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 사도행전 읽기 (20) - 로마 성문 밖 성 바오로 대성전 정면과 정원에 있는 바오로 사도상. 사진출처: 가톨릭평화신문. 로마에로의 여정(27,1-28,16) 바오로는 로마 백인대장과 군인들의 호송 아래 다른 죄수들과 함께 배를 타고 로마로 향합니다. 지중해는 잔잔한 바다지만, 깊은 바다에서는 풍랑이 자주 일기도 해서 가급적 내륙에 붙어 항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키프로스나 크레타 섬과 같은 큰 섬들은 중요한 기항지 역할을 하곤 했기 때문에 바오로와 그 일행도 이 항로를 따라 로마로 가기로 결정을 하고 크레타 해안에 바싹 붙어 항해했습니다. 그런데 겨울 항로는 폭풍우가 심해지고, 우기가 겹쳐 배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그들은 크레타 섬의 페닉스에서 겨울을 지내기로 하고 이동했습니다. 그러나 폭풍우에 배가 난파되어 열나흘 동안 물 위를 떠돌다가 구사일생으로 몰타 섬에 상륙하여 석 달을 지내게 됩니다(28,11). 이후 그들은 배를 타고 시실리아 섬의 시라쿠사를 거쳐 로마로 올라가는데, 대략 61년 봄이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로마로의 여정을 보면 바오로가 마치 사람들을 인도하여 로마로 개선하여 들어오는 느낌이 듭니다. 또한, 로마에 도착하자 형제들이 바오로를 맞이하러 나오는 것을 보면 바오로가 마치 예루살렘 성전으로 들어가는 예수님처럼 보입니다. 바오로의 로마 선교(28,17-31) 로마에 도착한 바오로는 경비병의 감시하에 다른 죄수들과 떨어져 따로 지낼 수 있는 허락을 받고 손님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일종의 가택연금 상태였기에 바오로는 자유롭게 유다인과 로마인들에게 복음을 선포합니다. 이렇게 하여 예수님이 승천하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내리신 말씀, “성령께서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8)라는 말씀이 이루어집니다. 당시 사람들의 사고방식에는 로마 제국 끝이 바로 땅끝이었습니다. 열린 결론 사도행전은 조금 급하게 마무리되는 듯합니다. 분량으로 신약성경의 1/4이나 되는 루카의 글이 이렇게 급히 마무리되어도 되나 할 정도입니다. 바오로의 재판이나 순교 이야기도 담지 않고, 이야기를 중간에 끊어 버리는 일종의 ‘열린 결론’입니다. 아마도 루카는 이 열린 결론을 통해 바오로가 이루지 못한 남은 일, 곧 정말 “땅끝에 이르기까지” 주님의 증인이 되는 일을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듯합니다. 루카 복음과 사도행전을 읽은 독자가 루카 자신처럼 사도행전에 이어지는 세 번째 책, 곧 교회의 행전을 써 내려가라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열린 결론의 의도인 듯합니다. [2021년 1월 31일 연중 제4주일(해외 원조 주일) 가톨릭마산 3면, 염철호 요한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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