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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경에 빠지다9: 이집트 탈출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2-06 조회수1,508 추천수0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9) 이집트 탈출


이집트 탈출로 시작된 이스라엘 민족의 신앙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 탈출을 통해 하느님 백성으로 거듭났다. 그림은 코시모 로셀리 작 ‘홍해를 건너다’.

 

 

“요셉을 알지 못하는 새 임금이 이집트에 군림하게 되었다.”(탈출 1,8)

 

성경은 이스라엘 민족 탄생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합니다. 요셉 이후 이스라엘의 선조들은 이집트로 이주해 나일 강 하류 델타 지역인 고센 지방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요셉을 모르는 파라오가 나타나 히브리인들이 늘어나는 것을 두려워해 탄압하기 시작했습니다. “보아라, 이스라엘 백성이 우리보다 더 많고 강해졌다. 그러니 우리는 그들을 지혜롭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그들이 더욱 번성할 것이고,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그들은 우리 원수들 편에 붙어 우리에게 맞서 싸우다 이 땅에서 떠나가 버릴 것이다.”(탈출 1,9-10) 그래서 이집트인들은 파라오의 양식을 저장하는 성읍 피톰과 라메세스를 짓는 데 이스라엘 백성들을 강제 동원해 혹독하게 노동을 시켰습니다. 피톰은 텔 엘 아르타비, 라메세스는 타니스에서 남쪽으로 약 20㎞ 떨어진 칸티르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 히브리인 가정에서 아들이 태어나면 모두 강에 던져 죽였습니다. 이 무렵 모세가 태어났습니다.

 

「탈출기」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탄압받으며 종살이를 했다는 사실을 서슴없이 밝힙니다. 어느 민족이든 자신의 기원에 관해선 으레 신화적으로 묘사하는데 이스라엘은 달랐습니다. 미천한 조상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른 민족과 비교할 때 아주 대조적입니다. 그리고 성경은 종살이와 속박,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자신들을 구원해주실 분은 바로 하느님이라고 고백합니다.

 

모세는 히브리인들의 사내 아기를 모두 죽이라는 명령에도 불구하고 기적같이 살아납니다. 모세는 성장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기 위해 파라오와 극적인 교섭을 합니다. 파라오가 모세의 말을 듣지 않아 10가지 재앙이 내려집니다. 마지막 재앙은 하느님의 천사들이 이집트의 모든 짐승의 맏배와 모든 사람의 맏자식을 죽입니다. 이때 히브리인들은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발라 표시를 했기에 죽음의 천사들이 거르고 지나갑니다. 히브리인들은 기적같이 살아남아 모세의 인도로 이집트를 탈출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홍해를 건너 광야를 떠돌다가 시나이 산에서 야훼 하느님과 계약을 맺고 율법 곧 ‘십계명’을 받습니다. 그리고 가나안 땅에 들어가 정착합니다.

 

히브리인들이 이집트를 탈출한 시기는 기원전 1550~1200년 후기 청동기 시대입니다. 그리고 히브리인들이 이집트 종살이에서 탈출해 가나안 땅을 정복한 시기는 기원전 13세기로 이집트 19왕조의 세토스 1세와 람세스 2세 때라고 추정합니다. 성경학자들은 히브리인들이 세토스 1세 때부터 탄압을 받다가 람세스 2세 때 이집트를 탈출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히브리인들의 이집트 탈출은 이집트의 어떤 공식 문서에도 기록돼 있지 않습니다. 오직 성경의 기록뿐 입니다. 이는 이스라엘 백성의 이집트 탈출은 구세사 입장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탈출기 12장 37절은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아이들을 빼고 장정만 60만가량이라고 합니다. 또 탈출기 38장 26절에는 인구 조사를 받은 20살 이상의 남자만 60만 3550명이라고 정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성경학자들은 이 수를 이스라엘 민족을 형성하게 되는 부족들의 모든 조상이 그때 전부 이집트에 있었다는 뜻으로 풀이합니다.

 

또 탈출기 12장 38절에는 “많은 이국인이 그들과 함께 올라가고”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를 탈출할 때 히브리인만이 아니라 그 기회를 이용해 별의별 사람이 섞여서 종살이에서 도망을 쳤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성조 시대 마지막 인물로 ‘요셉’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요셉의 씨족이 제일 먼저 이집트로 내려와 살았을 것입니다. 요셉의 아버지 야곱은 네 명의 아내를 두었다고 했습니다. 야곱은 레아에게서 르우벤, 시메온, 레위, 유다, 이사카르, 즈불룬 여섯 아들을 두었습니다. 또 레아의 동생인 라헬에게서 요셉과 벤야민 두 아들 낳았습니다. 그리고 라헬의 몸종 빌하에게서 단과 납탈리를, 레아의 몸종 질파에게서 가드와 아세르를 두었습니다. 이렇게 야곱은 모두 열두 아들을 낳았습니다. 성경학자들은 야곱의 열두 아들 가운데 요셉계 씨족이 제일 먼저 이집트에 자리 잡았고, 다음으로 레위계 씨족들이 합류했으리라 추정합니다. 모세가 레위 지파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탈출기 13-14장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를 탈출한 경로를 알려줍니다. 히브리인들은 피톰에서 조금 떨어진 수콧에 집결합니다. 여기서 팔레스티나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필리스티아인들의 길’(탈출 13,17 참조)이라 불리는 해안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모세는 이 길이 아닌 에탐으로 가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곧 구릉 길을 택한 것이지요. 그 이유는 자기들을 죽이기 위해 쫓아오는 이집트 군인들을 피하기 위해서죠. 모세와 히브리인들은 ‘갈대 바다’를 건너 마라와 르피딤을 지나 시나이 산으로 갑니다.

 

이집트 탈출은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와 신앙의 근원이 되는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통해 이스라엘은 자유로운 백성이 되고, 자유로워진 덕분에 구세주인 야훼 하느님과 계약을 맺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2월 5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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