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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서의 해: 왕국 멸망 직전에서 유배까지 - 예레미야, 에제키엘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5-02 조회수7,060 추천수0

[2020년 사목교서 ‘성서의 해 II’ 특집] 왕국 멸망 직전에서 유배까지 - 예레미야, 에제키엘

 

 

오늘 만나게 될 예언서는 이사야 예언서와 함께 대예언서로 분류되는 예레미야 예언서와 예제키엘 예언서입니다.

 

우선 예레미야 예언서를 살펴봅니다. 예레미야서는 이사야서, 에제키엘서와 함께 대예언서로 분류됩니다. 총 52장에 이르는 방대한 양입니다. 예레미야 예언자는 예언서에 등장하는 예언자들 가운데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길을 걸어간 예언자입니다. 그래서 그는 ‘말씀의 고독한 예언자’라고 불립니다. 그는 독신의 삶을 살아갔고, 무엇보다도 그는 자기 민족을 향해서 하느님의 말씀을, 하느님 백성 이스라엘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전해야 하는 운명을 살아갔기에, 사람들과도 단절된 삶을 살아야만 했습니다. 그가 활동한 시대는 예레 1장 2절에 따르면 요시야 임금 십삼년이었습니다. 기원전 627~626년경입니다. 그때부터 시작된 그의 활동은 유다 왕국이 바빌론에 의해서 멸망하고 이집트에 끌려가게 될 때까지입니다. 그 이후의 삶은 언급되지 않습니다. 유다 왕국의 마지막을 함께 한 예언자입니다(예언서의 마지막 52장은 예루살렘 성전 파괴 묘사로 마무리가 됩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그가 선포한 내용은 새로운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그는 ‘포기하시는 하느님’을 선포합니다. 이전에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벌을 주시기는 하였지만, 이스라엘 백성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시는 분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예레미야의 선포가 당대의 지도자들에게, 또 백성들에게 전해지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예레미야는 하느님께서 이제 자비를 거두시고 이스라엘을 포기하려 하신다고 용기를 내어 선포합니다(예레 2,20-29; 4,9-10; 5,29). 그의 선포 가운데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바로 ‘새 계약’입니다. 그는 옛 계약과 새 계약을 언급합니다(31,31-34). 옛 계약은 시나이 계약을 의미하는 것으로 돌 판에 새겨진 십계명과 율법을 의미합니다. 반면에 새 계약은 돌이 아닌 ‘가슴과 마음에 새기는 법’입니다. 눈에 보이는 외적인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보다 오히려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중요함을 선포합니다.

 

다음은 에제키엘 예언서입니다. 에제키엘 예언자가 활동한 시기는 두 시기로 구분됩니다. 전반부는 예루살렘의 멸망 이전으로(기원전 597-587년) 아직 유다 왕국이 완전히 멸망하기 이전입니다. 기원전 597년은 유다의 임금과 왕족, 사회 지도층이 바빌론으로 유배가게 되는 1차 바빌론 유배 시기입니다. 에제키엘은 바로 이 시기에 바빌론으로 유배를 갑니다. 그는 유배지에서(참조: 에제 1,1) 이러한 참담한 상황을 체험하는 가운데 주로 심판의 메시지를 선포합니다. 그의 활동의 후반부는 예루살렘이 붕괴되고 2차 바빌론 유배가 시작된 이후입니다(기원전 587-571년). 모든 것이 다 무너진 상황 속에서 이제 그는 심판의 메시지가 아닌 하느님 구원에 대한 희망적인 약속을 선포합니다.

 

에제키엘은 사제 가문 출신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그는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거룩함을 강조합니다. 그에게 하느님은 거룩함을 유지하시면서 백성들과는 구별되는 초월성을 바탕으로 존재하시는 분이며 그 초월성은 그분의 영광을 통해서 드러남을 강조합니다. 그가 인식하는 유다 왕국이 멸망한 이유는 이스라엘의 죄로 인해서 하느님의 거룩함이 유지되기 어려우니, 거룩하지 못한 이스라엘 백성 때문에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떠나셨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심판의 메시지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심판은 바빌론 유배로 정점에 이릅니다. 그러한 심판 이후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정화하신다는 희망이 선포됩니다. 마음으로부터의 참된 정화가 강조됩니다. 하느님께서 새로 정화된 마음과(36,25) 새 계약을 맺으시고, 이스라엘은 영원한 하느님의 백성이 될 것을 약속합니다(36,26-27; 37,14; 39,29). 이렇게 새로운 계약으로 새로난 백성들은 새로운 성전에서 하느님을 섬기면서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40-48장).

 

예레미야서와 에제키엘서는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반영합니다. 하느님의 심판이 가까이 다가왔음에도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 백성들. 그들의 눈과 귀를 막은 것은 아이러니하게 하느님께서 자신들을 무조건 지켜주실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백성이라고, 세례를 받았다고 무조건적 구원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주님을 믿고 섬겨야 한다는 두 예언서의 말씀을 가슴에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2020년 5월 3일 부활 제4주일(성소 주일, 생명 주일) 인천주보 3면, 박형순 바오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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