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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사도행전 이야기10: 최고의회에서 증언하다(사도 4,1-12)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3-27 조회수7,816 추천수0

[이창훈 위원의 사도행전 이야기] (10) 최고의회에서 증언하다(사도 4,1-12)


성령으로 가득차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복음 전하다

 

 

- 성전 솔로몬 주랑에서 예수님의 부활을 설교하다가 붙잡힌 베드로와 요한은 유다교 최고의회 앞에서 복음을 증언한다. 사진은 예루살렘 성전 서쪽벽과 황금돔.

 

 

태생 불구자였던 사람이 멀쩡하게 낫게 된 것을 보고 백성이 놀라서 경악한 데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첫 번째 이야기가 지난 호에 살펴본 베드로의 솔로몬 주랑 설교(3,11-26)라면, 베드로와 요한이 최고의회에서 증언하는 이야기(4,1-22)는 그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 또한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앞부분은 솔로몬 주랑 설교의 결과와 베드로의 최고의회 증언이고(4,1-12), 뒷부분은 최고의회 의원들의 결정입니다.(4,13-22) 이번 호에서는 앞부분을 살펴봅니다.

 

 

감옥에 갇힌 베드로와 요한

 

베드로와 요한이 백성에게 말하고 있을 때 사제들과 성전 경비대장과 사두가이들이 와서는 두 사람을 붙잡아 감옥에 가두어 버립니다. 그 이유를 사도행전 본문은 이렇게 전합니다. “그들은 사도들이 백성을 가르치면서 예수님을 내세워 죽은 이들의 부활을 선포하는 것을 불쾌히 여기고 있었다.”(4,2) 

 

여기서 “그들”은 사제들과 성전 경비대장 그리고 사두가이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모두 성전과 관련되는 이들입니다. 사제들은 성전에서 제사를 집전하는 이들이고, 성전 경비대장은 말 그대로 성전 경비를 담당하는 최고 책임자로 대사제 다음 가는 사제가 그 직책을 맡았다고 합니다. 사두가이 역시 성전에 대한 책임을 맡아 성전과 관련되는 일을 하는 이들입니다. 사두가이는 대사제나 영향력 있는 사제 가문 또는 부유한 상인 출신으로, 당시 이스라엘에서 귀족층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사두가이들은 바리사이들과 달리 부활이 없다고 믿었습니다. 

 

이들이 못마땅해한 것은 두 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자기들의 활동 거점인 성전에서 갈릴래아 출신의 시골뜨기들이 허락도 없이 백성을 가르치고 있는 것 자체가 못마땅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들은 자기들이 작당해서 사형에 처한 예수를 들먹이며 죽은 이들의 부활을 이야기하고 있었으니 더욱 못마땅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베드로와 요한을 붙잡아 이튿날까지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이미 저녁때가 됐기 때문입니다. 저녁때가 됐다는 것은 최고의회에 이들을 데려갈 시간이 이미 지났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감옥에 가두었지요.

 

 

주랑 설교로 확장된 신자 공동체

 

그런데 베드로의 주랑 설교는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믿게 된 사람이 장정만 5000명가량이나 됐으니까요.(4,4) 베드로의 오순절 설교 때에 믿고 신자가 된 사람이 3000명가량인 것(2,41)과 비교하면 3분의 2나 더 늘어난 숫자입니다. 하지만 학자들은 숫자 자체의 의미보다는 예루살렘의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점점 커지고 있음을 묘사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튿날 유다 지도자들과 원로들, 율법학자들이 예루살렘에 모였는데, 그 자리에는 “한나스 대사제와 카야파와 요한과 알렉산드로스와 그 밖의 대사제 가문 사람들도 모두 있었다”고 루카는 기록합니다.(4,5-6) 이 모임은 ‘산헤드린’이라고 하는 유다교의 최고 통치기구인 최고의회였습니다. 

 

한나스는 기원후 6~15년에, 카야파는 한나스의 사위로 기원후 18~36년에 각각 대사제를 지냈습니다. 한나스는 로마 당국에 의해 대사제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합니다. 사도들이 불려간 최고의회에 한나스가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재판과 처형 때에 대사제 신분이었던 카야파는 현직 대사제였습니다. 요한과 알렉산드로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들입니다. 

 

이 최고의회 의원들이 베드로와 요한을 가운데 세워 놓고 묻습니다. “당신들은 무슨 힘으로, 누구의 이름으로 그런 일을 하였소?”(4,7) 여기서 “그런 일”은 베드로의 솔로몬 주랑 설교를 가리키기도 하고 또한 불구자를 낫게 한 착한 일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물음의 핵심은 “무슨 힘으로, 누구의 이름으로?”입니다.

 

 

베드로의 최고의회 증언

 

루카는 “베드로가 성령으로 가득 차 그들에게 말하였다”(4,8)라면서 베드로의 말을 전합니다. 여기에서 이미 “무슨 힘으로?”에 대한 답이 나온 셈입니다. 바로 ‘성령의 힘’이지요. 

 

베드로의 말은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신문의 성격에 관한 것입니다. 베드로는 이렇게 말을 시작합니다. “우리가 병든 사람에게 착한 일을 한 사실과 이 사람이 어떻게 구원받았는가 하는 문제로 오늘 신문을 받는 것이라면….”(4,9) 

 

둘째, “누구의 힘으로”에 대한 답변입니다. “여러분 모두와 온 이스라엘 백성은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나자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곧 여러분이 십자가에 못 박았지만 하느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서 다시 일으키신 바로 그분의 이름으로, 이 사람이 여러분 앞에 온전한 몸으로 서게 되었습니다.”(4,10-11) 곧 십자가에 처형됐으나 부활하신 나자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 일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 일이란 불구자였던 사람이 온전한 몸으로 서게 됐다는 것, 달리 말하면 “구원받았다”(4,9)는 것입니다. 이로써 베드로는 산헤드린 곧 최고의회의 질문에 대한 답을 했습니다. 

 

셋째, 베드로의 답변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분이 어떤 분이신지를 더 설명합니다. ①구약성경 시편의 말씀처럼(시편 118,22) “너희 집 짓는 자들에게 버림을 받았지만,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신 분”입니다. ②“그분 말고는 다른 누구에게도 구원이 없는” 분입니다. 베드로는 이를 더욱 강조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실 사람들에게 주어진 이름 가운데서 우리가 구원받는 데에 필요한 이름은 하늘 아래 이 이름밖에 없습니다.”(4,12) 구원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에게서만 온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봅시다

 

최고의회가 베드로에게 무슨 힘으로 누구의 이름으로 그런 일을 하느냐고 묻자 베드로는 성령으로 가득 차서 대답합니다. “나자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사도행전의 이 대목은 복음을 선포하는 이들, 사도직을 수행하는 이들이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성령의 능력으로’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가 그것입니다. 베드로 사도는 성령의 능력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복음을 선포하고 사도직을 수행하는 표본입니다. 

 

베드로는 열두 사도 가운데 으뜸이었지만, 예수님께서 잡히셨을 때에 세 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용감하게 나서서 예수님의 부활을 선포하고 불구자를 고칠 수 있었던 것은 성령으로 가득 차 있었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 또한 모든 일을 성령의 능력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3월 24일, 이창훈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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