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로가 갈라티아인들에게 보낸 편지 (32) 의로움 “의로움”이란 표현은 본디 하느님 앞에 올바르게 서 있는 신앙인의 모습을 나타냅니다. 바오로는 갈라 3,6에서 창세 15,6의 아브라함의 의로움을 인용합니다. “그가 하느님을 믿으니 그것이 그의 의로움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아브라함이 하느님으로부터 의롭다고 여겨진 것은 그가 할례와 율법을 준수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하느님의 섭리와 은총을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사람이 율법에 따른 행위가 아니라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2,16)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이와 더불어 갈라티아서의 “의로움”은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바오로가 아브라함의 믿음과 의로움,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축복에 관한 성경 말씀을 인용한 것은 하느님께서 이민족(비유다인)도 믿음으로 의롭게 하신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서였습니다(3,6-9). 의롭게 되는 것과 아브라함의 후손이 되어 하느님의 축복을 받는다는 사실이 동일한 것으로 서술되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신앙인들 모두 당신의 자녀가 되게 하셨습니다(4,4-5). 이런 의미에서 의로움은 아브라함의 후손이자 하느님의 자녀됨을 표현합니다. 바오로는 이러한 신학 개념을 토대로 갈라티아인들의 신원을 강조합니다. “여러분이야말로 아브라함의 후손이며 약속에 따른 상속자입니다”(3,29); “그대는 더 이상 종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입니다”(4,7) 바오로가 갈라티아인들이 이미 의롭게 되었음을 강조하는 것은 그들의 잘못된 확신을 바로 잡기 위해서였습니다. 바오로는 갈라티아인들에게 말합니다. “율법으로 의롭게 되려는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와 인연이 끊겼습니다. 여러분은 은총에서 떨어져 나갔습니다”(5,4). 갈라티아인들은 율법 규정에 기대어 의로움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고 있는 사실은 육(필요성)에 따르는 행동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의화(義化)라는 은총에서 떨어져 나가게 한다는 점(2,21 참조), 곧 하느님의 자녀이기를 포기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아울러 갈라 5,5에서 바오로는 그리스도인의 올바른 삶에 대해 설명합니다. “믿음으로 말미암아 성령을 통하여 의로움에서 오는 희망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필자 번역), “의로움에서 오는 희망”은 신앙인들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됨으로써 희망할 수 있게 된 상속 재산, 곧 “하느님 나라”(5,21)를 가리킵니다. 바오로는 갈라티아인들에게 그들이 이미 의롭게 되었다는 사실, 그러기에 율법으로 의롭게 되려는 그들의 노력이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2022년 5월 22일 부활 제6주일 광주주보 숲정이 3면, 김영남 가브리엘 신부(학다리 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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