론은 이 상 앞에 제단을 쌓고, 백성에게 내일 주님을 위한 축제를 지내자고 제안합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백성은 번제물과 친교 제물을 그 제단에다 바친 후 먹고 마시며 축제를 즐겼습니다.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백성의 이러한 행위는 명백한 계약 위반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사건 전모를 말씀하시며 산을 내려가라고 재촉하십니다. 그리고 모세에게 ‘네가 이집트에서 데려온 백성들이 타락하였으며, 내가 명령한 길에서 저리도 빨리 벗어났으니, 그들을 없애고, 너를 큰 민족으로 만들겠다’고 말씀하십니다(32,7-10). 그러자 모세는 하느님의 진노를 가라앉히고자 애를 씁니다. 먼저 저 백성이 모세의 백성이 아니라 ‘주님의’ 백성임을 상기시켜 드립니다. 그리고 주님의 명성과 성조들에게 하셨던 땅과 후손에 대한 약속을 생각하여 재앙을 거두어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하느님은 모세의 중재를 받아들여 백성을 전멸시키기 위해 내리려던 재앙을 거두십니다. 하지만 모세의 중재가 모든 문제를 없던 것으로 만들지는 못합니다. 백성 가운데 자리한 잘못을 제거하지 않고는 하느님과의 관계가 회복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직접 새겨 주신 두 개의 증언판을 들고 산 아래로 내려온 모세는 진영 가까이에 이르러 백성이 춤추는 모습과 금송아지 상을 보고, 손에 들었던 돌 판들을 깨 버립니다. 금송아지 상을 만듦으로써 백성은 계약을 위반하였고, 그 결과 계약의 표지인 돌 판은 무의미한 것이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모세는 이 심각한 계약 위반 행위를 바로잡기 위하여 네 가지 조처를 취합니다. 먼저, 금송아지 상을 파괴하고, 이 모든 일의 책임자인 아론을 문책하며, 금송아지 상을 만드는 데 가담한 이들을 처벌하고, 손상된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하여 애씁니다.

 

첫 번째 조처로 모세는 백성이 만든 금송아지를 가져다 불에 태우고, 가루로 빻아 물에 뿌린 후 그 물을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마시게 하였습니다. 이는 우상을 가장 극심하게 모독하는 행위인데, 결국 그 금송아지 상은 인분이 되어 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훗날 예후가 바알 신전을 뒷간으로 만든 것과 같은 조처입니다. 이어서 모세는 아론을 문책합니다. 왜 백성을 죄악으로 끌어들였느냐고 묻자 아론은 ‘백성이 악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 주었다고 변명합니다. 아론은 큰 잘못을 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처벌은 면하였으나 이 사건으로 인하여 그릇된 지도자라는 오명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백성에 대한 권한을 지닌 지도자라면 그 백성이 범한 잘못을 자신의 탓으로 돌릴 수 있어야 하는데도 아론은 그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아론은 백성을 하느님께로 이끄는 대신 오히려 그들의 요구에 끌려 다녔기 때문에 백성은 제멋대로 행동하였습니다(32,25). 이 때문에 모세는 주님의 편에 서기로 작정한 레위인들에게 제멋대로 날뛰는 백성을 처벌하게 하였고, 그 결과 삼천 명 정도가 죽게 되었습니다. 모세가 취한 마지막 조처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 이튿날 그는 하느님을 뵙기 위하여 다시 산으로 올라갑니다.

 

탈출 32장의 거울에 비친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금송아지를 만들고 있습니까? 그 앞에서 제사를 바칩니까? 아니면 모세와 함께 산 위에 있습니까?

 

* 김영선 수녀는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소속으로, 미국 보스톤 칼리지에서 구약성경을 공부하였으며, 광주가톨릭대학교에서 구약성경을 가르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17년 11월호(통권 500호), 김영선 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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