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특별한 인물들] 정체성의 혼란을 가졌던 모세 모세는 이스라엘 역사상 우뚝 선 민족의 지도자입니다. 그의 이야기는 탈출기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성경에 보면 이집트에 내려간 야곱의 일가는 평화로웠습니다. 그러나 훗날 요셉을 모르는 새 파라오가 등장하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숫자가 불어나자 위협을 느끼고 탄압정책을 쓰기 시작한 겁니다.(탈출 1장 참조) 히브리인들에게서 태어나는 아들은 모두 강에 던져 버리고, 딸은 살려주죠. 모세는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 최악의 상태로 박해를 받고 있을 때 태어났습니다. 모세의 부모는 학살을 피해 모세를 바구니에 실어 강물에 띄워 보내고, 다행히 파라오의 딸이 발견한 모세는 이집트 궁정에서 지내게 됩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모세는 완전한 이집트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스라엘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모세는 성장하면서 자신의 삶 안에서 점차 갈등을 느꼈을 것입니다. “나는 과연 누구인가? 이집트인인가 아니면 히브리인인가?”라는 갈등말이죠. 이는 외국 이민자들의 자녀 세대에서 잘 나타나는 현상으로 정체성의 문제입니다. 모세의 내면은 두 명의 어머니와 다른 민족성, 상이한 종교와 문화의 갈등으로 가득 차 있었을 겁니다.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게 되면 보통 사람들은 병리적인 우울증을 경험합니다. 이집트 공주의 아들로서 왕자와 같은 대우를 받으며 살고 있었지만, 내면적으로는 고된 노예 생활을 하고 있던 히브리인들이 바로 자신의 동족임을 알고 갈등하며 성장했을 것입니다. 모세는 결국 권력의 주변을 맴돌 수밖에 없는 이방인인 자신의 처지를 인식했을 것입니다. 내적인 갈등과 이중적인 가치관은 모세로 하여금 갈등하게 만들었을 테고, 갈등으로 인한 불안을 억압하면서 살았겠지요. 그러던 중 40세쯤 되었을 때 모세는 노예들을 감시하던 이집트 경비병과 시비가 붙어 그를 죽이고 광야로 도망칩니다. 이 우연한 사건은 모세의 일생을 뒤바꾸어 버렸습니다. 모세의 인생 여정과 드라마틱한 사건들은 이스라엘 민족의 지도자로서 수업 과정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하느님이 당신의 일꾼을 부르시고 쓰실 때는 인간의 생각과는 전혀 다를 때가 많습니다. 광야로 도망친 모세는 미디안 사제인 장인 이트로의 양 떼를 치는 목자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양 떼를 몰고 호렙산을 지나던 그는 하느님의 천사가 떨기 가운데서 타지 않는 것을 보고 그곳으로 달려가죠. 그때 하느님께서 “모세야, 모세야” 하고 부르셨습니다. 모세는 무섭고 떨렸습니다. 그는 부르심을 받고도 자신감 없는 태도를 보이지만, 결국 소명을 받아들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된 모세는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에서 탈출시킵니다. 성경을 보면 모세는 분명히 다혈질이고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였던 것 같습니다. 모세와 같은 위대한 위인도 우리와 똑같이 부족한 인간이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됩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믿음을 소유했고 어떻게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2022년 7월 10일(다해) 연중 제15주일 서울주보 5면, 허영엽 마티아 신부(홍보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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