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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사도행전 이야기11: 최고의회 결정과 사도들의 반박(사도 4,13-22)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4-01 조회수7,708 추천수0

[이창훈 위원의 사도행전 이야기] (11) 최고의회 결정과 사도들의 반박(사도 4,13-22)


“어느 것이 하느님 앞에 옳은지 판단하라”

 

 

- 베드로와 요한은 예수님의 이름으로 말하지 말라는 예루살렘 최고의회의 지시에 “우리로서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담대히 증언한다. 사진은 로마 요한 라테라노 대성전 벽면의 베드로 사도 조각상. [CNS 자료 사진]

 

 

태생 불구자를 고치고 백성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설교했다는 이유로 붙잡힌 베드로와 요한은 최고의회에서도 마찬가지로 복음을 증언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하느님께서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를 죽음에서 살리셨다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예수님만이 유일한 구원자시라고 선포합니다. “그분 말고는 다른 누구에게도 구원이 없습니다. 우리가 구원받는 데에 필요한 이름은 하늘 아래 이 이름밖에 없습니다.”(4,12) 이번 호에서는 이런 증언에 대한 최고의회의 결정과 이 결정에 사도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알아봅니다.

 

 

최고의회의 압력과 권고

 

최고의회 사람들은 베드로와 요한의 증언을 듣고는 놀랍니다. 놀라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두 사도의 담대함, 곧 최고의회 앞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용기 있게 증언하는 그 태도에 놀랍니다. 또 두 사도가 무식하고 평범한 사람인데도 성경을 인용하면서까지 조리 있게 예수님을 증언하는 모습에 놀랍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예수님과 함께 다니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4,13) 

 

예수님은 누구입니까? 백성의 지도자들이라는 최고의회 사람들이 앞장서서 죽게 한 그 나자렛 사람 아닙니까. 그런데 그 나자렛 사람을 따라다니던 무식한 갈릴래아 사람들이 그 사람의 이름으로 태어날 때부터 40년 넘게 불구인 사람을 멀쩡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그 예수가 다시 살아났다면서 오직 예수만이 구원자라고, 그것도 감히 유다인들의 최고 통치기구인 산헤드린, 곧 최고의회에서 설파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고의회 의원들은 당장 헛소리라고 반박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불구였던 사람이 멀쩡하게 되어 사도들과 함께 있으니 헛소리라고 반박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사도들을 최고의회에서 내보낸 다음 이렇게 의논합니다. “저들을 통하여 명백한 표징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예루살렘의 모든 주민에게 알려진 터이고 우리도 그것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이 일이 더 이상 백성 가운데로 퍼져 나가지 않도록, 다시는 아무에게도 그 이름으로 말하지 말라고 엄중히 경고만 합시다.” 그러고는 사도들을 불러 예수님의 이름으로는 절대로 말하지도 말고 가르치지도 말라고 지시합니다.(4,14-18)

 

최고의회가 내린 결정과 같은 그런 일은 살아가면서 어렵지 않게 경험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권세가들은 자기들에게 불리한 일이 생기면 상대방에게 “다시는 그런 일을 입 밖에도 꺼내지 마라”고 압력을 넣고 경고하곤 하지요. 그러면 사람들은 그들의 위세에 눌려 그만 입을 닫고 맙니다. 베드로와 요한은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굴복하지 않은 베드로와 요한

 

두 사도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여러분의 말을 듣는 것이 하느님 앞에 옳은지 여러분 스스로 판단하십시오. 우리로서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4,19-20) 하고 대답합니다. 베드로와 요한의 이 말은 최고의회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자기들이 보고 들은 것이 바로 하느님에게서 온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도들이 보고 들은 것은 무엇일까요? 사도들은 3년 동안 예수님과 함께 지내면서 예수님에게서 직접 보고 들었습니다. 또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을 만났고 부활의 증인이 되라는 사명을 받았습니다. 사도들은 자기들이 보고 들은 이 모든 것이 바로 하느님에게서 온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 사도는 “우리로서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고 증언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사도행전의 저자는 베드로가 최고의회에서 증언했을 때 “성령으로 가득 차 그들에게 말하였다”(4,8)고 전합니다. 베드로와 요한이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용기 있게 증언할 수 있었던 것도 굳은 믿음과 함께 바로 성령의 능력에 힘입어서입니다. “성령에 힘입지 않고서는 아무도 ‘예수님은 주님이십니다’ 할 수 없습니다.”(1코린 12,3) 

 

두 사도의 이런 답변을 들은 최고의회 사람들은 사도들을 처벌하고 싶었지만, 백성이 두려워서 처벌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거듭 위협만 하고는 풀어줍니다. 40년 이상이나 불구로 지냈던 사람이 멀쩡하게 치유된 것을 보고 백성이 모두 하느님을 찬양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4,21-22)

 

 

생각해봅시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여러분의 말을 듣는 것이 하느님 앞에 옳은지 여러분 스스로 판단하십시오. 우리로서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베드로와 요한의 이 대답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무슨 일을 결정하거나 실행해야 할 때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좋은지를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①먼저 내가 실행하거나 결정하려는 일이 하느님의 뜻인지 아니면 개인의 욕심이나 감정에 의한 것인지를 잘 판단해야 합니다. ②그러려면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성령의 도움을 청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음을 비우고 성령의 은사, 특별히 지혜와 통찰의 은사를 청하고 결정을 내리는 자세가 요청됩니다. ③하고자 하는 일이 하느님의 뜻에 맞다는 판단이 들면 슬기롭고 용기 있게 결정하고 수행해 나가야 합니다. 그 일이 성령께서 하시는 일이라면 사랑ㆍ기쁨ㆍ평화ㆍ인내ㆍ친절ㆍ선의ㆍ성실ㆍ온유ㆍ절제 같은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알아보기

 

최고의회: 최고의회는 예수님 시대에 예루살렘에 있었던 유다인들의 최고 통치기구로, 아람어로 산헤드린(Sanhedrin)이라고 합니다. 당시 이스라엘 땅(팔레스티나)은 로마 제국이 통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로마는 예루살렘 최고의회에 상당한 자치권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최고의회는 종교적인 문제뿐 아니라 법적이고 행정적인 문제들에 대해 재량권을 가지고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사형같은 중형은 로마 당국에 넘기거나 승인을 얻어야 했다고 합니다. 빌라도 총독이 예수님께 사형을 내리고 로마 군인들이 집행한 것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예루살렘 최고의회는 대사제와 수석 사제들, 귀족 계급의 원로들, 그리고 율법학자 등 모두 71명으로 구성됐다고 하지요. 수석 사제 등 사제들 가운데는 사두가이가 많았고 율법학자들은 대부분이 바리사이였습니다.

 

예루살렘에는 최고의회가 있었지만, 지방에는 의회가 있었습니다.(마태 10,17) 지방 의회는 23명의 유다인들로 구성돼 있었고, 예루살렘 최고의회에서 다루지 않는 사항들과 관련한 법정 역할을 했습니다. 의회는 회당에서 법정을 열었고 채찍질 같은 형벌도 함께 내렸다고 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3월 31일, 이창훈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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