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Q. 우리 신자들이 성당에 들어설 때 절을 하는데 제대에 절을 하는 것인지 감실에 절을 하는 건지 의문이 생기곤 합니다. 대부분의 신자들은 감실에 절을 한다고 답하더군요. ''감실에 예수님의 성체가 계시니까''라는 해석을 붙이면서요. 저도 지금껏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어떤 책에서 사실은 성당의 중심이 제대이니까 제대를 향해 절을 하는 것이라고 하는 글을 읽었습니다. 그렇다면 문제가 아직 남게 되는데... 첫째, 미사를 마치고 성당을 나올 때도 제대를 향해 인사를 해야 하는지요. 둘째, 성금요일에 감실을 비우고, 제대 위를 정리하였을 경우에는 인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지요? 그밖에 거양성체 때 사제가 성체와 성혈을 들어 올리셨다가 내리기가 바쁘게 신자들 거의가 고개를 숙이는데 신자들이 모두 고개를 들고나면 그때서야 신부님은 절을 하시게 됩니다. 이것이 맞는지요?또 아직도 미사 중에 무조건 습관처럼 꾸벅꾸벅 인사를 하는 등 미사 중에 신자들이 모르고 지나가는 잘못된 습관을 알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대를 통해 드러나는 그리스도께 대한 경외심의 표현입니다
A. 성당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은 제대입니다. 제대는 예수님의 십자가 제사를 성사적으로 재현하는 거룩한 장소이며, 주님의 식탁이기 때문에 이 제대를 중심으로 신자들은 사제와 함께 하느님께 제사를 봉헌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갈바리아산과 예수님께서 묻히신 돌무덤을 의미하기도 하는 제대는 궁극적으로는 그리스도 자신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신자들은 성당에 들어설 때 제대를 향하여 깊이 인사를 드리는 것이며, 이는 제대를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그리스도께 대한 경외심을 표현하는 행위입니다. 그러한 행위가 그리스도께 대한 깊은 경외심의 표현이라고 할 때 미사를 마친 후나 혹은 기도를 마치고 성당에서 나올 때에 깊은 인사를 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대가 성당의 중심이니까 감실 앞을 지날 때에는 인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부득이한 경우에 웃어른 앞을 지나가게 될 경우에 반드시 예의를 지키는 것처럼 예수님께서 머무시는 감실 앞을 지날 때에는 그보다도 더 큰 존경과 예의를 갖추는 것이 당연하지요. 성 금요일의 경우를 물어오셨는데, 이날은 전통적으로 십자가 경배 예절이 있습니다. 감실이 비었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계시지 않다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이 날 신자들이 십자가에 깊은 절을 하는 예절을 거행하는 것은 이 세상과 인류를 구원하신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을 깊이 묵상하고 그 십자가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무한하신 은총에 감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실이 비어 있는 성당에서 깊은 인사를 드리는 행위는 십자가를 향한 경배의 행위입니다.
거양성체 때 사제가 성체와 성혈을 높이 올리는 이유 중의 하나는 신자들이 바라보라는 이유도 있습니다. 신자들은 이를 바라보면서 침묵 가운데 우리에게 빵과 포도주의 모습으로 다가오시는 주님께 찬미와 감사의 마음 자세를 갖도록 해야 합니다. 곧 성체와 성혈이 높이 올려질 때에는 바라보고, 내려질 때에는 사제와 함께 깊은 인사를 드리는 것이지요.
또한 미사 중에 대부분의 신자들은 사제의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에 응답하는 ''또한 사제와 함께''를 답할 때와 감사송을 하기 전 사제의 ''우리 주 하느님께 감사합시다''에 응답하는 ''마땅하고 옳은 일입니다''를 답하는 경우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를 하는데, 이 때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라는 지시는 없습니다.
미사 중에 신자들이 취하는 여러 행동들은 하느님께 대한 흠숭과 감사, 찬미의 마음을 한껏 들어 높이기 위해서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가 전례를 통해서 이러한 행동들에 대한 최소한의 규정을 두는 것은 신자들이 같은 행동을 통해서 주님을 향하는 한 마음으로 일치하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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