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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열혈당원과 마사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6-24 조회수1,026 추천수0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열혈당원과 마사다

 

 

이스라엘의 사해 중간 지점에는 마사다라는 옛 요새가 있습니다. 열혈당원들이 떠오르는 유적지입니다. 히브리어로 [마짜다]라고 하는데, 이 단어 자체가 ‘요새’라는 뜻입니다. 위 사진에서 보듯, 광야의 외딴곳 높이 400미터가량 되는 고지대에 형성된 천연 요새입니다. 마사다와 관련된 이야기는 기원후 1세기 역사가 요세푸스의 책에 나옵니다. 그에 따르면, 마사다를 처음 요새화한 사람은 대사제 요나탄이고, 유다 임금 헤로데도 이곳을 요새로 사용했다고 합니다(『유다 전쟁사』 7,285).

 

헤로데는 구세주의 탄생 소식을 듣고 두 살 이하의 아이를 모두 죽이라고 명령한 그 유다 임금입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이두매아(에돔) 사람이고 어머니는 나바태아 출신이라, 유다인들은 이방인인 헤로데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유다인들의 마음을 사려고 주님의 성전(제2성전)을 웅장하게 개축하는 사업도 벌였습니다. 그럼에도 항상 유다인들을 견제해야 했기에, 유사시 피신할 수 있도록 여러 지역에 요새를 마련하였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마사다입니다. 그곳은 포위된 상태에서도 오래 버틸 수 있도록 궁전, 곡식 창고, 물 저장고, 욕탕 등을 갖추었는데, 이후 열혈당원들이 마사다의 시설을 제대로 활용하게 된 것이지요.

 

요세푸스는 열혈당원에 대해서도 비교적 상세하게 서술합니다. 그 당시 이스라엘의 종파는 바리사이파, 사두가이파, 에세네파, 열혈당원으로 나뉘었습니다. 열혈당원은 이스라엘을 식민통치한 로마 제국과 그 동조자들에게 무력으로 대항해야 한다고 주장한 투사들입니다. 예수님의 제자 가운데에도 “열혈당원 시몬”(마태 10,4; 마르 3,18)이 있었지요. 그 역시 주님의 부르심을 받기 전에는 나라의 해방을 위해 치열하게 싸웠을 것입니다. 이들이 기원후 66년에 반란을 일으키지만, 로마 군대가 진압해버립니다. 그리고 기원후 70년, 반란의 대가로 유다인들의 기쁨이자 자랑인 성전을 무너뜨려 버립니다. 하지만 그런 뒤에도 열혈당원들은 단념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항쟁하는데, 그 장소가 바로 마사다입니다. 거기서 장장 3년간 헤로데가 갖추어 둔 곡식 창고와 물 저장고 등을 십분 활용해 버틴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마사다를 포위한 로마군대는 지대가 높은 서쪽에 토성을 쌓고 요새 성문에 불을 지르는 데 성공합니다. 이로써 패배가 분명해졌음에도 열혈당원들은 순순히 항복하지 않았습니다. 로마군에 산 채로 잡혀 노예가 되느니 죽음의 자유를 택하겠다며 사랑하는 가족을 죽이고 스스로도 자결함으로써, 로마에 끝까지 승리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들의 투쟁은 너무 과격해서 동족에게도 반감을 샀고 그들이 일으킨 반란 때문에 성전도 파괴되었지만, 조국의 자주 독립을 염원한 마음만큼은 갸륵하게 여겨집니다. 마사다에서는, 노예로 살기보다 죽음을 선택한 열혈당원들의 모습에서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우리 독립군의 숭고한 희생도 생각하게 됩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2023년 6월 18일(가해) 연중 제11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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