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복음서 이야기 (11) 성경 이야기 세계 8 – 시간적, 공간적 배경 - 제자들이 안식일에 밀 이삭을 뜯다, 제임스 티소트(James Tissot, 1836-1902) 作 오늘은 이야기의 3요소(인물, 사건, 배경) 중 배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배경(Setting)은 이야기에서 사건이 일어나고 등장인물들이 행동하는 시간적, 공간적 환경을 일컫습니다. 마르코 복음서 이야기 안에는 다양한 배경이 제시됩니다. 시간적 배경으로 아침(11,20; 15,1; 16,2), 낮(15,33), 저녁(1,32; 4,35 등)과 같은 일상적인 시간, 혹은 안식일(1,21; 2,23 등), 무교절 첫날(14,12)과 같은 종교적인 시간이 있습니다. 공간적 배경으로는 산(3,13; 5,5․11 등), 호수(4,1; 4,35 등), 광야(1,13; 8,4) 같은 자연적 공간, 혹은 집(1,29; 2,1 등), 마을(6,6.56), 길(8,27; 9,34 등)과 같은 일상의 장소, 회당(1,21.23; 3,1 등)과 성전(11,11.15; 13,1) 같은 종교적 장소가 있습니다. 해당 이야기의 배경은 대부분 이야기의 시작 부분에 소개됩니다. 제자들이 안식일에 밀 이삭을 뜯었던 이야기(2,23-28)를 예로 살펴보면, 시간적 배경(‘안식일’)과 공간적 배경(‘밀밭’)을 이야기의 시작 부분에서 밝히고 있습니다(2,23). 이야기의 배경이 명시적으로 표현되지 않아 수신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수님이 사천 명을 먹이신 기적 이야기(8,1-10)는 다음과 같이 시작합니다. “그 무렵에 다시 많은 군중이 모여 있었는데 먹을 것이 없었다”(8,1). 기적이 언제, 어디서 이루어졌는지 ‘그 무렵’이라고만 에둘러 표현되고 있습니다. 바로 앞 이야기에서 예수님이 팔레스티나 밖 이방인 지역에서 활동하신 것으로 보아(7,24-37) 사천 명을 먹이신 기적 이야기는 이방인 지역을 배경으로 삼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복음서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시간적, 공간적 흐름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복음서에 그려지는 예수님과 그분을 만난 이들 모두는 이천여 년 전 특별한 시공간에 실재했던 인물들입니다. 이야기에 배경을 제시함으로써 수신자는 인물의 행동과 사건을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배경의 기능은 인물들의 성격과 태도, 의식의 형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데 있습니다. ‘안식일’과 ‘밀밭’이라는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통해서 예수님이 안식일에 대해 당시 바리사이들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사천 명 넘는 이방인을 배불리신 기적 이야기는 그분이 유다인 뿐 아니라 이방인을 위한 그리스도이심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배경은 이야기의 인물과 사건에 의미를 더해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2023년 3월 19일(가해) 사순 제4주일 광주주보 숲정이 3면, 김영남 가브리엘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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