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16) 다윗
이스라엘을 통일한 다윗, 황금기를 이루다 - 구약 성경은 다윗이 가장 훌륭하고 이상적인 임금이라고 표현합니다. 그 이유는 다윗이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의 율법을 지킨 임금이기 때문입니다. 카라바조 작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 빈 미술사박물관. 하느님께서 사울을 내치셨습니다. 사울이 길보아 산 전투에서 패하고 자결하자 유다 지파 베들레헴 출신 이사이의 작은아들 다윗이 헤브론에서 기름 부음을 받고 유다 집안의 임금으로 세워졌습니다.(2사무 2,1-6 참조) 그의 나이 서른이었습니다. 유다 왕국의 태조가 된 다윗은 사울 집안인 벤야민 지파의 이스라엘과 통일 전쟁을 벌입니다. 다윗은 7년 6개월간의 오랜 싸움 끝에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통일합니다. 그의 나이 서른일곱이었습니다. 사울의 왕위를 계승한 이스 보셋이 브에롯 사람 림몬의 아들 레캅과 바아나에게 살해되자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가 헤브론에 있는 다윗에게 몰려가 계약을 맺고 그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추대했습니다. 다윗은 이스라엘을 통일한 첫째 임금으로 40년간 통치합니다.(2사무 5,1-5 참조) 온 이스라엘의 임금이 된 다윗은 최우선으로 열두 지파를 통합하는 정책을 펼칩니다. 다윗은 유다 땅 헤브론도 아닌, 벤야민 땅 기브아와 요르단 강 건너 마하나임이 아닌 이스라엘 열두 지파가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중립 지대에 수도를 정하고 왕궁을 짓기로 합니다. 그곳이 바로 ‘예루살렘’입니다. 예루살렘은 지리적으로 이스라엘의 남쪽 부족과 북쪽 부족들의 경계선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도 당시 이스라엘의 어느 지파에도 속해 있지 않은 땅이었습니다. 그곳은 가나안 여부스족이 사는 난공불락의 요새였습니다. 다윗의 부하들은 우물과 지하 수로를 통해 몰래 숨어들어 가 예루살렘을 점령합니다. 예루살렘은 다윗의 개인 영지가 됩니다. 그래서 예루살렘을 ‘다윗의 도성’이라고 부릅니다. 다윗은 티로의 향백나무와 돌로 궁을 세웁니다. 다윗은 예루살렘에 신하를 두고 왕실의 권위와 위엄을 갖춥니다.(2사무 14,4-17; 15,1-6. 2사무 8,15-18 참조) 예루살렘을 통일 이스라엘의 수도로 정한 다윗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국가를 안정시키는 일에 주력합니다. 다윗은 먼저, 하느님의 계약 궤를 키르얏 여아림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겨옵니다. 그리고 계약 궤를 천막 안에 모십니다. 이로써 다윗은 모세 시대로부터 내려온 두 가지 주요한 성물인 계약 궤와 천막을 합치시킵니다. 또한, 놉에서 사제들이 숙청될 때 살아남은 엘리가의 에비아들을 비롯한 사제들을 예루살렘으로 데려와 왕실 소속 사제로 둡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가운데 현존하고 계신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였습니다. 비로소 다윗의 도성은 ‘하느님의 도성, 시온’이 됩니다. 다윗은 이스라엘 모든 백성으로부터 종교적으로 모세의 전통을 이어받은 지도자로 인정받습니다. 다윗의 야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다윗은 하느님의 계약 궤를 모신 낡은 천막을 이웃 나라의 신전을 모방해 화려한 왕궁의 성전으로 바꾸려 했습니다. 그러나 부족 동맹 시대의 보수적 정신을 대변하는 나탄 예언자가 이를 반대합니다. 나탄은 다윗에게 “나는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자손들을 데리고 올라온 날부터 오늘까지, 어떤 집에서도 산 적이 없다”(2사무 7,6)라고 환시에서 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그대로 전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 들은 다윗은 성전을 짓는 것을 포기합니다. 다윗은 종교적 기반이 다져지자 정복 전쟁을 펼칩니다. 그는 필리스티아인들을 이스라엘 땅에서 몰아내고 모압을 굴복시킵니다. 또 암몬과 아람, 에돔을 물리치고, 티로의 페니키아인들과는 연합을 맺습니다. 그는 이집트 홍해 아카바 만에서 레바논 산맥 헤르몬 산악지대와 다마스쿠스, 지중해 해안에서 아라비아 사막까지 지배하는 소제국의 통치자가 됩니다. 그가 정복한 땅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성조들에게 약속하신 땅의 이상적 경계를 보여줍니다. 다윗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확장한 임금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다윗에게 나탄 예언자를 통해 “네 몸에서 나와 네 뒤를 이을 후손을 내가 일으켜 세우고, 그의 나라를 튼튼하게 하겠다. 그는 나의 이름을 위하여 집을 짓고, 나는 그의 나라의 왕좌를 영원히 튼튼하게 할 것이다. 나는 그의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나의 아들이 될 것이다”라고 축복하십니다.(2사무 7,12-14) 아울러 하느님께서는 “너의 집안과 나라가 네 앞에서 영원히 굳건해지고, 네 왕좌가 영원히 튼튼하게 될 것이다”고 약속하십니다.(2사무 7,16) 이를 ‘다윗의 계약’이라 합니다. 다윗의 계약은 별다른 조건 없이 그대로 왕위가 영원히 존속할 것이라는 무조건의 약속입니다. 시나이 산 계약에서는 십계명을 충실히 지켜야 복을 받는다는 엄한 조건이 따르지만, 다윗의 계약에는 그러한 조건이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다윗의 후손 ‘메시아’와 시온-예루살렘은 다음 시대부터 그리스도인들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실현된 것으로 보는 약속의 성취에 이르기까지(루카 1,32-33) 점점 더 확고하게 이스라엘뿐 아니라 모든 백성을 위한 하느님 구원의 표지로 확장됩니다. 구약 성경은 다윗이 가장 훌륭하고 이상적인 임금이라고 표현합니다. 그 이유는 다윗이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의 율법을 지킨 임금이기 때문이라고 신명기계 역사서는 평합니다. 다윗은 40년 동안 이스라엘을 통치하다 기원전 970년께 일흔 살이 조금 넘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3월 26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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