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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경에 빠지다12: 판관 시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2-27 조회수1,553 추천수0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12) 판관 시대


판관을 통해 이스라엘을 적으로부터 해방하시다

 

 

이스라엘은 가나안 정착 후 왕정이 들어서기 전까지 약 220년간 12명의 판관이 활동하는 판관 시대를 보낸다. 프랑수아 부셰, ‘기드온의 번제물’, 유화, 18세기, 루브르박물관, 프랑스.

 

 

가나안은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시기로 약속하신 땅입니다. “나는 네가 나그네살이하는 이 땅, 곧 가나안 땅 전체를 너와 네 뒤에 오는 후손들에게 영원한 소유로 주고, 그들에게 하느님이 되어 주겠다.”(창세 17,8)

 

가나안은 또 주님께서 약속하신 좋은 땅입니다. “너희가 차지하러 건너가는 땅은 언덕과 골짜기가 많은 땅으로,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촉촉이 적셔 주는 곳이다. 주 너희 하느님께서 돌보아 주시며, 주 너희 하느님의 눈이 한 해가 시작할 때부터 한 해가 끝날 때까지 늘 살펴 주시는 땅이다.”(신명 11,10-12)

 

가나안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입니다. “내가 그들을 이집트인들의 손에서 구하여, 그 땅에서 저 좋고 넓은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곧 가나안족과 히타이트족과 아모리족과 프리즈족과 히위족과 여부스족이 사는 곳으로 데리고 올라가려고 내려왔다.”(탈출 3,8)

 

가나안은 하느님의 땅입니다. “땅은 아주 팔지는 못한다. 땅은 나의 것이다. 너희는 내 곁에 머무르는 이방인이고 거류민일 따름이다.”(레위 25,23)

 

구약 성경은 가나안 땅의 경계를 동쪽 요르단 강, 서쪽 지중해, 남쪽 소금바다(사해) 남단에서 이집트 마른내 끝 바다, 북쪽 호르 산에서 하차르 에난까지라고 합니다.(민수 34,1-12)

 

셈어인 가나안은 구약 성경 안에서 ‘낮은 땅’, ‘자색’ ‘상인’ ‘서쪽 땅’을 가리키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특히, 그리스 사람들은 가나안 지역을 헬라어로 자색 물감을 뜻하는 ‘페니키아’라고 불렀습니다. 이 지방에서 자색 염료로 물들인 옷감을 생산하는 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가나안 사람들은 히브리인들과 같은 서부 셈족계라고 했습니다. 학자들은 이들이 맨 처음 알파벳을 고안해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후 이 알파벳이 페니키아와 그리스로 전해져 유럽으로 퍼졌다고 합니다.

 

도시 국가를 이루고 있던 가나안 사람들은 농경 민족이었습니다. 그들은 많은 생산을 목적으로 자식은 물론 짐승도 새끼를 많이 낳고, 곡식도 많이 소출하길 염원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신앙을 갖게 되었고, 황소 모양을 한 ‘바알’을 숭배하였습니다.

 

바알은 우리말로 ‘주인’이라는 뜻입니다. 가나안 사람들에게 있어 바알은 생명과 생산의 신이며 농사의 신이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겨울철 만물이 시드는 것은 바알이 죽음의 신인 ‘모트’와의 싸움에 졌기 때문이라고 여겼습니다. 봄에 만물이 소생하는 것은 죽었던 바알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라고 믿어 가나안 사람들은 이를 기념해 봄 축제를 열었습니다. 가나안 사람들은 다시 살아난 바알이 ‘아세라’(탈출 34,13; 신명 7,5; 판관 6,25) 여신과 결혼해 만물을 다시 생산한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가나안 사람들은 바알과 아세라를 숭배하는 축제 의식으로 그들을 대신해 서로 음행을 했습니다. 신을 섬기는 의식 자체가 이렇다 보니 가나안 사람들은 성적으로 문란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도 가나안에 정착한 후 점차 가나안 사람들에게 물들게 됐습니다. 그래서 훗날 예언자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습니다. 예언자들은 이스라엘이 멸망하고 바빌론 유배 생활을 하게 된 것도 결국엔 히브리인들이 바로 바알 우상을 떨쳐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합니다.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정착할 거의 같은 시기에 에게 해와 이오니아 해, 크레타를 기반으로 활동하던 해양 민족인 필리스티아인들이 가나안 해안지구에 상륙해 삶의 터전을 잡았습니다. 필리스티아인들은 호전적이었습니다. 그들은 시리아와 가나안 땅에 정착 후 내륙으로 진출하기 위해 페니키아와 우가릿, 비블로스, 므기또, 벳 산 등 가나안의 여러 도시를 침공했습니다. 또 메르네프타와 람세스 3세 치하의 이집트 왕국과 여러 차례 전투를 벌였습니다. 필리스티아인들의 가나안 정착 후 시리아와 팔레스티나 지역에 대한 이집트의 지배력이 눈에 띄게 축소됐습니다. 당연히 이스라엘과의 충돌도 잦았습니다.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정착한 이후부터 왕정이 들어서기 전까지 약 220년 시기를 ‘판관 시대’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부족 동맹 시대’라고 이해할 수 있겠죠. 구약 성경 「판관기」에는 12명의 판관이 등장하는데 그중 여섯이 ‘대판관’, 나머지 여섯이 ‘소판관’으로 불립니다.

 

판관은 말 그대로 백성들의 여러 송사를 해결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판관 시대 판관들의 주요 임무는 이스라엘에 재난이 닥쳤을 때 각 지파를 소집해 적을 물리치는 군사 지도자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을 위협한 주적은 필리스티아족이었습니다.

 

「판관기」는 신명기계 학자들이 짜놓은 일정한 도식에 따라 구성되어 있습니다. 1. 이스라엘이 우상인 바알을 숭배해 하느님과의 계약을 스스로 깹니다. 2. 이에 대한 처벌로 적들이 쳐들어옵니다. 3. 비로소 정신을 차린 이스라엘이 회개해 하느님께 구원을 간청합니다. 4. 이스라엘의 울부짖음을 들으신 하느님께서 개입하시어 판관을 통해 이스라엘을 적으로부터 해방해 주시어 평화를 되찾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2월 26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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