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이야기] 라자로 = [프토코스] “라자로라는 (이름을 가진 어떤) 가난한 이([프토코스])가 종기투성이 몸으로 누워 있었다.”(루카 16,20) 그리스어 원문 성경에는 “라자로라는 이름을 가진 어떤 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라자로”라는 이름은 아람어 또는 히브리어 ‘엘르아잘’의 그리스어식 생략형입니다. 그 의미는 ‘하느님께서 도와주셨다.’인데, 이름이 시사하듯이 라자로는 오직 하느님의 도우심에 의지하여 수동적인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던 존재입니다. “누워 있었다.”라는 말은 동사 ‘던지다.’의 과거완료 수동태로 ‘사람들에 의해서 부잣집 대문 앞에 던져져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라자로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자기 스스로 생명을 부지할 능력이 없는 “가난한 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루카 16,19-31)에서 ① 부자가 죽어서 가 있는 ‘저승’은 어디일까요? ② 부자는 무슨 잘못으로 저승에서 고통을 받는 것일까요? 먼저, 부자가 있는 저승은? 지옥일까요? 성경에는 지옥에 관한 언급이 여러 차례 나옵니다. 그중 마태 8,12; 13,42.50; 22,13; 24,51; 25,30; 루카 13,28에는 ‘울며 이를 간다.’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이는 동물이 울부짖고 으르렁거리며 물어버릴 듯 이빨을 드러내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지옥에 떨어진 이들이 맹수처럼 사납게 포효하며 물어뜯으려는 모습이 된다는 것은 결국 하느님과 원수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루카 16장 비유 이야기에서 부자는 아브라함을 “할아버지”로 부르며 도움을 청하고(24절), 아브라함은 부모가 자녀를 다정하게 부를 때 쓰는 표현(“얘야”; 25절)으로 그를 부릅니다. 이어 아브라함은 “우리와 너희 사이에는 큰 구렁이 가로놓여 있어, 여기에서 너희 쪽으로 건너가려 해도 갈 수 없고 거기에서 우리 쪽으로 건너오려 해도 올 수 없다.”(26절)고 말합니다. 여기에 나오는 동사 “가로놓이다.”는 ‘위치하다, 고정시키다.’라는 의미입니다. 이는 아브라함이 있는 곳과 부자가 있는 저승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는 뜻이지요. 27절에는 “부자가 말하였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간청하다, 기도하다.’란 동사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지옥에 있는 이들이 보이는 모습과는 분명히 다른 태도입니다. 부자가 있는 곳이 천국과는 명확히 구분되며, 부자가 ‘간청하고’ 아직까진 ‘자녀’로 불리는 상태라면, 그곳은 아마도 우리가 생각하는 곳일 듯합니다. 비록 이 비유에서 저승이 ‘연옥’이라고 정확하게 명명되지는 않았지만, 예수님의 비유를 통해 가톨릭교회의 교리인 연옥(『가톨릭교회교리서』 1030-1032항)의 존재를 인지할 수 있습니다. [2022년 3월 6일 사순 제1주일 의정부주보 11면, 이승엽 미카엘 신부(선교사목국 신앙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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