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복음서 이야기 (12) 성경 이야기 세계 9 – 구약성경 - 안식일에 밀 이삭을 뜯는 제자들의 행위에 대한 바리사이들의 항의, 구스타브 도레(Gusave Dore, 1832-1883) 作 오늘은 신약성경 이야기 속 사회 문화적 배경인 구약성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마르코 복음서 이야기는 구약성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개되기도 합니다. 예수님이 바리사이들과 나눈 대화(2,23-28)를 예로 살펴보겠습니다. 바리사이들은 안식일날 밀이삭을 뜯는 제자들의 모습을 보고 “저들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합니까?”라며 예수님께 묻습니다. 바리사이들은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내기 위해 어떠한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구약성경의 규정에 근거하여 제자들의 행동을 문제 삼고자 합니다(탈출 20,8-11; 참조 탈출 31,12-17; 34.21 참조). 이에 예수님은 다윗의 경우(1사무 21,1-6)를 예로 드시면서 안식일 규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사실, 더 나아가 당신이 안식일의 주인이라고 선언하십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에게 구약성경의 본래 취지와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도록 “너희는 읽어 본 적이 없느냐?”라고 되짚어 주신다는 점입니다. 구약성경 이야기는 (외부실화적 차원의) 수신자에게도 익숙한 내용입니다. 예수님이 풍랑을 가라앉히신 이야기(4,35-41)에는 다양한 구약성경 속 표현들이 존재합니다. ‘바람’(4,39; 탈출 10,13.19; 14,21), ‘돌풍’(4,37; 욥 38,1; 집회 48,9.12; 시편 107,25-30), ‘물결’(3,37; 요나 2,4)은 모두 하느님의 현현(顯現)과 관련된 구약성경 표현입니다. 배를 타고 가던 제자들이 거센 풍랑으로 두려운 나머지 주무시고 계신 예수님을 깨운 것은 폭풍으로 겁에 질린 뱃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요나를 깨운 것과 매우 흡사합니다(요나 1,1-16 참조). 이야기를 접하는 수신자는 예수님과 제자들 모습에서 요나 이야기를 연상하며 예수님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는 여기서 이러한 여러 암시가 등장 인물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제자들은 그저 거센 돌풍과 들이치는 물결에 대한 두려움으로 예수님께 도움을 청했을 뿐이었습니다. 반면 이야기 수신자들은 설화자가 심어 놓은 여러 구약성경 암시들을 통해서 제자들이 이해하지 못한 사실, 곧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의 다스림이 시작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마르코 복음서 이야기는 구약성경 속 내용을 바탕으로 전개됩니다. 따라서 성경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복음서에 어떤 구약 성경 말씀이 언급되고 있는지,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이 그 구약말씀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나아가 여러 구약성경 내용이 등장인물 혹은 수신자들에게(만) 주는 효과는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23년 3월 26일(가해) 사순 제5주일 광주주보 숲정이 3면, 김영남 가브리엘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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