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교회상식 교리상식] 97 - 12사도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1) 안드레아
이번 호부터는 12사도의 생애에 대해서 한 사도씩 알아보도록 합니다.
첫 번째로 안드레아 사도입니다.
◇ 성경에 나오는 안드레아
안드레아 사도는 시몬 베드로의 동생입니다. 안드레아라는 이름은 그리스어로 '남자다운' '용감한'이란 뜻을 지니는데 기원전 2~3세기부터 유다인들 사이에는 흔한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복음서에는 안드레아가 예수님 제자로 부르심을 받았을 때 이야기가 조금씩 다르게 나옵니다(마태 4,18-22; 마르 1,16-20; 루카 5,1-11; 요한 1,35-51 참조). 공관복음에서는 배경이 갈릴래아 호숫가인데, 요한복음에서는 분명하지가 않습니다. 또 공관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시몬과 안드레아를 먼저 부르셨는데, 요한복음에서는 안드레아가 예수님이 계시는 곳으로 따라갑니다. 나아가 안드레아는 형 시몬 베드로를 예수님께 인도한 사람으로 나옵니다.
이런 차이를 감안하면서 네 복음서 내용을 종합하면, 안드레아는 고향이 벳사이다요 직업은 어부였으며, 예수님을 만났을 당시에 형 시몬과 함께 카파르나움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가파르나움과 벳사이다는 갈릴래아 호수 북쪽에 있는 마을들로 서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습니다.
복음서에서 안드레아 사도를 언급하고 있는 대목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대목들을 살펴보면 주목할 만한 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요한 6,1-15)에서 안드레아는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소년을 예수님께 인도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소년이 가진 것으로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시게 되지요. 안드레아는 또한 예수님을 만나뵙고자 하는 이방인(그리스 사람)들의 부탁을 예수님께 전해드립니다(요한 12,20-6). 형 시몬을 예수님께 인도한 것까지 고려한다면, 안드레아 사도는 크게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내실있게 사람들을 예수님께 인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밖에 안드레아는 형 시몬 베드로 그리고 야고보와 요한 형제와 함께 예수님께 종말에 관한 질문을 하는 네 제자 중 한 사람으로 등장합니다(마르 13,3). 특이할 만한 것은 열두 제자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안드레아를 포함한 이 네 제자가 늘 첫 번째로 거명된다는 점입니다.
◇ 전승에서 본 안드레아
안드레아 성인에 관한 그림이나 조각 작품들을 보면 등에 한결같이 Ⅹ형의 십자가가 있습니다. 이 Ⅹ형 십자가는 안드레아 사도를 나타내는 고유한 문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성인이 Ⅹ형 십자가에 달려 순교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사도들이 복음선포를 시작했을 때 안드레아는 흑해 서부 스키티아 지방에서 선교했습니다. 또 다른 전승들에 따르면 안드레아 사도가 선교한 지역은 오늘날의 터키 지역은 물론 그리스와 불가리아 지방에까지 폭넓게 걸쳐 있습니다. 이 지역은 오늘날 그리스 정교회가 많이 분포돼 있는 지역이기도 하지요. 그래선지 안드레아 사도는 오늘날에도 그리스 정교회 콘스탄티노플 총주교좌의 수호성인으로 공경받고 있지요.
안드레아 사도는 로마제국 네로 황제 치세 때인 기원 후 60년 11월 30일 아카이아(오늘날 그리스 남부 펠레폰)의 파트라이에서 순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톨릭과 정교회 모두 11월 30일을 안드레아 사도의 축일로 지냅니다. 안드레아 사도를 처형한 아카이아 지방 로마총독은 에게아테스였습니다.
성인은 십자가에 못박혀 순교한 것이 아니라 밧줄로 십자가에 묶여서 순교했다고 합니다. 성인이 십자가에서 순교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만, 그 십자가가 X형이라는 이야기는 14세기쯤에 덧붙여진 것이라고 합니다.
사도의 유해는 콘스탄티노플(현 이스탄불)에 있다가 357년에 성인이 순교한 그리스 파트라이로 다시 옮겨졌다고 합니다. 그 후 1208년에 이탈리아 아말피의 성 안드레아 성당으로 유해가 옮겨졌고, 15세기에 두개골이 로마 성 베드로 대성전에 안치됐습니다. 그러다가 1964년 교황 바오로 6세는 사도의 유해를 다시 그리스의 파트리아로 보냈습니다. 1054년 정교회와 분리된 이후 900년이 지나서 정교회와 다시 화해를 이룬 표시였다고 합니다.
한편 안드레아 사도는 또한 스코틀랜드의 수호성인이기도 한데, 이는 4세기 쯤에 사도의 유해 일부가 스코틀랜드로 옮겨졌다는 전승에 따른 것입니다. 그래서 스코틀랜드 국기에는 안드레아 사도의 십자가를 뜻하는 Ⅹ형 십자가가 그려져 있지요.
[평화신문, 제975호(2008년 6월 22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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