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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사도행전 이야기53: 에페소 원로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다(사도 20,17-38)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2-29 조회수6,792 추천수0

[이창훈 소장의 사도행전 이야기] (53) 에페소 원로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다(사도 20,17-38)


“여러분 자신과 모든 양 떼를 잘 보살피십시오”

 

 

바오로는 밀레토스에서 에페소 교회 원로들을 불러 작별 인사를 한다. 사진은 밀레토스 유적.

 

 

에페소를 지나쳐 밀레토스까지 내려온 바오로는 이곳에서 에페소로 사람을 보내어 교회 원로들을 불러오게 해(20,17) 작별 인사를 합니다. 그 내용을 살펴봅니다.

 

 

에페소에서 겪은 극심한 시련

 

바오로는 “여러분은 내가 아시아에 발을 들여놓은 첫날부터 여러분과 함께 그 모든 시간을 어떻게 지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라는 말로 작별 인사를 시작합니다.(20,18) 여기서 아시아란 에페소가 주도(州都)인 로마 제국의 속주 아시아로서 사실상 에페소를 가리킨다고 하겠습니다. 이 작별 인사의 뒷부분에 나옵니다만(20,31), 바오로는 이곳 에페소에서 3년 동안 지냅니다. 바오로는 그 기간을 어떻게 지냈기에 에페소 교회 원로들에게 “여러분은 내가…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할까요?

 

우선, 바오로는 유다인들의 음모로 여러 시련을 겪었다고 말합니다.(20,19ㄱ) 바오로가 유다인들의 음모로 에페소에서 겪은 시련은 무엇이었을까요? 이 본문에서는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사도행전 기록을 통해서 볼 때, 석 달 동안 회당에 드나들며 토론하고 설교하면서 유다인들과 부딪쳤고 그로 인해 겪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입니다.(19,8-9) 또 은장이 데메트리오스의 선동으로 소동이 일어나면서 겪은 시련도 있었을 것입니다.(19,23-40) 하지만 그 이상은 알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바오로가 쓴 서간들에는 그 시련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게 해주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에서 바오로는 “우리는 너무나 힘겹게 짓눌린 나머지 살아날 가망도 없다고 여겼습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사형 선고를 받은 몸이라고 느꼈습니다”라며 아시아 곧 에페소에서 겪은 환난에 관해 이야기합니다.(2코린 1,8-9)

 

같은 서간에서 바오로는 또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마흔에서 하나를 뺀 매를 유다인들에게 다섯 차례나 맞았습니다. 그리고 채찍으로 맞은 것이 세 번, 돌질을 당한 것이 한 번….”(2코린 11,24-25) 이 환난을 모두 에페소에서 겪은 것은 아니지만, 에페소에서도 매질이나 채찍질을 당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나아가 바오로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에서 자신이 날마다 죽음을 마주하고 있다면서 “에페소에서 이를테면 맹수와 싸웠다고 한들 그것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고 씁니다.(1코린 15,32) 학자들은 바오로가 로마 시민권을 가지고 있어서 맹수와 싸우도록 하는 벌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은유적 표현은 바오로가 에페소에서 겪은 시련이 극심했음을 알게 해줍니다.

 

바오로는 작별 인사를 시작하면서 또 “눈물을 흘리며 겸손하게 주님을 섬겼다”고 말합니다.(20,19 ㄴ) 바오로가 흘린 눈물은 시련으로 인한 눈물일 수도 있고 다른 눈물일 수도 있습니다. 바오로는 작별 인사 뒷부분에서 “그러니 내가 삼 년 동안 밤낮 쉬지 않고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을 눈물로 타이른 것을 명심하며 늘 깨어 있으십시오” 하고 말합니다.(20,31) 이 말에 비춰 보면 바오로가 흘린 눈물은 단순히 시련으로 인한 눈물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에페소 신자들이 거짓에 꾀여 넘어가지 않도록 하고자 하는 간절함에서 흘린 눈물이었을 것입니다.

