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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라삐 문헌 읽기: 솔로몬과 마왕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4-02 조회수8,391 추천수0

[라삐 문헌 읽기] 솔로몬과 마왕

 

 

유다교 전승에 따르면, 이스라엘 백성이 시나이산에서 하느님과 계약을 맺고 모세를 통해 받은 토라(율법)는 기록 토라(모세 오경)와 구전 토라(미시나)다. 수백 년 동안 수많은 라삐가 이 구전 토라를 두고 논쟁과 토론의 과정을 거쳐 해석하고 수정 보완한 것이 ‘탈무드’이다. 주요 본문은 율법 세부 규정들을 다룬 법전이지만, 이스라엘의 구세사와 성경 인물에 얽힌 다양한 예화와 설교도 자주 등장한다.

 

다음은 「바빌론 탈무드」 기틴 68ㄱ-68ㄴ에 실린 내용으로 「성경」에는 나오지 않는 솔로몬의 이야기이다.

 

“집(성전)은 채석장에서 다듬은 돌로 지었다. 그래서 그것을 지을 때에, 망치나 정이나 그 어떤 쇠 연장 소리도 그 집에서는 들리지 않았다.”(1열왕 6,7)고 하였듯이, 솔로몬 임금은 성전을 지을 때 쇠 연장들을 사용하지 않았다. 토라에서 이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임금은 연장들도 없이 돌을 깎고 맞출 일이 걱정되어 현인들과 의논하였다.

 

현인 하나가 말하였다. “모세가 ‘사제들의 옷’(탈출 28장)을 만들 때 에폿 가슴받이의 보석에 지파들의 이름을 새기던 ‘샤미르’라는 벌레가 돌을 쪼갤 수 있습니다.” 솔로몬이 그것의 소재를 묻자, 남자 악마와 여자 악마를 함께 잡아들여 고문하면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임금은 남자 악마와 여자 악마를 잡아다 꽁꽁 묶어 문초하였다. “저희는 모르고 마왕 ‘아슈메다이’가 벌레 샤미르의 소재를 알 것입니다. 마왕은 산꼭대기에 머무는데 그곳에는 그가 구덩이를 파서 물을 채우고 바위로 덮어 봉인한 곳이 있습니다. 날마다 그는 하늘로 올라가 하늘 예시바(학교)에서 공부하고 또 땅으로 내려와 땅의 예시바에서 공부합니다. 그는 올 때마다 구덩이가 잘 닫혀 있는지 확인하고 물을 마시고는 다시 봉인한 뒤 떠납니다.”

 

솔로몬은 예호야다의 아들 ‘브나야후’를 불러 하느님의 이름이 새겨진 사슬과 하느님의 이름이 새겨진 반지, 양털과 포도주 한 부대를 들려 보냈다. 브나야후는 마왕의 구덩이 아래에 다른 구덩이를 파 마왕이 채운 물을 빼내고 양털로 막았다. 그리고 마왕의 구덩이 위에 또 구덩이를 파서 마왕의 구덩이에 포도주를 붓고 막았다. 그리고는 나무 위에 올라가 기다렸다.

 

마왕은 돌아와 구덩이를 확인하고 포도주가 채워진 것을 보고 말하였다. “‘술은 빈정꾼, 독주는 소란꾼, 그것에 취하는 자 모두 지혜롭지 못하다’(잠언 20,1). ‘불륜에 빠진 자들, 그들이 포도주와 햇포도주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호세 4,11)고 하였으니, 나는 마시지 않으리라.” 그러나 그는 갈증이 나서 포도주를 마시고 취해 잠들어 버렸다.

 

브나야후가 나무에서 내려와 사슬을 던져 마왕을 묶었다. 그가 깨어나 발버둥을 치자, 브나야후가 말하였다. “네 주인의 이름이 네 위에 있으니, 사슬을 끊을 수 없다.” 그는 마왕을 데리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오다가, 대추야자 나무를 지나게 되었는데 마왕이 그것을 훔치자 나무가 쓰러졌고, 어떤 집에 이르자 그 집이 무너졌다. 한 과부의 오두막에 이르렀을 때 과부가 나와 그에게 집을 무너뜨리지 말아 달라고 간청하였다. 그래서 그가 몸을 구부리다가 뼈가 부러졌다. 그는 “‘부드러운 혀는 뼈를 부순다.’(잠언 25,15)고 하더니 그 말이 맞구나.” 하였다.

 

아슈메다이는 길 잃은 눈먼 이와 주정뱅이를 만나자 그들에게 길을 알려 주었다. 그는 즐거운 혼인식을 보고 울었고, 어떤 이가 구두장이에게 칠 년간 신을 구두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을 듣고 웃었으며, 어떤 마술사가 마술을 부리는 것을 보고 웃었다.

