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주간 - 성경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길잡이 책 옆에 끼고 성경 읽기 맛들이다보면 어느새 성경 박사 한국 교회는 1985년부터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간을 ‘성서 주간’으로 정해 신자들이 성경을 자주 읽고 묵상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올해는 11월 21일부터 27일까지다. 교회가 성서 주간을 별도로 지정해 성경을 가까이하기를 권하는 것은 성경이 신앙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성경이 우리 신앙을 지탱하고, 교회를 유지하는 근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여전히 성경을 전문 지식이 필요한 어려운 책으로 여기고 있어 안타깝다. 이에 성서 주간을 맞아 신자들이 보다 성경에 친숙할 수 있도록 쉽게 안내해주는 길라잡이들을 모아보았다. 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성경은 하느님의 말씀을 담은 그리스도교 경전이다. 따라서 성경 내용을 모른다면 창조주이신 아버지 하느님의 구원 섭리와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업, 성령께서 이끄는 교회의 사명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므로 성경은 그리스도인 삶의 토대이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실천해야만 예수 그리스도를 삶의 중심에 둘 수 있다. 성경의 모든 내용은 “예수는 그리스도이시다”(마태 16,16)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한 처음부터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생명과 은총, 진리 등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해 생겨났고,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으며,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인간을 구원하셨다는 게 성경의 핵심 내용이다.(요한 1장 참조)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새우신 새로운 계약(신약)과 하느님께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과 맺은 옛 계약(구약)의 내용을 구분된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스라엘 신앙의 밑거름인 구약을 친히 완성하셨다. 그리스도 교회는 유다교의 거룩한 구약의 책들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데 필요한 출발점을 찾았기에 ‘하느님의 구원’이라는 하나의 큰 틀 안에서 신ㆍ구약 성경을 읽어야 한다. 성경을 올바로 읽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성경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할 경우 하느님의 말씀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경을 읽을 때는 무엇보다 먼저 하느님께서 우리의 구원을 위해 계시하시고자 한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성경은 성령을 통해 쓰였으므로 성령의 도우심으로 읽고 해석해야 한다. 성경 말씀을 왜곡하지 않으려면 본문 내용을 충실히 읽어야 한다. 그리고 성경이 쓰인 시대와 공간이 지금과는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인식 없이 성경을 마음대로 읽고 해석하면 자칫 교회 공동체를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 그래서 교회는 초세기부터 오늘날까지 하느님의 말씀을 전례 안에서 어떻게 선포할 것인지 그 방법과 신자들이 하느님 말씀을 익히는 법을 일깨우고 있다. 성경을 읽을 때는 무엇보다 기도가 따라야 한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모든 신자에게 그리스도교 생활을 완성하고 완덕에 이를 수 있도록 성경을 자주 읽고 묵상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히에로니무스 성인은 “성경을 모르면 결코 그리스도를 알 수 없다”고, 그레고리오 1세 대교황은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하느님의 마음을 배우라”고 강조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무엇보다도 먼저 매일 성경을 손에 잡고 그 말씀을 읽고 묵상해야”(「수도 생활 교령」 6항) 하며 “자신을 부르시는 그리스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성령께 기꺼이 응할 수 있어야 한다”(「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33항)고 권고하고 있다. 성경을 읽고, 말씀을 묵상하며 기도하는 것을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거룩한 독서)라고 한다. 