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이야기] 의로움

지난주에는 의로움이 먹고 마시는 것처럼 인간의 기본적 욕구에 속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제 의로움의 참뜻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의로움이란 무엇일까요? 먼저 세상에서 말하는 인간의 의로움과 정의(正義)는 성경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의로움이나 인간의 의로움과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의로움(righteousness)이란 ‘정의’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이행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인간의 정의란 종종 정치, 경제, 사회 차원에서 규정되곤 합니다. 개인이나 단체, 국가의 이해타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요. 합리적이라는 이유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어떤 가치가 상대화될 수 있습니다.

2010년, 예비 노벨평화상으로 평가받는 ‘간디.킹.이케다 평화상’을 수상한 미네소타 대학교 박한식 명예교수는 그의 회고록 『평화에 미치다』 (2021.6.25, 삼인)에서 인권에 관해 여섯 가지로 언급했습니다:

① 생존권 (life right) - 생명을 유지할 권리로 가장 중요한 차원

② 귀속권 (belonging right) - 단체에 소속되어 삶을 영위할 권리

③ 평등권 (equality right) -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

④ 선택권 (choice-making right) - 어떤 가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

⑤ 사랑권 (love right) - 사랑할 수 있는 권리

⑥ 해방권 (liberation right) - 시간과 공간의 구속에서 벗어날 권리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권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하느님으로부터 생명을 부여받았기에 그 생명을 유지하고 존엄성을 보호받을 권리를 반드시 가집니다. 그런데 오늘날 인권탄압이 이루어지는 나라로 낙인찍힌 대상을 향한 국제적 경제 봉쇄는 단지 ‘의로움을 실현하는 정의’로만 인식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림자가 있습니다. 경제 봉쇄로 인해 무고한 이들의 가장 중요한 생존권이 침해받는 것입니다. 가혹한 경제제재로 수많은 사람이 굶어 죽는 처지에 놓인다는 사실은, 인간의 정의와 의로움이 힘의 논리에 의해 지배될 수 있고, 그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불의한 일인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의로움은 세상의 한계를 넘는 하느님의 의로움으로 인간적 정의를 완성하십니다. 성경은 하느님의 의로움과 인간의 의로움 모두를 보여줍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 구원에 대한 약속과 실현을 이행하심, 곧 깊은 자비로 구원 사업에 충실하심으로써 당신이 의로우신 분임을 드러냅니다(로마 3,26; 2티모 4,8; 묵시 16,5 참조). 또한 인간의 의로움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세워진 규범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가능하게 됩니다(마태 13,49; 25,37 참조).

[2022년 6월 12일(다해)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의정부주보 11면, 이승엽 미카엘 신부(선교사목국 신앙교육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