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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사도행전 이야기66: 에필로그 - 복음 전파의 세 분수령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6-01 조회수7,579 추천수0
[이창훈 소장의 사도행전 이야기] (66) 에필로그 ① 복음 전파의 세 분수령

성령을 받아 땅끝까지 복음 전파하는 과정 생생히 전달


성령 강림 사건, 스테파노의 순교로 본격화한 교회 박해, 그리고 예루살렘 사도 회의는 사도행전이 전하는 예루살렘에서 땅끝까지 이루어져야 하는 복음 전파 과정에서 분수령이 되는 사건들입니다. 사진은 올리브 산에서 본 예루살렘 모습.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서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사도행전 이야기’에서 살펴봤듯이 사도행전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맡기신 이 복음 전파 사명이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끝에 이르기까지”(사도 1,8) 수행되는 과정을 사실적이고 역동적으로 그려냅니다. 사도행전이 전하는 이 복음 전파 과정에는 관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분수령 또는 전환점이 되는 세 가지 사건과 한 인물이 두드러집니다. 사도행전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에필로그에서는 이 세 가지 사건과 인물을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먼저 이 세 가지 사건에 대해 살펴봅니다. 성령 강림, 스테파노로 인한 교회 박해, 그리고 예루살렘 사도 회의입니다.


1) 성령 강림

사도행전 2장이 전하는 성령 강림은 사도들의 복음 선포 활동이 본격적인 막을 올리는 출발점이 됩니다. 오순절에 성령을 받은 사도들은 베드로를 중심으로 대담하게 복음을 선포하면서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와 부활하신 예수님께 대한 믿음을 촉구합니다. 베드로와 사도들의 오순절 설교로 그날 회개하고 세례를 받은 신자는 3000명가량 됐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첫 신자 공동체가 예루살렘에 생겨난 이 날을 교회의 창립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전례력으로 성령 강림 대축일을 교회의 창립일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오순절에 베드로와 다른 사도들의 설교를 들은 사람들은 예루살렘 주민만이 아니었습니다. 사도행전 2장 7-11절은 사도들의 첫 오순절 설교를 들은 사람들의 출신 지역 또는 민족 명단을 전하는데 파르티아, 메디아, 엘람은 오늘날 이란 지역에 살던 민족들입니다. 메소포타미아는 오늘날 이라크 지역을 가리키고, 카파도키아와 폰토스와 아시아는 오늘날의 터키 지역입니다. 터키의 동쪽이 카파도키아, 북쪽 흑해 연안이 폰토스, 에게해와 맞닿은 서쪽 연안 지방이 아시아입니다. 프리기아와 팜필리아는 터키의 중부와 남부 지방을 가리킵니다. 리비아와 이집트는 아프리카 북부이고, 지중해 섬인 크레타와 아라비아반도를 가리키는 아라비아와 로마까지 포함한다면 사도행전이 전하는 이 지역들은 로마 제국 전체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로 “땅끝”까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도행전이 거명하는 이들 지방 사람들이 실제로 모두 사도들의 오순절 설교를 들었을까요? 그럴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복음이 땅끝까지 전파됨을 이 지명들을 통해 제시하려는 것이 사도행전 저자의 의도라는 데에 성경학자들의 견해가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사도들의 설교에 다양한 반응을 보입니다.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가?” 하고 놀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 포도주에 취했군” 하며 비웃는 사람들도 있었고, 설교를 들은 후 마음에 찔려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2,12-13.37) 이런 반응들은 복음이 선포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반응을 예시한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사도행전 2장이 전하는 성령 강림에 이은 오순절 사건은 사도행전 전체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2) 교회에 대한 박해

사도행전은 복음 선포 활동 초기부터 베드로와 요한으로 대표되는 사도들에 대한 박해를 전하고 있습니다만, 예루살렘 교회에 대한 본격적 박해는 스테파노의 순교가 결정적 계기가 됩니다. 사도행전은 이렇게 기록합니다. 스테파노가 순교한 “그날부터 예루살렘 교회는 큰 박해를 받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사도들 말고는 모두 유다와 사마리아 지방으로 흩어졌다.”(8,1)

하지만 신자들은 그저 흩어지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도행전은 “흩어진 사람들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말씀을 전하였다”(8,4)라고 하면서 일곱 봉사자 가운데 하나인 필리포스의 복음 선포 활동을 소개합니다.(8,5-40) 그는 사마리아의 고을뿐 아니라 예루살렘에서 가자로 내려가는 길에서는 에티오피아 내시에게까지 복음을 전합니다. 또 지중해 연안 지방인 아스돗에서 카이사리아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방을 두루 다니며 복음을 선포합니다.

필리포스에 이어 베드로와 요한도 사마리아의 고을에 갔다가 예루살렘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마리아의 많은 마을에 복음을 전하지요.(8,25) 이렇게 흩어진 신자들과 사도들의 활동으로 “교회는 유다와 갈릴래아와 사마리아 온 지방에서 평화를 누리며 굳건히 세워지고”(9,31) 신자 수도 늘어납니다.

사도행전 8장과 9장에 언급된 이들 지역은 성경의 세계에서 전통적으로 팔레스티나라고 부르던 지역으로 오늘날로 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지역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스테파노의 일로 일어난 박해 때문에 흩어진 신자들은 팔레스티나에서만 복음을 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페니키아와 지중해의 키프로스 섬, 그리고 시리아의 중심 도시 안티오키아까지 가서 복음을 전합니다. 특히 안티오키아에서는 이전까지 주로 유다인들을 대상으로 하던 복음 선포 활동이 그리스계 사람들, 곧 다른 민족 사람들에게도 확대됩니다.(11,19-20) 박해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팔레스티나의 경계를 넘어서까지 전해지고 복음 선포의 대상도 유다인을 넘어 이방인에게까지 확대되는 계기로 작용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방인들에 대한 복음 선포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일으킵니다.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할례와 같은 율법 규정을 다른 민족 출신으로 그리스도인이 된 이들도 지켜야 하느냐 하는 문제가 불거진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소집된 회의가 예루살렘 사도 회의입니다.


3) 예루살렘 사도 회의

사도행전 15장이 전하는 예루살렘 사도 회의의 결정은 다른 민족 출신으로 그리스도인이 된 이들은 ①우상에게 바쳐 더러워진 음식 ②불륜 ③목 졸라 죽인 짐승의 고기와 ④피를 멀리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다른 민족 출신의 그리스도인들과 엄격한 율법 준수를 강조하는 유다계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논쟁의 불씨가 된 할례 문제가 빠져 있습니다.

그런데 예루살렘 사도 회의가 결정한 네 가지 금기 사항 중 세 가지는 유다계 그리스도인들과 그리스계(다른 민족 출신) 그리스도인들이 한 식탁에서 음식을 나눌 때 바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말하자면 신자 공동체의 친교 자리에서 유다인 신자들을 부정하게 만들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예루살렘 사도 회의의 결정은 다른 민족 사람들이 좀 더 자유로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아들이게 하는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합니다. 또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유다교의 영향력에서 점차 벗어나는 계기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있으니 그가 바오로 사도입니다. 다음 호에 계속 살펴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5월 31일, 이창훈(한국평협 평신도사도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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