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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뱀의 유혹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11-15 조회수6,032 추천수0

[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뱀의 유혹

 

 

지금 우리는 에덴동산을 둘러보고 있습니다. 이제 곧 이 동산을 떠나야 하기 때문에 이곳에 있는 것들을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창세 2,9에서 주 하느님께서는 이 동산 한가운데에 생명나무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자라게 하셨다고 말했습니다. 생명나무는 고대 근동의 유물들에 자주 등장하는 문양이며, 그리스-로마 신화에도 등장합니다. 생명나무 열매는 영원한 생명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이 이 나무에 다가가지 못하도록 다양한 수호 동물들이나 신들이 이 나무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동산에서는 인간이 생명나무에 접근하는 것이나 그 열매를 먹는 것이 금지되지 않았습니다. 곧 이 동산에 사는 인간은 영원한 생명을 누리도록 허락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명나무 옆에 서 있는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는 것은 금지되었습니다. 그 열매를 따 먹을 경우 죽음에 이를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이 나무를 죽음나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곧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생명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스스로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하느님께서 만드신 들짐승 가운데 가장 간교한 뱀이 등장합니다. 뱀은 여자에게 하느님께서 동산의 모든 나무 열매를 먹지 않도록 금지하셨는지 물어봅니다. 여자가 동산 한가운데 있는 나무 열매만 건드리지도 말고 따 먹지 말라고 하셨다고 대답하자 뱀은 하느님의 명령의 의도를 의심하게 하는 말을 합니다. 하느님께서 그 열매를 금지하신 이유가 사람이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될까 봐 금하셨다는 것입니다. 뱀의 말에 따르면 하느님은 인간이 당신처럼 되기를 바라지 않는 분, 인간이 잘 되는 것을 시기하시는 분 같습니다. 뱀의 말을 듣고 여자가 그 나무 열매를 쳐다보자 그 열매는 정말 좋아 보였습니다. 먹음직스러웠고, 슬기롭게 해 줄 것 같았으며, 보기에도 좋았습니다. 여자가 뱀의 말대로 이 열매를 따 먹는다면 그것은 하느님의 명령을 어기는 것인 동시에 하느님의 의도를 의심하는 것이 됩니다. 하느님은 인간이 좋은 것을 취하는 것을 금하시고, 당신처럼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분이시라는 것에 동의하는 것입니다. 결국 여인은 열매를 따서 먹고 자기 곁에 있던 남편에게도 주었습니다. 남편 역시 뱀의 말에 동의한 채 그 열매를 먹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하느님의 의도를 의심하였고, 그들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을 불신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인간을 유혹한 짐승이 뱀일까요? 이 이야기는 왜 인간이 뱀을 싫어하고 두려워하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설명하는 민담에서 유래한 것일 수 있습니다. 성경의 저자가 그 민담을 바탕으로 신학적으로 각색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고대 근동 신화에서 뱀은 영적인 지혜와 생명, 치유의 상징으로 나타납니다. 고대 근동의 지혜의 신인 엔키는 뱀의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우가릿의 여신인 아스타르테도 뱀과 함께 묘사됩니다. 따라서 성경의 저자는 인간을 유혹한 존재로 고대 근동 신화에서 지혜를 상징하는 뱀을 선택함으로써 고대 근동의 지혜의 위험성을 드러내고 그것을 경계하고자 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지혜가 담긴 토라보다는 다른 지역의 문화나 가르침에 이끌리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그들의 지혜는 인간을 하느님께 가까이 가게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멀어지게 할 수 있음을 경고하기 위하여 유혹자로서 뱀을 설정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뱀의 말을 듣고, 하느님의 명령의 동기를 의심한 아담과 하와는 과연 뱀의 말대로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되었을까요?

 

[2020년 11월 15일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가톨릭마산 2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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