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여호수아기의 결말(여호수아기 22-24장) 지난 순례에서 살펴본 대로 약속의 땅을 차지하고 분배하는 일은 여호수아기 21장에서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래서 여호수아기 21장은 이런 말로 끝납니다. “주님께서 이스라엘 집안에 하신 그 모든 좋은 말씀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다 이루어졌다.”(21,45) 여호수아기의 나머지 장들은 여호수아기의 후문에 해당되며, 여호수아가 이끌었던 한 시대를 결말짓는 내용들이 언급됩니다. 먼저 여호수아기 22장은 가나안 땅을 차지하기 위한 과업에 참여하였던 요르단 동편의 세 지파가 본래의 상속 재산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이야기합니다. 여호수아는 동편 지파들을 돌려보내면서 하느님의 계명과 율법을 지키고, 주님을 사랑하며, 그분의 길을 따라 걸으라고 당부합니다(여호 22,5 참조). 그들은 많은 전리품들을 나누어 받고 돌아가는 길에 요르단 강가의 글릴롯에 커다란 제단을 쌓았습니다. 이 일은 하느님께서 정하신 한 곳에서만 제사를 바쳐야 한다는 신명기의 가르침을 위반하는 행위처럼 보입니다(신명 12,13-14 참조). 서편 지파들은 동편 지파들의 이 행위를 하느님을 거역하는 배신행위로 보았고, 이들의 행위가 아칸의 범죄처럼 온 민족에게 하느님의 진노를 내리게 하지는 않을까 두려워하였습니다. 그래서 서편 지파들은 상황을 정확히 알아보기 위하여 10명의 수장들과 엘아자르 사제의 아들 피느하스를 그들에게 파견하였습니다. 요르단 동편 지파는 그들이 쌓은 제단은 제사를 바치기 위한 것이 아니며, 그들 역시 주님께 제사를 드릴 자격이 있음을 입증하는 증거로 세운, 주님의 제단의 모형일 뿐이라고 항변합니다. 사실 그들은 훗날 서편 지파가 동편 지파를 하느님과 무관한 지파로 차별하게 될 것을 염려하였던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런 일이 없지 않았습니다. 판관 12,1-6에 소개된 에프라임 지파와 길앗 사람들 사이의 갈등도 이런 차별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피느하스와 10명의 수장들은 동편 지파의 설명을 듣고, 그들이 주님을 배신한 것이 아니며, 주님께서 그들 가운데 계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들의 보고를 들은 서편 지파들도 모두 만족하였습니다. 이렇게 하여 자칫 전쟁으로 발전될 수 있었던 갈등이 원만하게 해결되었습니다. 여호수아기 23장은 연로한 여호수아가 이스라엘의 원로들과 우두머리들, 판관들과 관리들에게 남긴 유언입니다. 신명기 신학이 아주 풍부하게 나타나는 유언에서 여호수아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율법을 지키고 다른 신들을 섬기지 말 것을 강조합니다. 그들이 하느님을 사랑한다면, 한 사람이 천 명을 감당할 수 있게 되리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만약 그들이 하느님이 아니라 다른 신들을 쫓아간다면, 그들은 결국 이 땅에서 멸망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여호수아기 24장은 스켐의 장엄한 계약식에 대해 전해줍니다. 여호수아는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들을 스켐에 모이게 합니다. 그는 성조들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여 이집트를 떠나 광야를 거쳐 약속의 땅에 들어오게 되기까지의 역사를 회고한 후, 그들에게 야훼와 이방인의 신들 가운데 누구를 섬길 것인지 선택하라고 말합니다. 여호수아는 같은 질문을 세 번 하였고, 백성들은 그때마다 야훼를 섬길 것을 맹세하였습니다. 이날 여호수아는 스켐에서 백성과 계약을 맺고, 스켐 성소의 향엽나무 밑에 증거가 될 돌을 세웠습니다. 이 모든 일을 끝낸 여호수아는 110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팀낫 세라에 매장되었고, 그들이 이집트에서 가지고 올라온 요셉의 유골은 스켐에 묻혔습니다. 아론의 아들 엘아자르도 죽었습니다. 이들의 죽음과 매장에 대한 보도는 한 시대가 종결되었음을 알려줍니다.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이번 순례지는 서편 지파와 동편 지파가 갈등을 겪었던 글릴롯, 여호수아가 마지막 유언을 남긴 곳, 그리고 스켐, 이렇게 세 곳입니다. 어디든 여장을 풀고 가만히 머물러 보십시오. [2022년 12월 11일(가해) 대림 제3주일(자선 주일) 가톨릭마산 8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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