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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경에 빠지다47: 시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11-15 조회수844 추천수0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47) 시편


구약 성경이 함축된 찬양가이자 탄원가

 

 

- 시편은 구약 역사 전반에 드러난 하느님의 계시가 집약돼 있어 ‘구약 성경의 요약집’이라고 정의한다. 한 유다교 랍비가 시편을 읽고 있다. osb 제공

 

 

시편은 히브리어 타낙 성경에서 ‘세페르 테힐림’으로 표기돼 있습니다. 우리말로 ‘찬양가들의 책’이란 뜻입니다. 구약 성경 제1경전인 타낙 성경은 시편을 성문서의 첫 자리에 배치할 만큼 중시합니다. 유다인들이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기억하기 위해 기도와 전례 안에서 읊은 찬가가 바로 시편이기 때문입니다.

 

헬라어 구약 성경 「칠십인역」은 시편을 ‘프살모이’(Ψαλμοι)라고 합니다. 우리말로 ‘현악기(하프) 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노래’라는 뜻입니다.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프살모이를 그대로 옮겨 ‘프살무스’(Psalmus)라고 표기합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펴낸 우리말 「성경」은 ‘시편(詩篇)’으로 이름 붙였습니다. 한국 교회에서는 시편의 다른 이름으로 ‘성영(聖詠)’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우리말 「성경」은 시편마다 두 개의 번호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히브리어 성경 시편 번호를 기본으로 헬라어 칠십인역 시편 번호를 괄호 안에 별도 표기하고 있습니다. 헬라어 칠십인역은 히브리어 시편 9-10편, 114-115편을 9편과 113편으로 하나로 묶고, 116편을 114-115편으로, 147편을 146-147편으로 나눴습니다. 그래서 시편 번호 표기가 차이 납니다.

 

시편은 고대 왕정 시기(기원전 12세기) 이전부터 마카베오 시대(기원전 2세기)까지 1000년이 넘는 이스라엘의 역사 안에서 150편으로 수집 편집돼 정착된 찬양가 모음집입니다. 성경학자들은 시편이 예루살렘 제2성전 시기에 사용되던 전례 성가집의 일부분이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시편은 구약 성경의 가르침을 집대성한 결정체입니다. 하느님과의 만남을 통해 형성된 이스라엘의 종교 심성 전반이 시적 운율 안에서 결정을 이룬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시편에는 이스라엘의 율법과 역사, 지혜, 예언 등 구약 성경을 형성하는 주요 구성 요소들을 녹여놓았습니다. 그래서 성경학자들은 시편은 구약 역사 전반에 드러난 하느님의 계시가 집약돼 있다고 말하며 ‘구약 성경의 요약집’이라고 평가합니다.

 

“시편은 유배 혹은 그 이전부터 있었던 억압의 상황과 부조리의 현장에서 이스라엘을 하나로 묶어주던 민족 정서의 총체였다. 그 안에는 고통과 기쁨, 불신과 신뢰, 탄원과 찬양, 불안과 평화, 거부와 다가감, 불평과 감사 등 인간 내면의 모순된 감정과 세상에서 체험하게 되는 모든 정서가 집약적으로 표현되어 있다.”(김혜윤 수녀, 「시서와 지혜서」 24쪽)

 

시편 저자는 유다인의 전통 안에서 다윗 임금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윗 임금을 시편의 저자라고 간주하는 데는 150편의 시편 가운데 73편에 ‘레 다윗’이라고 표현돼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레 다윗’은 ‘다윗의’라는 뜻뿐 아니라 ‘다윗에게’ ‘다윗을 위한’ ‘다윗에 관한’이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말 「성경」은 전치사 ‘레’를 번역하지 않고 ‘다윗’으로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편 74편에는 ‘성전’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시편 137편은 바빌론 유배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시편 전체의 저자를 다윗 임금으로 인정하기에는 부적합합니다.

 

따라서 성경학자들은 시편 저자를 다윗 임금뿐 아니라 코라의 자손들, 아삼, 솔로몬, 제라 사람 헤만과 에단, 모세, 여두툰, 작가 미상도 있다고 봅니다. 코라의 자손들은 다윗 시대 용사로 활약했고(1역대 12,7), 성전 문지기로 봉사하기도 했습니다.(1역대 9,19) 레위 지파에 속한 이들은 성전에서 음악을 담당했기에 시편의 많은 부분을 지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삽과 제라 사람 헤만, 에탄은 다윗 시대 성가 책임자들이었습니다. 아삽은 시편 50편과 73─83편의 머리글에 이름이 나옵니다. 헤만은 1역대 2,5과 1열왕 5,11에 등장하는데 솔로몬 때 활동했던 유명한 현자로도 소개됩니다. 여두툰은 역대기와 느헤미야기에 등장합니다.(1역대 9,16; 25,1; 2역대 5,12; 느헤11,17) 그는 성전에서 음악을 담당했던 이로 시편 39편과 62편, 77편 머리글에 나옵니다.

 

시편 150편을 집대성해 편집한 이들은 유다 히즈키야 임금의 명을 받은 레위인들로 추정됩니다. “히즈키야 임금과 대신들이 레위인들에게 다윗과 아삽 선견자가 지은 노랫말로 주님을 찬양하라고 이르니, 레위인들은 몹시 기뻐하며 찬양하고 무릎 꿇어 경배하였다.”(2역대 29,30)

 

총 150편의 시편은 모세 오경처럼 다섯 권의 책에 수록돼 있습니다. 그래서 ‘다윗의 다섯 권의 노래집’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다섯 권의 책은 서로 구별하기 위해 각 권의 마지막에 ‘아멘’을 표기해 두었습니다. 1권(1─41편)ㆍ4권(90─106편)ㆍ5권(107─150편)은 하느님의 이름을 ‘야훼’로, 2권(42─72편)ㆍ3권(73편─89편)은 ‘엘로힘’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시편은 크게 ‘찬양시’와 ‘탄원시’로 나뉩니다. 찬양시는 첫음절에 ‘하느님을 찬양하라’고 권고하고, 하느님을 찬양하는 이유를 노래합니다. 탄원시는 기도자가 하느님을 부른 다음 자신의 처지를 하느님 앞에 하소연하고,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11월 12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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