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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경 73 성경 통독 길잡이: 역대기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10-30 조회수2,908 추천수1

[성경 73 성경 통독 길잡이] 역대기

 

 

역대기는 아담에서부터 시작하는 족보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족보는 무려 9장에 이를 만큼 장대합니다. 역대기는 왜 갑자기 족보를 언급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이 족보는 사울 임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9장과 10장에서 잠깐 언급한 뒤 11장부터는 다윗 임금에 대한 이야기가 역대기 상권 마지막 장인 29장까지 펼쳐집니다. 그리고 역대기 하권은 솔로몬 임금의 통치가 9장까지, 그리고 10장부터 36장은 솔로몬 이후 바빌론 유배와 예루살렘 귀환 직전에 이르는 남북 왕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재미난 것은 열왕기와 달리 역대기는 남북 왕국의 역사에서 북 이스라엘 왕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남 유다 왕국에 대한 이야기만을 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사무엘기와 열왕기 상・하권에서 다 다룬 이야기들인데 왜 역대기는 이를 다시 언급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역대기가 전하고 있는 내용은 사무엘기, 열왕기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말씀드린 것과 같이 1-9장은 아담부터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지나 다윗에 이르는 선조들의 족보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저자는 자신들, 즉 이스라엘 백성의 기원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인류의 기원과 동일함을 밝힘으로써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당신 백성으로 뽑으셨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의 계보를 이야기하면서 다윗 임금과 레위 지파를 강조합니다. 여기에는 역대기 저자의 신학적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열왕기는 신명기계 저자에 의해서 최종 편집이 되었고, 신명기계 저자는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신명 6,4)라는 신명기 신학을 바탕으로 해서 다윗과 솔로몬의 잘못과 실패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대기 저자는 예루살렘의 성전 공사를 준비했던 다윗 왕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다윗 왕조에 대한 상반된 평가 등을 바라봤을 때 열왕기와 역대기가 서로 다른 시점에서 작성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역대기는 BC 5세기 중엽부터 시작해서 4세기 초 사이에 작성되었고, 최종 편집은 BC 2세기경 이전에 이루어졌습니다. 바빌론 유배가 BC 539년에 종식되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역대기는 사실상 그 이후에 작성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유배를 마치고 약속의 땅으로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에게 중요한 것은 예루살렘 성전을 중심으로 다시금 공동체를 재건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하느님의 집인 성전 공사를 시작했던 다윗 임금을 높이 평가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다윗과 함께 레위 지파를 강조한 것은 새롭게 재건할 성전을 중심으로 해서 이스라엘 백성 공동체를 만들어 가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성전 제사를 담당할 사제직과 레위인들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10장부터 역대기 상권 마지막 장인 29장까지는 다윗 임금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사무엘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등장하지 않으며, 사울 임금도 이름 정도만 거론될 뿐 전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밧 세바와 간통을 저지르고 우리야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사건 등 다윗 임금의 약점이나 잘못과 관련된 내용들은 삭제한 채 다윗 임금에 대한 긍정적인 면만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전 건축과 관련해서 다윗 임금을 칭송합니다. 실제로 성전을 건축한 것은 솔로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역대기 저자는 다윗 임금이 사제단과 레위인, 성가대, 성전 문지기 등 세부적인 성전의 조직까지 포함해서 성전 건축과 관련한 모든 것들을 다 미리 준비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윗 임금에 대해서 왜 역대기는 이렇게까지 칭송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역대기가 실제로 저술되던 당시 상황과 그들의 처지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집을 마련하는 등 하느님 보시기에 옳은 일을 한 다윗에게 하느님께서는 다윗 왕조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약속하셨는데, 이 약속은 바빌론 유배를 마치고 돌아와 성전을 재건하며 새롭게 시작하려고 하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자신들의 삶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생존과 번영에 대한 약속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역대기 저자는 이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역대기 하권 1-9장은 솔로몬 임금의 통치 내용을 말하고 있습니다. 역대기 하권은 솔로몬에 대해서도 다윗 임금과 마찬가지로 정략적 목적을 지닌 혼인 문제와 그에 따른 이교 신을 위한 산당을 짓거나 제사를 바치며 우상숭배를 허용한 일 등 부정적인 내용은 삭제한 채 긍정적인 내용만 전하고 있습니다. 솔로몬의 업적 중 가장 큰 업적은 다윗이 계획한 성전 건축을 완성한 것이었습니다. 하느님은 그런 그에게 많은 부와 지혜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마지막 부분인 10-36장은 솔로몬 이후 남과 북으로 분열된 시기와 바빌론 유배 그리고 페르시아 임금 키루스의 칙령에 따른 예루살렘 귀환 직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열왕기와 달리 역대기는 여기에서 북 이스라엘 왕국의 역사를 거의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솔로몬 이후의 임금에 대해서도 아사, 여호사팟, 히즈키야, 요시야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데 이들은 모두 성전을 보수하거나 전례를 개혁하는 데 힘을 쏟았던 임금들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역대기는 같은 시기, 같은 대상을 다루면서도 열왕기와 달리 철저하게 다윗 임금 중심으로, 더 나아가 성전 중심으로 당시를 회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하느님 백성의 역사를 임금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통치하시는 신정(新政)의 역사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또한 열왕기에서 살펴봤듯이 신명기계 역사가들이 왜 우리가 예루살렘 파괴, 바빌론 유배와 같은 재앙을 겪게 되었는지에 대한 원인론적 고찰을 하고 있는 반면, 역대기계 역사가들은 하느님 백성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다윗 임금에게 하신 하느님의 약속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하느님의 그 약속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성전의 회복(하느님 백성으로서의 제의 공동체 추구)이라는 전망 아래에서 희망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동영상 보기

https://youtu.be/a8yTSJGxP7M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1년 11월호, 노현기 신부(사목국 기획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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