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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제들의 쇄신과 영적 완덕을 위하여-유흥식 주교님(대전교구장) 카테고리 | 천주교
작성자유타한인성당 쪽지 캡슐 작성일2015-12-15 조회수2,667 추천수0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사제를 해를 마감하며 - 그리스도의 대리자 사제 (3)
 
[3] 사제들의 쇄신과 영적 완덕을 위하여
메마른 세상, 하느님 사랑으로 촉촉히 적셔줘야
 
유흥식 주교(주교회의 성직주교위원회 위원, 대전교구장)
 
 
만일 사제들이 없다면 교회는 인간 역사 에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 이유이자 핵심이 되는 교회 사명을 실천할 수 없을 것이다. 즉,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으라"(마태 28,19), 그리고 "나를 기억하여 이 예식을 행하여라"(루카 22,19)고 하신 그리스도의 명령을 따를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제들이 착한 목자가 되기 위해 항상 쇄신된 모습으로 성덕을 향해 전진할 때 교회는 창설자이신 예수님의 뜻에 합당하게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제들이 쇄신된 삶을 살 때 영적으로 성숙하여 완덕으로 나아갈 수 있으므로, 쇄신된 삶과 영적 성숙은 함께 완덕으로 나아가는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기도하는 신부님이 되어주세요"
 
1. 항상 기도하는 사제
 
사제는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는 대화를 한다. 기도하는 사제는 하느님 눈으로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지혜를 지니게 되고, 발생하는 모든 일에 대한 해답을 하느님 안에서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기도에 소홀한 사제, 기도하지 않는 사제는 예수님과 친교가 없으므로 예수님을 닮기가 어려워, 사목활동에서 예수님 사랑을 전해주기 보다는 사제 자신의 생각을 주게 된다. "기도하는 신부님이 되어주십시오"는 신자들이 사제들에게 바라는 첫 번째 소망이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콩나물에 물을 주고나면 남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콩나물은 자란다. 기도는 기도를 통해 배운다. 사제가 모든 일을 기도로 시작하여 기도로 끝나는 삶을 살 때 늘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쇄신된 모습의 삶을 살게 된다. 하느님과 함께할 때는 같은 사목활동도 되풀이되는 일이 아니라 오늘 새로운 활동이 된다.
 
2. 항상 공부하는 사제
 
사제는 신앙의 스승이다. 예수님 가르침에 정통하고 이 시대의 징표를 올바로 읽기 위해 늘 공부하는 모습이어야 한다. 성경 말씀, 공의회 문헌, 가톨릭교회 교리서, 교황문헌과 사회교리 등을 깊이 연구하고, 시대정신을 읽을 수 있는 좋은 책들을 가까이 해야 한다. 그러므로 공부가 부족한 것은 사제에게 매우 나쁜 일이다. 사제들은 마르지 않을 깊은 탐구를 위해 허락된 공부에서 절대 손을 놔서는 안된다. 좋고 거룩한 책은 사제들의 구원이고, 그들을 많은 사악함에서 구출하는 사랑이다. 공부는 사제로 하여금 합당하게 조언할 수 있도록 학식있게 만든다. 또 지속적 공부는 끊임없는 위험에서 사제를 구출한다.
 
3. 공동체 아버지이자 아들이며 친구
 
사제는 성품성사를 통해 공동체 이름으로 하느님께 제사를 바친다. 따라서 사제는 항상 공동체 중심이 되어 아버지 역할을 한다. 사제가 공동체 중심이 된다고 하여 모든 일에 '전권'을 가진 사람은 결코 아니다.
 
또 사제는 공동체에 봉사하기 위해, 공동체를 위해 태어났다. 공동체 없는 사제는 생각할 수 없으므로 사제는 공동체로부터 탄생되는 공동체 아들이라고 부를 수 있다. 사제는 하느님 백성인 공동체와 더불어 공동체와 함께 하늘 아버지와의 만남을 향해 나아가는 종말론적 백성으로, 늘 공동체와 함께 걸어가는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사제들이 공동체 중심으로서의 아버지 역할만 강조하면 권위적 모습, 권위주의에 빠지기 쉽다. 공동체에 봉사하는 아들 역할, 공동체 동료 역할도 함께할 때에 사제의 다양한 모습이 아름답게 드러날 것이다. 이러한 사제의 삶은 성삼위의 삶을 그대로 실현하는 것으로, 이로써 모든 관계가 다이내믹한 사랑의 관계로 변화된다.
 
 
동료 사제들과 형제애 나눠야
 
4. 친교의 인간, 친교의 건설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교서 「새 천년기」에서 교회를 '친교의 원천이며 친교의 학교'로 만들어야 하는 중요성을 언급하시면서 친교 영성은 일반 사람들과 그리스도인을 교육하는 곳에서 항상 교육지도 원리로 삼아야 함을 강조했다(43항 참조).
 
