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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단 지파의 이주(판관 17-18장)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6-12 조회수793 추천수0

[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단 지파의 이주(판관기 17-18장)

 

 

판관기의 부록으로 여겨지는 판관기 17-21장에는 “그 시대에는 이스라엘에 임금이 없었다”는 언급이 자주 나타납니다(판관 17,6; 18,1; 19,1; 21,25 참조). 이는 임금이 없던 시절의 혼란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판관기 17-18장은 특히 그 시절의 종교적인 혼란상을 보여줍니다. 판관기 17장이 미카의 조각 신상에 관한 이야기라면, 18장은 단 지파의 이주에 관한 이야기이며, 두 이야기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판관기 17장의 주인공인 미카는 에프라임 산악 지방에 사는 사람입니다. 에프라임 지파는 단 지파의 동쪽에 위치한 지파로 서로 경계가 맞닿아 있습니다. 에프라임 산악 지방의 대표적인 성읍은 베텔과 실로입니다. 미카의 어머니는 상당히 부자였던가 봅니다. 누군가 그 어머니에게서 은 천백 세켈을 훔쳐 갔고, 그 어머니는 돈을 훔친 이를 공개적으로 저주하였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미카는 그 돈을 훔친 자가 자신이라고 고백하며 어머니께 돈을 돌려드립니다. 그러자 그 여인은 돈을 훔친 자에게 내렸던 저주를 상쇄하려는 듯이 아들을 축복하면서, 그 돈은 아들을 위해 주님께 봉헌한 것이었고, 그것으로 조각 신상과 주조 신상을 만들려 하였다고 말합니다. 미카의 어머니는 은 이백 세켈로 조각 신상과 주조 신상을 만들어 아들에게 주었고, 미카는 그것을 신당에 모셨습니다. 또 에폿과 수호신들을 만들어 신당에 두고, 그것들을 돌보도록 자기 아들에게 사제 직무를 맡겼습니다. 신명기계 역사가의 입장에서 볼 때 이것은 모두 하느님의 계명을 어긴 행위입니다. 다른 신들의 상을 만들어 섬기고, 레위 지파도 아닌 사람을 사제로 세웠기 때문입니다. 이런 종교적인 혼란상을 두고 판관기의 저자는 그 시대에는 임금이 없어서 저마다 제 눈에 옳게 보이는 대로 행동하였다고 말합니다(17,6 참조). 그런데 베들레헴에 살던 한 레위인이 다른 지방으로 이주하려고 떠나다가 미카의 집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미카는 그를 자기 신당의 사제로 고용하고, 레위인이 그의 사제가 되었으니 주님께서 잘해 주시리라 기대합니다.

 

그때 단 지파는 필리스티아인들의 압박을 견딜 수 없어서 상속지를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고자 합니다. 그들은 새로운 정착지를 찾기 위하여 다섯 명의 정탐꾼들을 파견합니다. 이들 또한 미카의 집에 들러 하룻밤을 묵게 되는데, 그곳에 머물던 레위인 사제에게 그들의 성공 여부를 하느님께 여쭙게 합니다. 주님께서 그들과 함께하시리라는 응답을 들은 그들은 라이스라는 곳에 이르게 됩니다. 그곳의 사람들은 주변에 그들을 괴롭히는 이들이 없었기에 조용하고 태평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이 정탐꾼들은 자기 친족들에게 돌아와 이 땅을 차지하자고 말합니다. 그리하여 단 지파는 무장한 육백 명과 함께 라이스를 향해 떠나다가 미카의 집에 들러 그의 조각 신상과 에폿, 수호신들과 주조 신상을 꺼내 오고, 레위인 사제마저 데리고 갑니다. 미카는 자기 이웃과 함께 단 지파의 뒤를 쫓았지만 단 지파의 힘이 더 우세하였기에 포기하고 돌아섭니다. 단 지파는 라이스에 이르자 태평스레 살던 그곳의 백성들을 죽이고 성읍을 불사른 후 그곳에 정착하여 살았습니다. 그리고 성읍의 이름을 단으로 고쳐 불렀습니다. 단의 자손들은 유배를 갈 때까지 미카의 조각 신상을 섬겼고, 레위인 사제 요나탄의 후손들이 대대로 단 지파의 사제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집이 실로에 있었지만 단에서 미카의 조각 신상을 섬겼습니다. 만약 미카의 집이 베텔에 있었다면 이 이야기는 단과 베텔의 불법적인 성소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가 됩니다. 이처럼 판관기 17-18장은 올바른 지도자가 없을 때 이스라엘이 종교적으로 얼마나 타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올바른 지도력은 이스라엘이 이런 종교적인 타락에 빠지지 않도록 이끌어야 함을 설파합니다.

 

[2023년 6월 11일(가해)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가톨릭마산 8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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