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복음서 이야기 (16) 세례자 요한의 활동과 증언(1,2-8) - 광야의 성 요한, 도메니코 베네치아노(Domenico Venezano, 1410-1461) 作 마태오와 루카 복음서는 공통적으로 이야기 시작에 예수님의 족보(마태 1,1-17; 루카 3,23-38)를 전함으로써 예수님이 상상 속 인물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실존했으며, 구약성경에서 예고된 하느님의 계시를 완성하는 분임을 밝힙니다. 마르코 복음서도 비슷한 의도로 처음에 세례자 요한의 활동과 증언이 소개됩니다. 먼저 설화자는 구약성경 말씀을 인용합니다. 오래전 이사야 예언자는 광야에서 주님의 길을 마련하게 될 인물(이사 40,3), 곧 하느님(“내가”)이 당신 아들 예수님(“네”) 앞에 보내게 될 사자(“세례자 요한”)를 예언했습니다(탈출 23,20; 말라 3,1 참조). 수신자는 이사야의 증언을 생생하게 접하면서 구약에서 계시되었던,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구원계획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다음으로 설화자는 세례자 요한의 활동을 설명합니다. 요한은 이사야의 예언대로 ‘광야에서 활동하였으며, 죄를 고백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었습니다(1,4). 낙타 털옷이나 허리의 가죽띠, 그리고 메뚜기와 들꿀 같은 음식(1,6)은 요한이 주님의 길을 준비하는 사자일 뿐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예언자였음을 나타냅니다(즈카 13,4; 2열왕 1,8; 레위 11,20-23; 신명 32,13 참조). 마지막으로 설화자는 세례자 요한의 증언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1.7-8).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내 뒤에 오신다.” 그리고 요한은 자신이 기다리는 주님은 자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한 분으로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것이라 예언하고 있습니다. 수신자는 구약성경의 예언이 세례자 요한에게서 실현되고 있다는 사실, 더 나아가 그 예언의 대상이었던 세례자 요한이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에 관하여 예언하는 것을 직접 들음으로써 인류 역사에 중요한 전환점을 맞게 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너’라고 친밀하게 부르시는 분이 인류를 찾아와 구약의 예언이 완성되는 시점이 도래한 것입니다. 마르코 복음서에는 예수님이 세례를 베풀었다는 내용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성령으로 세례를 베풀게 될 것’이라는 요한의 증언은 무엇일까요? 여기서 세례는 세례자 요한이 요르단에서 베푼 예식을 초월하는 예수님의 여러 활동을 가리킵니다(마르 10,38-39 참조). 예수님은 세례 예식이 지향하는 것처럼 성령과 함께 하시며 사람들을 정화하여 하느님과 친교로 이끄십니다. 실제로 세례자 요한이 주님의 세례를 이러한 폭넓은 의미로 사용했는지 증명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복음서 이야기를 접하는 수신자는 세례자 요한의 예언이 예수님의 여러 활동을 통해 실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3년 4월 23일(가해) 부활 제3주일 광주주보 숲정이 3면, 김영남 가브리엘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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