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돌무화과나무 돌무화과는 그 맛과 모양이 일반 무화과와 비슷하지만, 크기가 작고 당도도 더 낮습니다. 잎의 생김새도 일반 무화과와 달리 조그맣고 몽톡합니다. 요즘에는 이 열매를 거의 먹지 않지만 성경 시대에는 귀한 나무였습니다. 옛 다윗 왕실에서는 ‘바알 하난’이라는 사람에게 돌무화과 농장을 맡겨 돌보게 하였습니다(1역대 27,28). 돌무화과는 목재로도 유용하였는데요, 향백나무에 비해 가볍고 구멍이 많아 지붕 만드는 데 주로 쓰였고, 이집트인들은 이 나무로 미라를 보관하는 관을 짰다고 합니다. 다만 관리가 어려운 게 흠이었습니다. 열매를 먹으려면 익기 전에 하나하나 구멍을 내주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돌무화과나무하면 성경에서 두 사람이 떠오릅니다. 하나는 돌무화과 농사를 하다가 예언자로 나서게 된 아모스입니다(아모 7,14). 아모스도 아마 열매가 잘 익도록 일일이 구멍을 뚫어주는 일을 했을 것입니다. 그의 고향은 유다 광야에 근접한 성읍 “트코아”(1,1)로 남왕국 출신이지만, 활동은 북왕국에서 하였습니다. 당시 북왕국 임금은 예로보암 2세였는데, 남왕국 임금인 우찌야와 사이가 좋아 평화 관계를 유지하였고, 두 왕국을 심각하게 위협할 만한 외세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두 왕국 모두 다윗과 솔로몬 시대에 견줄 만큼 번영을 누립니다. 문제는 상류층이 부를 독식해 빈부격차가 극심해졌다는 점이지요. 일반 백성 사이에서는 종 신세로 전락하는 이들이 속출하였습니다(아모 2,6; 8,6).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 마음도 넓어질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가 자주 나타납니다. 아모스는 이런 사회의 불의를 꾸짖고 바로잡으려 등장한 예언자입니다. 돌무화과에 얽힌 또 다른 인물은 신약 시대 예리코의 세관장 자캐오입니다. 그는 예수님이 예리코를 지나실 때 그분을 보려고 돌무화과나무에 기어올라갑니다(루카19,1-10). 당시의 세관장은 과거 일제 앞잡이와 비슷한 취급을 받았는데요, 로마에 바칠 세금을 거둘 때 자기가 착복할 금액까지 갈취해 배를 불리곤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중의 존경을 받는 예언자가 나타나자 자캐오는 호기심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보려고 나무로 올라갑니다. 예수님께서 그런 자캐오를 보고 부르시자, 자캐오는 소경을 고쳐 주셨다(18,35-43)는 그 대단한 예언자가 본인 이름을 이미 알고 있으며 자기 같은 죄인도 사람 대접을 해준다는 점에 감동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선언합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재산의 절반을 나누어 주고, 사기 쳐 먹은 것이 있다면 네 배로 갚겠노라.’고 말입니다. 지금도 예리코에는 자캐오 나무로 전해지는 고목이 있습니다(사진). 돌무화과나무의 평균 수명은 육백 년 정도라 예수님 시대의 것은 아니겠지만, 그 위에 여럿이 오를 만큼 우람합니다. 이 나무 밑에 서면 김춘수님의 “꽃”이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바로 자캐오가 그 자리에서 자기 이름을 불러 주신 예수님께로 가 꽃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2022년 10월 2일(다해) 연중 제27주일(군인 주일) 의정부주보 6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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