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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경에 빠지다6: 구약 성경 형성 과정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1-08 조회수1,580 추천수0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6) 구약 성경 형성 과정


다윗 시대부터 1000여 년에 걸쳐 정리된 경전

 

 

구약 성경은 다윗 시대부터 구약 말기에 이르기까지 1000여 년에 걸쳐 여러 사료와 자료가 수집 정리돼 편집한 경전들이다. 사진은 이스라엘 쿰란 공동체에서 발굴한 히브리어 성경 두루마리.

 

 

구약 성경의 세계에 빠져들기에 앞서 먼저 이 경전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간략히 살펴봅시다. 구약 성경은 다윗 시대부터 구약 말기에 이르기까지 약 1000여 년에 걸쳐 여러 사료와 자료가 수집 정리되고, 수정 첨가하면서 편집한 경전들입니다. ‘토라’인 모세 오경뿐 아니라 경전 대부분은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루어졌습니다. 예로, 탈출기에는 기원전 1000년께 다윗 시대의 법률이 수록돼 있는가 하면, 기원전 500년께 바빌론 유배기의 법률도 포함돼 있습니다. 또 시편에 수록된 150편의 시 가운데 가장 오래된 시와 제일 늦게 쓰인 시는 800년이라는 시차를 보여줍니다. 이는 구약 성경이 이스라엘 민족의 장구한 역사를 반영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구약 성경은 시대적으로 크게 세 단계에 걸쳐 형성됐습니다. 첫째, 기원전 1000년께부터 기원전 750년까지로 이스라엘 왕정 시대입니다. 이스라엘을 통일한 왕은 다윗입니다. 그리고 다윗을 이은 솔로몬 왕 때에 이스라엘 왕국은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솔로몬 왕 시기인 기원전 950년께 이스라엘 남부 유다 지역에서 뛰어난 학자들이 그때까지의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를 정리했습니다. 족장 시대부터 구전된 전승들을 체계적으로 글로 정리한 것이지요. 이들은 자신들이 쓴 사료 안에서 하느님의 이름을 “야훼”라고 불렀습니다. 그래서 이를 ‘야휘스트 사료’라 부르며, 알파벳 ‘J’로 표기합니다.

 

그러나 솔로몬은 이스라엘 백성이 ‘우상’으로 멸시했던 이방 신들을 섬겼고, 백성에게 과도한 세금을 징수하고, 불공평한 부역을 강요하는 폭정을 펼쳤습니다. 이에 북쪽 10개 지파와 남쪽 2개 지파가 지역 갈등을 겪었고, 백성들은 왕에게 불만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래서 솔로몬 사망 후 이스라엘 민족은 북 왕국 이스라엘과 남 왕국 유다로 쪼개졌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두 왕국으로 갈라진 뒤 북 왕국 이스라엘은 기원전 9~8세기 다시 한 번 자기 조상의 역사를 정리해 사료를 만듭니다. 이 사료를 엮은이들도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사료에서 하느님의 이름을 “엘로힘”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래서 이들 사료를 ‘엘로히스트 사료’라고 하며, 약어 ‘E’로 표기합니다.

 

둘째, 기원전 750년께부터 기원전 500년까지로 남북 왕국 패망과 바빌론 유배 시대입니다. 북 왕국 이스라엘은 기원전 721년 아시리아에 패망했습니다. 또 기원전 587년 남 왕국 유다가 바빌로니아에 멸망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지도층 인사들은 모두 바빌론으로 끌려가 유배 생활을 했습니다.

 

북 왕국이 망하기 얼마 전부터 바빌론 유배 시기까지 이스라엘 민족 사이에는 예언자들이 나타나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대였습니다. 구약 성경 예언서들의 주요 내용이 이 시대에 설교 되거나 기록됐습니다. 그리고 여호수아기, 판관기, 사무엘기 상ㆍ하, 열왕기 상ㆍ하의 주요한 줄거리도 이 시대에 엮어졌습니다.

 

특히, 북 왕국 이스라엘이 패망한 뒤 학자들이 남 왕국 유다로 피난 와서 기원전 650년께 율법을 새로이 정리했고, 그 내용을 모세의 유언으로 꾸몄습니다. 바로 ‘신명기’(申命記)입니다. 한자로 ‘율법을 펼쳐놓은 책’인 신명기는 헬라어로 ‘Δευτερονμιον’(데우테로노미온), 라틴어로는 ‘Deuteronomium’(데우테로노미움)이라고 하는데 우리말로 ‘두 번째 법’이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이 사료를 쓴 이들을 ‘신명기계 학파’라 하고 약어 ‘D’로 표기합니다.

 

신명기계 학파는 신명기뿐 아니라 앞서 말한 여호수아기, 판관기, 사무엘기, 열왕기를 저술했습니다. 이 책들을 ‘신명기계 역사서’라고 합니다. 신명기계 학파는 이스라엘 민족의 멸망 원인을 찾으려 이 책들을 기록했습니다. 그들은 모세의 가르침 곧 ‘하느님의 율법’을 충실히 살지 않아서 자신들이 멸망했다는 것을 민족들에게 일깨우고 있습니다.

 

또 기원전 587년 남 왕국 유다 멸망 후 바빌론으로 끌려간 예루살렘의 사제(제관)들은 유배지에서 깊은 성찰을 하고 많은 공부를 하며, 이스라엘 민족의 여러 사료를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자기들 나름의 관점에서 새로운 사료도 엮었습니다. 특히 예루살렘 성전 파괴로 더는 성전에서 하느님께 제사를 드릴 수 없어서 제관들의 제의에 관해 자세히 기록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사료를 ‘제관계 사료’라 하며 약어 ‘P’로 표기합니다.

 

셋째 단계는 기원전 500년부터 기원전 200년까지 바빌론 유배 이후 시대입니다. 기원전 5세기 중반 에즈라와 느헤미야 시대 때 오늘날 우리가 읽고 있는 토라 곧 모세 오경이 저술됐습니다. 이 시기 율법 학자들이 야휘스트와 엘로히스트 사료에 신명기께 사료를 덧붙인 후 제관계 사료를 합해 우리가 구약 성경에서 보고 읽고 묵상하는 모세 오경을 편찬했습니다.

 

또 바빌론 유배 시대 이후 예언자들의 전승들이 정리돼 예언서들로 편집됐습니다. 그리고 시편과 지혜서들도 다듬어졌습니다. 이러한 작업들은 대략 기원전 200년께 마무리됩니다. 마침내 이스라엘 백성의 유다교 성경, 그리스도교가 말하는 구약 성경의 제1 경전이 편찬된 것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1월 8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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