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들의 기쁨과 삶을 담은 사도행전 읽기 09] 그리스도교 세례의 특징인 성령 사도행전 18장을 보면, 아폴로라는 사람이 에페소에 도착해서,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하는데, “그는 요한의 세례만 알고 있었다.”(사도 18,25)고 루카는 전해 줍니다. 그렇다면 요한의 세례와 그리스도의 세례가 따로 있다는 말인지 조금은 의문을 자아내는 내용입니다. 세례라는 말은 ‘(물에) 넣다’, ‘목욕하다’라는 동사에서 나온 말입니다. 실제로 유다교에는 물로 몸을 씻는 정화의식이 있었습니다. 세례자 요한도 요르단 강에서 물로 세례를 베풀면서 새로운 윤리적인 태도를 취하라고 요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의 세례는 그리스도의 세례를 준비하기 위한 것입니다.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주었지만,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마르 1,8) 이를 통해 세례자 요한의 세례와 그리스도의 세례는 완전히 다르게 나타납니다. 요한의 세례는 주님의 오심을 준비하고자 하는 마음의 회개를 드러내는 참회의 표현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그리스도의 세례는 물만이 아니라 성령을 통한 세례입니다. 또한 그리스도의 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죄의 용서를 뛰어넘어 그리스도의 죽음과 무덤에 묻힘과 그분의 부활에 실제로 참여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사도 바오로는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그분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를 통하여 그분과 함께 묻혔습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을 통하여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 6,4) 결국 그리스도의 세례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삶,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 것이며, 이제 나 자신이 사는 것이 아니라 성령과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성령은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에게 부어주고(로마 5,5), 우리를 구약 율법의 속박에서 해방시켜 아브라함에게 했던 약속의 상속자가 되게 합니다. 또한 진리의 성령은 우리에게 하느님의 깊은 다스림을 깨닫고, 고백하게 하여,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임을 증명해 주고, 우리를 아버지께로 인도해 줍니다. 세례란 단순한 의식이 아닙니다. 몇 개월에 걸친 교리 과정을 이수했기에 받는 통과 의례도 아닙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삶의 모습으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례는 삶의 대전환이라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대전환과 변화의 중심에 바로 성령께서 계십니다.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인이 누구의 도움으로 살아가야 하는 존재인지 알려줍니다. “성령께서도 나약한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우리는 올바른 방식으로 기도할 줄 모르지만, 성령께서 몸소 말로 다할 수 없이 탄식하시며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해 주십니다.”(로마 8,26) 그렇기에 우리는 언제나 성령께 도움을 청해야 하고, 성령의 열매(갈라 5,22-23)를 맺는 영적인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2023년 3월 26일(가해) 사순 제5주일 서울주보 5면, 김덕재 안드레아 신부(사목국 성서못자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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