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73 성경 통독 길잡이] 신명기 신명기는 구약 성경 신학의 핵심을 담고 있으며, 유다인들의 종교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책입니다. 또한 신명기 신학을 따르고 있는 여호수아기, 판관기, 열왕기 등은 이스라엘이 신명기에서 전하는 가르침에 충실했는지 여부를 주요한 내용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신명기는 이집트를 탈출해서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는 여정의 정점에 달하며, 약속의 땅 가나안 진입을 목전에 둔 이스라엘 백성에게 남기는 모세의 영적 유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모세는 이집트 유배 생활의 억압에서 자유로 이끌어 준 사람이며, 40년 동안 광야를 거니는 동안 숱한 좌절 속에서도 하느님의 약속을 전해주면서 그들을 독려하고 인도해주었던 인물입니다. 신명기는 그런 모세가 약속의 땅을 목전에 두고서 지난날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과 맺었던 계약을 상기시키며 앞으로 약속의 땅에 들어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알려주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신명기는 크게 모세의 세 개의 연설과 모세의 최후를 전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 연설인 1장-4장 43절까지는 지난날 하느님이 호렙산(시나이산)에서 나타나신 뒤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에 올라가기 직전까지 겪었던 광야의 대장정을 소개하고 여러 법규들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4장 44절-28장은 두 번째 연설에 해당하는데, 먼저 4장 44절-11장까지는 모세가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지켜야 할 십계명과 다른 규정들을 이야기하는 대목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호렙산에서의 체험, 이집트에서의 탈출, 금송아지상을 만들었던 사건들을 회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5장에서 모세가 말하고 있는 십계명은 탈출기에서 마주했던 십계명과 차이가 있습니다. 신명기에서 모세는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라는 계명을 언급하면서 이집트에서 종살이했었고, 하느님께서 구원으로 이끌어주셨음을 기억하라고 말합니다. 이로써 안식일 계명을 이집트 탈출 사건과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신명기에서 안식일 계명을 창조가 아닌 이집트 탈출이라는 구원의 역사와 연결시킴으로써 안식일은 이제 하느님의 백성이 누리는 자유의 표징이 됩니다. 그리고 이 자유는 유다인들만이 아닌 종들과 이방인들 그리고 집짐승에게까지 확대됩니다. 12-26장까지는 원신명기라고도 불리는 신명기 법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신명기 법전은 5-11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의 근본 계명인 십계명에 이어서 개별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서 모세는 우상숭배 금지와 더불어 하느님께 드리는 예배를 예루살렘이라는 중앙 성소에서만 바칠 것을 정합니다. 이로써 약속된 땅에 모여 함께 제사를 봉헌함으로써 한 분이신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굳건해지게 됩니다. 또한 고아, 과부, 이방인등을 보호하라는 명령도 주어집니다. 고아와 과부 그리고 이방인은 당시 가부장제 사회에서 의지할 곳이 없는 사람들에 해당합니다. 신명기 법전은 그들 모두가 하느님 안에서 한 동족(형제)으로서 하느님께 속한 사람들이니 그들을 돌보아야 할 책임과 의무가 이스라엘에게 있음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27-28장에서는 계약의 갱신과 그에 따른 벌과 축복을 선포함으로써 하느님과 맺은 계약을 성실하게 지킬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계약을 지키지 않았을 때 주어지는 벌이 땅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심지어 “모든 민족들 가운데로 너희를 흩으실 것”(28,46)이며 “이집트로 도로 데려가실 것”(28,68)이라고까지 말씀하셨습니다. 땅은 이스라엘이 살아갈 수 있는 삶의 터전이면서 동시에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선물이며 계약의 표징입니다. 그런 점에서 땅과 관련한 저주를 내린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신명기가 최종 편집된 시기가 바빌론 유배를 겪은 다음이라는 사실입니다. 즉 신명기가 최종 편집되던 당시 이스라엘 백성은 바빌론의 침략으로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는 것을 지켜봤으며, 약속의 땅을 빼앗긴 채 바빌론에서 유배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찬란했던 영광은 사라졌고 하느님께서 약속해주신 땅은 이민족들에게 빼앗겼습니다. 따라서 신명기를 읽는 당시의 이스라엘 백성에게 계약을 어기고 율법을 지키지 않았을 때 주어지는 땅에 대한 저주의 말씀은 바로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말씀이 됩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왜 이러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는지를 깨닫게 하고 회개하여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갈 수 있는 이정표가 됩니다. 29-30장에서 모세는 세 번째 연설을 하는데, 여기서 모세는 지나간 역사를 교훈 삼아 생명으로 이끄는 길과 죽음으로 이끄는 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31-34장에서는 모세의 마지막 장면과 여호수아를 임명하는 내용이 전해집니다. 신명기는 이스라엘에게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6,4)라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하느님과 하느님 백성과의 관계는 유일한 사랑의 관계임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이집트 탈출 사건을 비롯한 지난 과거를 일깨우면서 그런 하느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며 돌보고 계신지를 잊지 않도록 하며, 한 분이신 하느님을 합당하게 섬길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십계명을 비롯한 신명기 법전의 많은 규정들이 지향하는 바도 이와 같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규정들은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 위해서 채워야 하는 조건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제적 사랑을 받고, 하느님의 백성으로 선택을 받은 사람들이 맺어야 하는 열매가 됩니다. 그리고 신명기에서 하느님은 질투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보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랑의 하느님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얼핏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데 이는 ‘질투’라는 말이 가지는 오해 때문입니다. 질투라고 번역된 히브리어 ‘칸나’는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질투와는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질투(칸나)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축복하고 계약을 맺으신 뒤 성실하게 계약을 지키시는 것처럼 이스라엘도 하느님께 성실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질투하시는 하느님은 성실하게 계약을 지키면서 이스라엘을 당신의 돌봄 아래 두고자 하시는 사랑의 하느님과 다르지 않습니다. 동영상 보기 https://youtu.be/LBU_G2rtQMA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1년 4월호, 노현기 신부(사목국 기획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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