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복음서 이야기 (5) 성경 이야기 세계 2 – 설화자 오늘은 복음서가 이야기(Story)로서 지닌 특징인 설화자(Narrator)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라디오 방송을 듣다 보면 청취자의 사연을 들려주는 코너들이 있습니다. 청취자들은 사연을 들으면서 맞장구치며 공감하기도 하고, 때론 울고 웃으며 감동을 받습니다. 사연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사연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청취자가 사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진행자의 재치있는 입담과 맛깔나는 진행이 큰 역할을 합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목소리가 메시지 전달에 중요한 작용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성경 속에도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목소리인 설화자(Narrator)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어부 네 사람을 제자로 부르신 이야기(1,16-20)는 다음과 같이 시작합니다.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숫가를 지나가시다가, 호수에 그물을 던지고 있는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아를 보셨다. 그들은 어부였다.” 설화자가 예수님께서 첫 제자들을 만나신 이야기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이야기인 예수님께서 회당에서 더러운 영을 쫓아내신 사건(1,21-28)도 설화자의 설명으로 시작합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은 카파르나움으로 갔다. 예수님께서는 곧바로 안식일에 회당에 드어가 가르치셨는데, 사람들은 그분의 가르침에 몹시 놀랐다.” 이처럼 설화자는 이야기 곳곳에 개입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가면서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설화자와 복음서 저자는 다릅니다. 성경은 저자가 펜을 떼는 순간 저자로부터 독립하여 존재하는 이야기 세계입니다. 완성된 이야기 세계는 저자가 아닌 설화자의 목소리로 전달됩니다. 이렇게 설화학(Narratology)에서는 설화자와 저자를 구분합니다. 설화자는 마르코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고안한 문학적 장치인 것입니다. 마르코 복음서의 설화자는 3인칭 전지적(全知的, omniscient) 시점을 지닙니다. 주로 예수님과 제자들에 대해 관찰자의 입장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며, 사람들의 속마음(2,7; 3,6)과 예수님의 생각(2,8; 5,30), 예수님이 혼자 계실 때 있었던 일들(1,12-13; 14,35-36 등)도 알려주면서 독자들이 이야기의 흐름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 예수님의 말씀과 독자에게 낯선 표현, 풍습을 설명(5,41; 7,3-4,10 등)해주기도 합니다. 이렇듯 복음서를 이야기로 읽고 경청하는 이들에게 마르코가 설정한 성경 속 설화자는 이야기의 메시지를 파악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 구성 요소입니다. [2023년 2월 5일(가해) 연중 제5주일 광주주보 숲정이 3면, 김영남 가브리엘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