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개월간 전국 모든 성지순례 함께한 김금옥,명기, 순옥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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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숙(앞줄 왼쪽부터)ㆍ김금옥ㆍ김순옥씨, 김명기(뒷줄 왼쪽)ㆍ김순옥씨가 성지순례사목소위원장 옥현진 주교가 성지순례 완주자에게 수여하는 축복장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
평균 연령 73세 삼남매가 전국 111개 성지를 순례했다. 맏이 김금옥(아녜스, 80)씨와 둘째 김명기(야고보, 75)씨, 막내 김순옥(이레네, 63)씨는 지난해 7월부터 3개월 동안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성지순례사목소위원회가 펴낸 「한국천주교성지순례」를 들고 전국 모든 성지를 함께 순례했다. 삼남매는 "하느님의 은총을 느낄 수 있었던 은혜로운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보기 드문 삼남매의 성지순례는 막내 순옥씨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미국에서 살고 있던 순옥씨는 '한국에 가면 언니, 오빠랑 꼭 성지순례를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지난해 한국으로 들어와 순례 준비를 하던 중 교계 신문에서 「한국천주교성지순례」를 들고 모든 성지를 순례한 완주자들의 기사를 보고 언니와 오빠에게 "지금 당장 순례를 시작하자"고 제안했고 두 사람이 흔쾌히 동의하면서 순례 여정이 시작됐다.
연료비를 절약하려고 소형차도 한 대 구입했다. 명기씨의 아내 김순여(안나, 63)씨와 금옥씨 본당 지인 박종숙(모니카, 83, 서울 종암동본당)씨도 함께하기로 했다.
7월 28일 대전교구 솔뫼성지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시작한 순례는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됐다. 신앙의 해에 끝나기 전에 순례를 마치겠다는 목표를 세웠기에 여유를 부릴 수가 없었다. 일주일에 4~5일씩 순례를 떠났다. 새벽 4시에 서울을 출발해 하루 종일 성지를 순례했다. 하루에 1000㎞를 운전한 적도 있다.
힘든 일도 많았다. 제주 추자도에 있는 황경한 묘를 순례하기 위해서는 배를 타야 했는데, 금옥씨는 높은 파도 때문에 탈진 직전까지 갈 정도로 멀미를 했다. 치명자산 성지에서는 박종숙씨가 넘어져 다치기도 했다.
젊은 사람도 지칠 법한 힘든 일정이었지만 아무도 불평하거나 불만을 터뜨리지 않았다. 성지를 순례하고 미사를 봉헌하는 기쁨은 모든 어려움을 잊게 해줬다. 이들은 순례를 하면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미사에 참례했다. 성지 담당 신부들의 격려는 큰 힘이 됐다. 배론성지 담당 여진천 신부는 "순례를 마치고 찾아오면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세 남매는 부산교구 김범우 묘를 순례할 때 봤던 성모동굴성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입을 모았다. 명기씨는 "늦은 밤에 힘들게 길을 찾아 도착해 성모동굴성당에 들어갔는데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세 남매는 10월 31일 대구대교구 진목정 성지순례를 마지막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늘 제일 앞에 서서 동생들을 이끌었던 금옥씨는 "하느님이 도와주셔서 순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고, 박종숙씨는 "신앙 선조들은 힘들게 신앙을 지켰는데 나는 그동안 너무 편안하게 신앙생활을 한 것 같아 죄송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매주 한 차례 이상 만날 정도로 우애가 돈독한 삼남매는 "신앙의 해 안에 순례를 마치겠다는 생각 때문에 순례보다 '방문'에 초점을 맞춘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 든다"면서 "앞으로 천천히 다시 한 번 순례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ㆍ사진=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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