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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사도행전을 따라가는 성경의 세계: 키프로스, 바오로와 바르나바의 첫 선교 여행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11-02 조회수5,958 추천수0

[사도행전을 따라가는 성경의 세계] 키프로스, 바오로와 바르나바의 첫 선교 여행지

 

 

– 살라미스의 바르나바 기념 성당(BiblePlace.com)

 

 

나자렛 예수님을 믿는 신자들이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린 안티오키아 교회에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뜻깊은 일이 생깁니다. 그 교회의 예언자들과 교사들이 단식하며 기도한 뒤에 바르나바와 사울 두 사람을 선교사로 파견한 것입니다(사도 13,3). 예루살렘이 아닌 곳에서 선교를 위해 파견한 교회는 안티오키아 교회가 처음이고, 바르나바와 사울(바오로)은 선교사로 파견된 첫 사람들입니다. 두 사람이 선교 여행을 떠나면서 첫 번째 선교지로 택한 곳이 바로 키프로스였습니다.

 

지중해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인 키프로스는 소아시아(오늘날 터키) 남쪽 해안에서 약 70km, 안티오키아가 있는 시리아 서쪽 해안에서 10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어서 당시 로마제국 영내에서 해상 교통의 기착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팔레스티나로, 팔레스티나와 시리아에서 소아시아로, 또 멀리는 이집트에서 소아시아로 오갈 때에 항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 살라미스의 바르나바 성당에 있는 바르나바 사도 이콘(BiblePlace.com)

 

 

바르나바와 사울 두 사람이 키프로스를 첫 번째 선교지로 택한 것은 바르나바가 키프로스 태생이라는 점(사도 4,36) 외에도 이런 지리적 여건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또 키프로스는 한때 소아시아 남부 지방에 있는 로마제국 속주인 킬리키아 속주 관할이었습니다. 이 킬리키아 속주의 수도가 사울의 고향인 타르수스였습니다. 그렇다면 사울 역시 키프로스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첫 선교지를 키프로스로 정하는 데에 사울도 쉽게 동의했으리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마르코라고도 하는 청년 요한을 조수로 데리고 안티오키아의 외항 역할을 하는 셀레우키아로 내려가 그곳에서 배를 타고 키프로스로 건너갑니다. 이들은 섬 동쪽에 있는 도시 살라미스로 가서 유다인 회당들을 찾아다니며 말씀을 선포합니다(사도 13,5). 살라미스는 당시 키프로스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해상 교통의 요충지였고 유다인들도 많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유다인 회당을 먼저 찾았다는 것은 아직 이방인들과 본격적인 접촉을 하지 않았음을 나타냅니다.

 

사도행전은 바르나바와 사울이 살라미스에서 말씀을 선포한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곧바로 그들이 섬을 가로질러 파포스에 이르렀다고 전합니다(사도 13,6). 이로 미루어 이들이 살라미스의 유다인들에게 말씀을 선포한 결과는 신통찮았으리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 파포스에 있는 12세기 성당과 비잔틴 시대 성당 터(BiblePlace.com)

 

 

하느님 말씀을 듣고 싶어 하는 이방인들이 말씀을 받아들여 믿게 됨

 

파포스는 키프로스 섬 서남쪽 끝에 있는 항구 도시입니다. 두 사람이 요한을 데리고 간 고대 파포스는 오늘날 키프로스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알려진 파포스(또는 네아파포스)보다 더 동남쪽에 있습니다. 당시 파포스는 지중해의 또 다른 섬 크레타와 키프로스를 함께 관장하던 로마제국 속주의 수도였습니다. 사도행전은 속주의 총독 이름이 “세르기우스 바오로”(사도 13,7)라고 소개합니다.

 

바르나바와 사울은 파포스에서 한 유다인 마술사를 만납니다. 바르예수라는 이름의 그 유다인은 거짓 예언자였는데 세르기우스 바오로 총독의 수행원이었습니다. 총독은 이 수행원을 통해 바르나바와 사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고, “슬기로운 사람”이어서 두 사람을 불러 하느님 말씀을 듣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그 마술사 곧 엘리마스가 반대하고 나섭니다. 총독이 두 사람의 말을 듣게 되면 자신의 입지가 줄어들고 거짓 예언자임이 들통 날까 두려워서 반대했을 것입니다. 엘리마스는 마술사를 뜻하는 그리스 말입니다(사도 13,6-8).

