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복음서 이야기 (22) 예수님의 첫 제자들(1,16-20) - 고기잡이 기적, 라파엘로(Raffaello, 1483-1520) 作 마르코 복음서의 내부실화(곧, 이야기 내부 세상)는 예수님이 첫 제자들을 부르신 일화로 시작합니다. 예수님이 베드로와 안드레아를 ‘부르자’ 그들은 그물을 ‘버리고’ 곧바로 스승님을 ‘따라나섭니다’. 야고보와 요한도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고서 아버지를 삯꾼들과 함께 배에 ‘버려두고’ 그분을 ‘따릅니다’. 에피소드가 도식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마르코 복음서의 주요 등장인물(Main Character)인 제자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제 제자들은 예수님 곁에 머물면서 그분의 가르침과 여러 기적들의 증인이 될 것입니다.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제자들이 처음으로 만난 예수님은 권위 있는 스승의 모습이었습니다. “나를 따라오너라”라는 표현은 당시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묘사하던 그리스어 표현(δευτε ὀπίσω μου, 직역하면 ‘자, 내 뒤로!’)을 의역한 것입니다(2열왕 6,19 참조). 제자가 스승을 선택하던 당시 관례와 다르게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들을 주도적으로 선택하십니다. 그리고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해 주겠다는 짧은 약속의 말씀 외에는 당신의 계획이 무엇인지, 그들이 왜 당신을 따라야 하는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이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른 것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카리스마를 예수님에게서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나를 따르라’는 말씀은 제자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야기를 접한 수신자는 예수님의 권위를 제자들보다 더 강하게 느낄 것입니다. 예수님의 모습은 구약성경에서 하느님이 예언자를 ‘말씀으로’ 부르는 이야기를 연상케 합니다(이사 6,9-10; 예레 1,4-10; 아모 7,15 등), 수신자는 말씀만으로도 제자들의 즉각적인 응답을 이끌어내는 예수님에게서 하느님과 같은 강한 카리스마를 감지합니다. “사람 낚는 어부”라는 표현은 세상 종말의 심판과 관련됩니다(예레 16,16; 아모 4.2; 하바 1,14-15). 설화자는 예수님이 갈릴래아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셨다고 전하고(1,14-15) 그 첫 번째 일화로 예수님이 제자들을 부른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1,15)라는 예수님의 메시지에 처음으로 응답한 인물들은 제자들입니다. 앞으로 이 제자들은 흩어져 있는 물고기를 그물로 모으는 어부처럼 사람들을 하느님의 나라로 모으는 중요한 사명을 맡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예수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으로 시작하여 끊임없이 성장해 나가는 실재입니다. 수신자는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에게 공감(Sympathy)을 느끼며, 자신들도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하느님의 나라에 참여하기 위한 전적인 투신이 필요함을 느끼게 됩니다. [2023년 6월 4일(가해)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광주주보 숲정이 3면, 김영남 가브리엘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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