살아 계신 주님과의 만남을 위해 매일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말씀을 우리의 삶에 인격화, 내면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것을 도와주는 구체적인 방법의 하나가 교회 전통에서 알려준 렉시오 디비나이다. 그래서 교회는 신자들에게 성경을 읽을 때 학문적인 독서 방법보다 마음으로 읽고 맛 들이는 렉시오 디비나 방법을 권장한다. 성경 길라잡이 △ 주석 성경(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경을 읽을 때 “시대 언어로 쓰인 주석서나 해설서 등을 참고하며 읽어나감으로써 자신의 삶에 내면화하고 실천하는데 힘써 달라”고 권고했다. 교회는 성경의 뜻을 제대로 알아듣기 위해서는 교회의 성전(聖傳)과 신앙의 유추(類推)를 염두에 두고 성경 전체의 내용과 통일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계시헌장」 12항) 신자들을 위해 이러한 신학적 작업을 집대성한 성경 해설서가 바로 「주석 성경」이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간행한 「주석 성경」은 신ㆍ구약 성경 각 권에 대한 입문과 함께 본문에 대한 각주(脚註) 및 참고 구절을 수록해 성경을 쉽고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주석 성경」은 46배판(188×257㎟) 3868쪽의 방대한 분량으로, 프랑스어 「공동 번역 성경」(La Traduction Oecumenique de la Bible =TOB)의 주석을 기초로 기존 「성경」에 입문과 각주를 붙인 것이다. 가톨릭은 물론 정교회와 개신교 등 거의 모든 그리스도인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주석 내용이 객관적이고 균형 감각을 갖추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 성경 역사 지도(엔리코 갈비아티ㆍ필리포 세라피니 지음 / 이성근 옮김 / 분도출판사) 「성경 역사 지도」는 성경에 나온 지역에 관한 상세한 해설을 곁들인 지도책으로 성경 옆에 둬야 할 첫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면 컬러로 성경 지도는 물론 성경 등장인물 이동 경로, 풍부한 자료 사진 등이 수록돼 성경의 역사와 문명, 생활상을 한눈에 꿰뚫어볼 수 있는 문화서이다. 문명 기원인 메소포타미아 약사를 시작으로 고대 이집트, 아브라함의 첫 번째 이주, 열두 지파에 분배된 약속의 땅, 페르시아 제국, 헤로데 대왕의 통치, 예수 일대기, 유다 전쟁 등을 거쳐 헬레니즘ㆍ로마 시대까지 다루고 있다. 성경 역사와 그 배경을 아우르며 지도와 사진, 그림, 도표로 성경을 입체적으로 재현했다. △ 교부들의 성경 주해(한국교부학연구회 옮김 / 분도출판사) 「교부들의 성경 주해」는 신ㆍ구약 성경 전권에 대한 교부들의 사상과 신앙을 그 정수만 뽑아 우리말로 옮겨 엮은 29권의 총서다. 성경 속에 흐르는 고대 그리스도교 교부들의 핵심 사상을 접할 수 있다. 미국 워싱턴 D.C. 드루대학교가 주관해 펴낸 「교부들의 성경 주해」 총서를 우리말로 옮긴 이 책은 교부들이 성경 본문에 대해 직접 주해한 내용뿐 아니라 시ㆍ수필ㆍ편지ㆍ설교ㆍ논문 등을 통해서 해설하고 묵상한 내용도 뽑아서 장, 절별로 정리했다. △ 신ㆍ구약 종주(안소근 수녀 지음 / 성서와함께) 성서학 박사 안소근(성도미니코선교수녀회) 수녀가 쓴 성경 안내서. 「구약 종주」는 구약 시대의 역사적 배경부터 오경과 역사서, 예언서 등 구약 전반에 걸친 배경을 알기 쉽게 엮었다. 창세기 1장에서 하느님은 식물을 먼저 만드시고, 인간을 만드셨다고 나오지만, 2장은 반대다. 또 역사적으로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후손의 수는 60만 명이 아니었고, 예리코를 함락시킨 것은 여호수아 시대의 일이 아니었지만, 성경은 다르게 기술하고 있다. 정확하지 않은 성경 내용은 그러면 거짓일까? 이러한 의문에 안 수녀는 구약성경을 관통하는 세계관인 ‘창조의 신성’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성경은 내용에 등장하는 정확한 숫자와 규모 아래에 깔린 원의(原意)를 이해해야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구약 종주」가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를 지도 삼아 하느님의 얼굴을 찾는 여정이라면, 「신약 종주」는 그 하느님의 얼굴인 예수님과 함께 걷는 여정이다. 신약 성경의 형성 과정과 역사 배경을 소개하고, 복음서 저자와 사도들, 첫 교회 공동체들의 증언을 담았다. △ 요한 묵시록 바르게 읽기(허규 신부/ 성서와함께) 요한 묵시록은 많은 이들에게 ‘읽기 난해한 성경’으로 오해받고 있다. ‘묵시문학’에 속하는 요한 묵시록은 환시를 이용해 초월적 세상과 현실을 구분하고, 종말과 심판이나 전쟁의 이미지를 많이 쓴다. 허규(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신부의 「요한 묵시록 바르게 읽기」는 요한 묵시록의 배경과 본문 해석, 풀이를 망라한 길잡이다. 요한 묵시록이 예언서냐 아니냐를 두고 가질 수 있는 의문, 종말과 심판이란 강력한 주제를 잘못 받아들여 왜곡해 해석하는 경우, 저술 시기 등과 관련해 꼼꼼히 풀이해 답해준다. 저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신앙을 지킨다면 하느님의 약속이 반드시 이뤄지리라는 위로와 희망의 가르침이 요한 묵시록의 내용이라고 강조한다.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11월 21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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