 

마왕이 예루살렘에 도착한 지 (중략) 사흘째 날 솔로몬 앞에 나왔다. (중략) 솔로몬이 말하였다. “나는 너한테서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다. 다만 성전을 지어야 해서 샤미르가 필요할 뿐이다.” “그것이 내 수중에는 없고 바다의 천사에게 있는데, 그가 딱따구리에게 맡겼을 것이오.” “딱따구리는 그 벌레로 무엇을 하느냐?” “그는 경작하지 않은 산으로 그것을 가져가 돌을 쪼개고 산을 일구며, 거기에 나무의 씨들을 뿌려 경작합니다.”

 

신하들은 새끼들이 있는 딱따구리 둥지를 찾아 유리로 그 위를 덮었다. 딱따구리는 둥지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되자 유리를 깨려고 샤미르를 데려와 그 위에 놓았다. 브나야후가 큰 소리를 지르자, 이에 놀라 떨어진 샤미르를 손에 넣었고, 딱따구리는 샤미르를 지키겠다는 맹세를 지키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브나야휴가 마왕에게 물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너는 길 잃은 눈먼 이를 보고 길을 알려 주었느냐?” “하늘에서 그를 의인으로 선포하였으니, 그에게 친절을 베푸는 이는 다음 세상에서 공덕을 입을 것이오.” “어찌하여 너는 길 잃은 주정뱅이를 보고 길을 알려 주었느냐?” “하늘에서 그를 악인으로 선포하였으니, 내가 대신 좋은 일을 하여 다음 세상에서 그가 자신의 몫을 쓰도록 한 것이오.” “어찌하여 너는 혼인식을 보고 울었느냐?” “신랑은 사흘 안에 죽고 신부는 아직 열세 살인 시동생과의 혼인을 (수숙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오.” “어찌하여 너는 어떤 이가 구두장이에게 칠 년 신을 구두를 만들어 달라고 할 때 웃었느냐?” “그의 생은 이레도 안 남았는데 칠 년 신을 신발이 필요하겠소?” “어찌하여 너는 마술 부리는 마술사를 보고 웃었느냐?” “그는 왕실 보물을 깔고 앉아 있었소. 그 아래 무엇이 묻혀 있는지 마술을 부려 보게 하시오.” 솔로몬은 성전을 지을 때까지 마왕을 묶어 두었다.

 

어느 날 솔로몬이 마왕과 단둘이 있게 되어 물었다. “‘그분은 들소의 뿔 같으신 분이시다.’(민수 24,8 참조)라고 하였다. 현인들은 ‘뿔’을 천사라 하고 ‘들소’를 악마라 풀이하는데, 왜 너희가 인간보다 더 위대하다는 것이냐?” “나를 하느님 이름이 새겨진 사슬에서 풀어 주고 하느님 이름이 새겨진 당신 반지를 주면 그 힘을 보여 주겠소.” 솔로몬이 사슬을 풀고 반지를 건네자, 마왕은 반지를 삼키고는 한 날개는 하늘로 다른 날개는 땅으로 펼친 뒤 솔로몬을 멀리 400파라상(페르시아의 거리 단위) 떨어진 곳으로 던져 버렸다. 그때 솔로몬이 말하였다. “태양 아래에서 애쓰는 모든 노고가 사람에게 무슨 보람이 있으랴?”(코헬 1,3) 솔로몬은 왕좌에서 추방되고 아슈메다이가 그 자리를 차지하였다. (중략)

 

솔로몬은 구걸하며 떠돌면서 말하였다. “나 코헬렛은 예루살렘에서 다스리던 이스라엘 임금이었다”(코헬 1,12). 솔로몬이 산헤드린에 도착하였을 때 현인들이 말하였다. “이게 무슨 일인가? 이자가 솔로몬 임금이란 말인가?” 그들은 브나야후에게 물었다. “임금님이 당신을 보냈소?” “아니요.” 왕비들에게 물었다. “임금님이 찾아오셨습니까?” “오셨습니다.” “임금님의 발을 확인해 보십시오.” “임금님은 항상 양말을 신으십니다. 그런데 여자가 부정할 때 잠자리를 청하시고 어머니 밧 세바와도 동침을 하십니다.”

 

그들은 솔로몬에게 사람을 보내어 하느님 이름이 새겨진 반지와 사슬을 주었다. 솔로몬이 돌아오자 아슈메다이는 도망쳤다. 솔로몬은 여전히 마왕이 두려웠다. 그래서 이렇게 외쳤다. “보라, 솔로몬의 가마를! 이스라엘 용사들 가운데에서 뽑힌 예순 명의 용사들이 호위하네. 모두가 칼로 무장한 역전의 전사들, 밤의 공포에 대비하여 저마다 허리에 칼을 차고 있네”(아가 3,7-8).

 

* 강지숙 빅토리아 - 의정부 한님성서연구소에서 구약 성경과 유다교 문헌을 연구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9년 3월호, 강지숙 빅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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