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진복팔단(眞福八端) 이스라엘 순례길은 늘 즐겁지만 기쁨을 최고조로 느끼게 해주는 성지는 ‘참행복 선언 성당’입니다. 예수님이 선포하신 진복팔단(眞福八端) 곧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로 시작하는 가르침(마태 5,1-12)의 장소입니다. 갈릴래아 호수 한 언덕에 자리한 이 성지는 진복팔단이라는 명칭 답게 팔각형으로 지어져 있습니다. 마태 5,1에 따르면, 예수님은 산에서 참행복에 대해 가르치셨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백성은 하늘과 가까운 산을 신성하게 여겼습니다. 모세도 시나이산에 올라가 십계명을 받아온 바 있지요(탈출 24,12). 사실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님의 모습은 모세와 여러모로 비슷합니다. 갓 태어난 아기 예수님이 헤로데의 위협 때문에 이집트로 피신하였다가 돌아오게 된 일(마태 2장)은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탈출한 뒤 가나안이 바라보이는 곳까지 걸었던 여정과 비슷합니다. 유다 임금의 탄생 소식을 접하고 어린 남아들을 학살한 헤로데는 히브리인의 번성을 두려워해 사내아이들을 죽인 파라오(탈출 1,22)가 생각나게 합니다. 아기 예수님이 헤로데의 학살에서 살아남은 건 파라오의 살해 위협에서 살아남은 어린 모세와 유사하고요. 예수님이 전하신 진복팔단은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주신 십계명을 떠올리게 합니다. 마태 5-7장에 나오는 ‘산상수훈’(山上垂訓)의 첫 가르침이 진복팔단이니 그 중요성이 엿보이지요. 다만 루카 6,17-23에서는 예수님께서 산이 아닌 평지에서 행복과 함께 불행 선언을 하신 걸로 서술합니다. 그 이유는, 마태오 복음이 모세를 아는 주로 유다인들을, 루카 복음은 이방인들과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이들을 대상으로 한 데 있습니다. 당시 군중은 유명한 설교가이자 기적을 행한다는 라삐의 가르침이 궁금하기도 했겠지만, 실은 굶주리거나 몸이 아파서 치유를 바라고 따라온 경우가 더 많았을 것입니다. 그들을 측은하게 여기신 예수님은 이사 61장을 인용한 말씀으로 희망을 주십니다. 가난하고 부족한 사람이 하늘나라를 차지하기 더 쉽다고 말입니다(마태 5,3-4). 그리고 하늘나라는 ‘내세에서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이라는 사실을 강조하시고자, 미래형이 아닌 현재형으로 선언하십니다(3.10절). 사실 그렇지요, 부족함이 없으면 하느님을 찾지 않게 됩니다. 그렇게 하늘나라와 멀어지게 됩니다. 고통은 결코 반가운 게 아니지만, 그 때문에 하느님의 도우심을 바라고 갈구하게 되니 하늘나라로 가까이 인도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고비를 넘을 때마다 하느님께서 함께하셨음을 깨닫게 되므로, 고통과 행복은 서로 모순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가리켜 ‘가련한 이들의 보호자’라고 하셨나 봅니다(시편 9,13; 34,7 등). 예수님은 결핍이나 역경이 불행과 동의어가 아님을, 하느님을 아는 것이 최고의 지혜이며 행복의 원천임을 알려주셨습니다. 진복팔단 성지에서는, 행복이란 쟁취하는 게 아니라 하느님을 아는 지혜로써 발견하는 것임을 되새기게 됩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2023년 1월 29일(가해) 연중 제4주일(해외 원조 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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