 

 

겸손히 주님 섬기고 복음 전하길 당부

 

“겸손하게 주님을 섬겼다”는 것과 관련해서도 바오로는 뒷부분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누구의 은이나 금이나 옷을 탐낸 일이 없습니다. 나와 내 일행에게 필요한 것을 이 두 손으로 장만하였다는 사실을 여러분 자신이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모든 면에서 여러분에게 본을 보였습니다.”(20,33-35ㄱ) 그 이유와 관련해서 이렇게 덧붙입니다. “애써 일하며 약한 이들을 거두어 주고,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고 친히 이르신 주 예수님의 말씀을 명심하라는 것입니다.”(20,35ㄴ)

 

바오로는 에페소에서 겪은 일과 한 일을 “시련을 겪으면서도 겸손하게 주님을 섬겼다”는 말로 요약한 다음에 이를 좀더 보완하는 설명을 합니다. “유익한 것이면 무엇 하나 빼놓지 않고 회중 앞에서 또 개인 집에서 여러분에게 알려주고 가르쳤다”는 것과 “유다인들과 그리스인들에게 회개하여 하느님께 돌아오고 우리 주 예수님을 믿어야 한다고 증언하였다”는 것입니다.(20,20-21)

 

이렇게 회개를 촉구하며 복음을 선포하는 일을 하면서 “유익한 것이면 무엇 하나 빼놓지 않고” 즉 “하느님의 모든 뜻을 무엇 하나 빼놓지 않고 알려 주었기 때문”에 바오로는 “여러분 가운데 그 누구의 멸망에 대해서도 나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것을, 나는 오늘 여러분에게 엄숙히 선언합니다”라고 말합니다.(20,26-27) 그러면서 “여러분 자신과 모든 양 떼를 잘 보살피십시오. 성령께서 여러분을 양 떼의 감독으로 세우시어… 교회를 돌보게 하셨습니다” 하고 당부하지요.(20,28)

 

바오로가 에페소 교회 원로들에게 이렇게 엄숙히 선언하고 또 당부하는 것은 에페소 교회에 대한 염려 때문이기도 합니다. 바오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떠난 뒤에 사나운 이리들이 여러분 가운데로 들어가 양 떼를 해칠 것임을 나는 압니다.” 그뿐 아니라 바오로는 에페소의 원로들 가운데서도 “진리를 왜곡하는 말을 하며 자기를 따르라고 제자들을 꾀어내는 사람들이 생겨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20,29-30) 그래서 바오로는 자신이 삼 년 동안 눈물로 타이른 것을 명심하며 늘 깨어 있으라고 호소합니다. 그러면서 하느님과 하느님 은총의 말씀에 귀의하라고 당부합니다.(20,31-32)

 

이렇게 바오로는 자신이 에페소에서 한 일을 설명하고 에페소 교회 원로들에게 당부하는 말을 하면서 그 사이에 자신의 처지와 심정을 고백합니다. 요지는 ‘이제 성령께 사로잡혀 예루살렘에 가고 있는데 거기서 무슨 일이 닥칠지 알 수 없지만, 어디를 가든 투옥과 환난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성령께서 일러주셨다. 그래도 달릴 길을 다 달려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다 마칠 수 있다면 내 목숨은 조금도 아깝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분 가운데에서 아무도 다시는 내 얼굴을 볼 수 없으리라는 것을 나는 압니다”라고 덧붙입니다.(20,22-25)

 

바오로는 작별 인사를 마치고는 무릎을 꿇고 원로들과 함께 기도합니다. 원로들은 다시는 자기 얼굴을 보지 못하리라는 바오로의 말에 슬퍼하며 바오로의 목을 껴안고 입맞춤한 후 배웅합니다.(20,36-38)

 

 

생각해봅시다

 

바오로가 작별 인사에서 한 말은 에페소 교회 원로들에게만이 아니라 오늘의 교회 지도자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것은 양 떼를 잘 보살피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진리를 왜곡하는 말로 꾀어내는 사람들에게 현혹되지 않도록 늘 깨어 있는 것 그리고 마음을 열고 하느님과 그분 은총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일이 필요합니다.

 

다른 한편 ‘가는 곳마다 투옥과 환난이 기다리고 있지만 달릴 길을 다 달려 하느님의 은총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다 마칠 수만 있다면 내 목숨이야 조금도 아깝지 않다’는 바오로 사도의 고백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바오로 사도의 고백을 거울삼아 각자 삶의 자리에서 복음을 증언하는 일에 한 발걸음씩만 더 나설 수 있다면 교회가 달라지고 사회가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3월 1일, 이창훈(한국평협 평신도사도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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