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로가 갈라티아인들에게 보낸 편지 (31) 율법 갈라티아서에 대한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바오로 서간의 주요 신학적 개념인, ‘율법’, ‘의로움’, ‘자유’에 관해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율법에 관련하여 갈라티아서에는 다소 상반된 내용이 발견됩니다. 바오로는 5,2-4에서 신앙인들이 율법을 준수하는 삶에 속하지 않음을 밝혔습니다(3,10; 4,4-5 참조), 하지만 5,14에서는 레위 19,18(“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말씀을 인용하면서 이웃 사랑이 하느님의 뜻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바오로는 편지 몸말에서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하신 약속(창세 12,3; 갈라 3,8)이나 아브라함의 두 아들과 그들의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창세 16장, 21장; 갈라 4,21-31)를 언급함으로써 율법을 신앙인의 삶에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율법과 관련하여 상반되어 보이는 내용들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바오로 사도에게 율법은 구속적(拘束的) 기능과 예언적(豫言的) 기능 두 가지로 해석됩니다. 처음에 율법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실 때까지 믿는 이들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감시자(παιδαγωγόϛ) 역할을 했습니다(3,24). 이때 하느님을 믿는 이들은 율법의 속박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때가 되어 당신 아들을 보내시어 율법 아래 있는 이들을 속량하셨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셨습니다(1,4-5). 따라서 믿는 이들은 더 이상 율법의 속박 아래 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율법의 구속적 기능은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반면 율법의 예언적 기능은 예수님을 믿는 이들에게 언제나 유효합니다. 율법은 인간 구원을 위한 하느님의 계획을 담고 있습니다. 바오로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복음을 설명하면서 율법을 인용하는 것은 율법이 예수 그리스도를 예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율법은 예언적 측면에서 신앙인들에게 여전히 유효합니다. 율법의 두 가지 기능적 해석은 율법과 관련하여 상반되어 보이는 내용을 이해하게 해 줍니다. 바오로가 5,2-4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신앙인들이 더 이상 율법의 구속력 아래 있지 않음을 표현합니다. 반면 5,14의 언급과 편지 몸말에서 창세기 말씀 인용은 율법의 예언적 기능에 초점을 두어 하느님의 뜻을 밝히고 있습니다. 신앙인이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그것이 하나의 율법 조항이기 때문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의 결과, 곧 하느님께서 당신 자녀들에게 보여주신 사랑의 결과입니다. 마치 바오로의 고백처럼 말입니다. “내가 지금 육신 안에서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바치신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한 믿음으로 사는 것입니다”(2,20). [2022년 5월 15일 부활 제5주일 광주주보 숲정이 3면, 김영남 가브리엘 신부(학다리 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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