교회가 친교의 원천이며 친교의 학교이므로 특별히 이 시대 사제는 친교의 인간, 친교의 건설자가 돼야 한다. 우선 사제들은 동료 사제들과 함께 형제애를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한다. 사제들이 복음의 빛으로 사목활동, 기도, 공부, 스포츠 등 일상의 삶을 나누는 것이다. 함께 기도하고, 식사를 하면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오늘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가?"를 자문해 보면서 서로의 생각이나 계획 등을 나누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이처럼 사제들 사이의 형제적 사랑의 분위기는 사제들이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들, 독신생활, 장상(주교, 본당신부)과의 어려움, 보좌신부나 평신도와 어려움은 물론이고 물질적 재물의 사용과 같은 어렵고도 미묘한 문제에 대하여도 쉽게 마음을 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이때 동료 사제의 어려움은 바로 나 자신의 어려움처럼 되어 동료의 십자가나 고통을 함께 나누어짐으로써 십자가는 가벼워진다. 사제가 독신의 삶을 사는 것은 '고아'처럼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을 우리 모두의 아버지로 모신 더 크고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기 위함이다. 사제가 살아야 할 친교의 삶을 특별히 세 차원에서 숙고해 보자.
 
▶ 말씀과의 친교
 
말씀을 구체적으로 살면 모든 행동과 사고방식, 판단기준이 복음적으로 흐른다. 말씀을 살면 그리스도 안에서 묵은 사람을 땅에 묻고, 사랑 안에서 '새 사람'으로 변화된다. 말씀은 항상 우리가 '살도록' 하고, 우리를 항상 자유롭게 만들며, 우리가 성덕으로 나아가도록 하고, 기쁨을 가져다 주며, 하느님 사업이 이뤄지도록 한다. 사제는 말씀을 생활에 옮기면서 모든 이들과 한 가족을 이룬다.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루카 8,21).
 
▲ 형제와의 친교
 
사도행전은 초대교회 공동체가 탄생하면서 나타난 아름다운 친교의 모습을 증언하고 있다. "신자들의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사도 4,32). 초대교회 공동체 형제들은 영혼과 물질적 친교(2코린 8-9 참조)뿐만 아니라 생각과 감정의 친교까지도 가져왔다.
 
우리는 형제를 사랑하기 위해 반드시 십자가를 사랑해야만 한다. 십자가는 하느님 백성 모두가 친교를 이루기 위한 '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관계는 그리스도인들 개인에게, 사제와 신자들 사이에, 교회 운동들과 단체들 사이에, 수도회들 사이는 물론이고 지역교회의 모든 관계에서 이뤄져야 한다. "무슨 일이든 이기심이나 허영심으로 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십시오"(필리 2,3).
 
▲ 성체와의 친교
 
사제들은 "이는 내 몸이다"는 말씀으로 빵과 포도주를 예수님의 살과 피로 변화시킨다. 성찬례는 예수께서 사제들을 통해 인간에게 베푸시는 최고의 사랑이다. 예수께서 당신의 살과 피를 음식과 음료수로 주셨으니, 사제도 이웃이 먹고 마실 수 있도록 자기 자신을 내어 놓아야 한다. 성찬례는 빵과 포도주의 모습으로, 늘 먹고 마셔야 하는, 이 세상에 현존하고 계시는 최고 사랑의 신비이다. 캄캄한 성당 감실 안에서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시고 우리를 만나주신다.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해 사제는 하느님과 함께 하는 거룩한 생활에 맛들이게 된다.
 
 
사랑하는 마음을 지닌 사제
 
5. 친교-교회의 사제: 마리아를 닮은 사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각박하고, 메마르고, 험악하며, 거짓이 많고, 매우 복잡하다. 돈 중심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하느님을 배제시킨 인간 중심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처럼 메마르고 거친 세상에 살고 있는 신자들이 따뜻한 어머니 사랑을 느끼는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 어머니 마음을 지닌 교회, 마리아를 닮은 교회를 건설하고, 마리아를 닮은 사제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회에 발을 디디면 항상 사랑받았다고 느끼고, 받아들여졌다고 느끼는 교회여야 한다. 내가 많이 부족하지만 교회 안에는 내가 설 수 있는 자리가 있다고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리 하느님은 '삼위일체의 하느님', '관계의 하느님', '친교의 하느님'이시다. 마리아를 닮은 사제는 모든 것에 우선해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제이다. 모든 것에 우선하므로 성사를 거행하기 전에, 말씀을 선포하기 전에, 환자를 방문하고 회합을 하기 전에 사랑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사제의 직무수행은 사랑을 통해 하느님 사랑을 전해주는 것이다. 마리아께서 예수님을 낳아주셨듯이 사제는 직무수행을 통해 이웃에게 예수를 낳아주는 작은 마리아가 되는 것이다.
 
[평화신문, 2010년 6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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