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세계] 천년왕국 천년왕국의 이론적 배경은 묵시록 20장이다. 승천하신 예수님께서 천년 뒤 다시 오신다는 것이다. 물론 숫자적 천년은 아니다. 그만큼 기다림의 시간은 길지만 분명 오신다는 메시지다. 그러니 로마의 박해를 견디며 기다리자는 가르침이었다. 천년왕국 사상은 초대교회를 격려했다. 사탄은 결박당해 던져지고 순교자들은 부활하여 주님과 함께할 것이라 했기 때문이다. 천년왕국은 재림사상과 혼합되어 초대교회 버팀목이 되었다. 묵시록 20장 첫 부분이다. ‘나는 한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지하의 열쇠와 큰 사슬을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그 천사가 용을, 곧 악마이며 사탄인 그 옛날의 뱀을 붙잡아 천년 동안 움직이지 못하게 결박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를 지하로 던지고선 그곳을 잠그고 그 위에다 봉인을 하여 천년이 끝날 때까지 다시는 민족들을 속이지 못하게 하였습니다(묵시 20,1-3). 160년경 몬타누스(Montanus)의 등장으로 천년왕국 이론은 위험성을 드러낸다. 그는 터키 중부지역(프리기아)에서 활동하던 밀교 사제였다. 개종해 신자가 된 뒤 강력한 종교적 엑스터시(황홀감)를 내세우며 종말의 임박을 설파했다. 당시는 뜨겁던 재림사상이 퇴색해지고 있던 시기였다. 기다려도 주님께선 오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몬타누스는 인근 도시에 새 예루살렘이 세워질 것까지 예언했다. 많은 교우들이 따랐다. 하지만 종말은 없었다. 추종자의 실망이 깊어질 때 몬타누스는 자살한다. 그렇지만 영향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엄격한 도덕 생활과 금욕주의 때문이었다. 천년왕국설은 431년 에페소 공의회에서 금지되고 아우구스티누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 그는 무(無)천년왕국을 설파했다. 없다는 이론이다. 승천과 재림 사이에 존재하는 교회시대를 상징할 뿐이라 했다. 하지만 천년왕국은 사라지지 않았다. 현실부정의 민중운동 이념으로 있다가 위기의 시대엔 등장하곤 했다. 오늘날 미국에서 성행하는 제7일 안식일 예수 재림교단과 여호와의 증인 역시 천년왕국을 지향한다. 우리나라도 1992년 10월 28일 예수님 재림과 새 하늘의 시작을 외쳤던 조직이 있다. 다가올 미래라는 뜻의 다미선교회였다. 재림날짜와 장소를 명시하면 이단이 된다. 앞으로도 비슷한 사건은 있을 것이다. [2018년 12월 9일 대림 제2주일(인권 주일 · 사회 교리 주간) 가톨릭마산 8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신안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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