 

그러자 “바오로라고도 하는 사울이 성령으로 가득 차” 그에게 독설을 퍼붓습니다. “온갖 사기와 온갖 기만으로 충만한 자, 악마의 자식, 모든 정의의 원수! 당신은 언제까지 주님의 바른길을 왜곡시킬 셈이오? 이제 보시오. 주님의 손이 당신 위에 있소. 당신은 눈이 멀어 한동안 해를 보지 못할 것이오.” 바오로의 말이 끝나자 즉시 “짙은 어둠이 그를 덮쳐” 그 마술사는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더듬거립니다(13,9-11).

 

– 키프로스 파포스에 있는 테세우스 저택의 유적 일부(BiblePlace.com)

 

 

사도행전은 “그 광경을 본 총독은 주님의 가르침에 깊은 감동을 받아 믿게 되었다”(13,12)라고 전하면서 바오로 일행의 키프로스 선교 이야기를 마칩니다. 바오로가 저주를 퍼부었는데도 총독이 깊이 감동해 믿게 됐다는 것은 어딘지 이상해 보입니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 보면 거짓 예언자와는 달리 바오로가 한 말은 그대로 이루어졌고 총독은 그 말의 위력에 감동해 믿게 됐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르나바와 바오로가 첫 선교지 키프로스에서 펼친 선교 활동은 앞으로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말씀을 선포할지 또 그 결과가 어떠할지를 가늠하게 해줍니다. 두 사람은 먼저 유다인 회당을 찾아 말씀을 전할 것입니다. 이렇게 유다인 회당을 먼저 찾아가는 일은 이후 특히 바오로의 전형적인 방식이 됩니다. 하지만 유다인들에게 오히려 시샘과 배척을 받을 것입니다. 파포스의 거짓 예언자 바르예수가 두 사람을 반대하고 나섰듯이 말입니다. 반대로 세르기우스 바오로 총독처럼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싶어 하는 이방인들이 말씀을 받아들여 믿게 될 것입니다.

 

 

살라미스에 바르나바 기념 성당과 무덤 경당 있어

 

키프로스는 오늘날 북키프로스(북키프로스 튀르크 공화국)과 남키프로스(키프로스 공화국)으로 분단돼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는 터키만이 북키프로스를 독립 국가로 인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바르나바와 바오로가 키프로스에 도착해 처음 말씀을 선포한 살라미스는 북키프로스에 있습니다.

 

살라미스에는 바르나바 기념 성당이 있습니다. 원래는 비잔틴 시대 때 성당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 18세기에 새로 지은 성당입니다. 기념 성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바르나바 사도의 무덤 경당이 있습니다. 바르나바 사도는 61년쯤 살라미스에서 돌에 맞아 순교했고 한때 이 무덤 경당의 지하 동굴에 안치돼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지상의 무덤 경당은 1950년대에 지은 것입니다.

 

– 살라미스의 바르나바 무덤 경당(좌) 바르나바 무덤 경당의 빈 돌무덤 제대(BiblePlace.com)

 

 

살라미스의 반대쪽인 키프로스 섬 서남쪽에 있는 고대 파포스에는 바오로의 이름을 딴 ‘바오로 사도 길’이 있고, 로마 시대 총독의 관저였던 테세우스 저택이 있습니다. 또 바오로 사도 길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12세기에 지어진 비잔틴 양식의 성당이 있습니다. 성당 주변에는 아주 큰 건물터가 있는데 4세기에 지어진 바실리카 성당과 주교관 터입니다. 성당 터 한쪽에는 바오로 사도를 기념하는 바오로 기둥도 남아 있습니다.

 

키프로스 섬의 살라미스와 파포스. 이 두 도시는 그리스도교의 선구적 선교사들인 바르나바와 바오로 두 사도의 발자취를 더듬고 선교사로서 그들의 첫 마음이 어떠했을지 헤아려볼 수 있는 소중한 곳입니다. 특별히 사도행전은 이 파포스에서부터 유다식 이름인 사울 대신에 바오로라는 그리스식 이름을 사용하는데, 이는 이제부터 이방인을 향한 바오로의 선교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리라는 것을 예고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11월호, 이창훈 알퐁소(전 평화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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