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되라] 예수님 탄생 이야기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가 마태 1,18-2,18과 루카 2장에 실려 있는데, 내용에 있어서 많은 차이점을 보입니다. 두 복음서는 동정녀이신 마리아가 베들레헴에서 예수님을 낳으셨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일치된 보도를 합니다. 마태오가 전하는 이야기들은 루카복음에 대부분 나오지 않으며, 루카가 전하는 이야기들은 마태오복음에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탄생장소로 루카는 구유(2,7.12.16), 마태오는 집(2,9-11)으로 보도합니다. 탄생 시기에 대해서 마태오는 헤로데 임금 때(2.1), 루카는 아우구스투스 황제(BC 27-AD 14 재직)가 호적 등록 명령을 내렸을 때(2,1)로 보도합니다. 마태오는 천사가 요셉에게 나타나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1,20.21)라고 일러주었다고 합니다. 루카는 천사가 마리아에게 나타나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1,30-32)라고 일러 준 것으로 보도합니다. 마태오 복음에서는 요셉이 주인공이고, 루카 복음에서는 마리아가 주인공이고 요셉은 조역 역할만 하고 있습니다. 마태오 복음에서는 요셉과 마리아의 등장 비율이 5:3인데, 루카 복음에서는 마리아와 요셉의 비율이 9:2로 나타납니다. 루카 2,16은 목자가 예수님의 가족을 찾아와 만날 때도 마리아를 먼저 언급합니다: “마리아와 요셉과 구유에 누운 아기를 찾아냈다.” 마태오는 요셉과 마리아는 본래 베들레헴에 살았는데(2,1), 그들이 이집트 피신으로부터 돌아와 나자렛에서 정착한 것은 하느님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합니다(2,13.20.23). 그러나 루카는 요셉과 마리아는 본래부터 나자렛에서 살았는데(2,4), 베들레헴에 간 것은 호적등록 때문이었고 호적등록을 마치고 나서 나자렛으로 귀향했다고 전합니다(2,39). 등장인물도 마태오는 동방박사들, 헤로데 임금,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 같은 종교 지도자들(2장)을 언급하는데 이들은 모두 최고위층의 사람들입니다. 반면에 루카에 따르면 등장인물은 밤에 들에서 양을 치던 목자들로 이들은 하류층의 사람들입니다. 마태오의 예수님 성탄기(1,18~2,18)는 동정녀이신 마리아께서 이사 7,14의 예언대로 성령에 힘입어 예수님을 낳으셨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마태오의 공동체는 예언과 성취의 도식에 따라서 동정녀께서 예수님을 잉태하셨음을 확신하였습니다. 루카의 예수님 성탄기(2장)는 예수님께서 가장 열악한 곳인 마굿간에서 태어나신 구원자 그리스도이심(2,7.11)을 강조함으로써 소외자들을 아끼신 예수님의 모습을 부각시켰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비천하게 태어나셨고, 비천한 목자들만이 비천하게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을 알아보았다는 루카의 성탄 이야기는 평소 소외자들을 아끼신 예수님의 모습과 잘 어울립니다. [2023년 10월 15일(가해) 연중 제28주일 원주주보 들빛 4면, 유충희 대철베드로 신부(둔내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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