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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경에 빠지다51: 지혜서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12-14 조회수457 추천수0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51) 지혜서


모든 형태의 우상숭배와 물질주의를 단죄하다

 

 

- 지혜서는 하느님께 대한 신앙의 충실성을 드러내는 책이다. 그러면서 지혜서는 우상 숭배는 사람들의 삶을 부패시키기 때문에 우상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야콥 빌렘스 데 베트 1세, ‘우상들에게 제물을 바치는 솔로몬’, 1640년께, 유화, 릴미술관, 프랑스.

 

 

지혜서는 구약 성경 제1경전인 타낙 성경에는 포함되지 않은 책입니다. 지혜서 외에도 토빗기, 유딧기, 마카베오기, 집회서, 바룩서, 에스테르기 일부와 다니엘서 일부가 제1경전에 없습니다. 제1경전에 없으나 가톨릭교회 구약 성경에 포함된 책들을 제2경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유다교 구약 성경은 제1 경전을 토라, 예언서, 성문서로 구분합니다.

 

토라는 구약 성경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창세기, 탈출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모세 오경을 말합니다. 예언서는 여호수아기, 판관기, 사무엘기, 열왕기 등 전기 예언서와, 이사야서, 예레미야서, 에제키엘서, 12 소예언서 등 후기 예언서를 말합니다. 그리고 토라와 예언서에 속하지 않는 모든 책(시편, 욥기, 잠언, 룻기, 아가, 코헬렛, 애가, 에스테르기, 다니엘서, 에즈라기. 느헤미야기, 역대기)을 성문서로 분류합니다.

 

지혜서는 헬라어 구약성경에서 ‘Σοφια Σαλωμων’(소피아 살로몬)이라 합니다. ‘솔로몬의 지혜’라는 뜻이지요. 서기 2세기부터 초대 교회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 지혜서는 거룩한 책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Sapientia’(사피엔시아)라고 표기합니다. 가톨릭교회는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년)에서 신ㆍ구약 성경 정경을 확정하고 지혜서를 ‘시서와 지혜서’에 포함시킵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펴낸 「성경」은 ‘지혜서’라고 표기하고, 교회 성경 분류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유다교는 전통적으로 솔로몬을 지혜서의 저자라고 합니다. 지혜서에 ‘솔로몬’이라는 이름이 직접 나오지 않지만, 내용상 유다교에서 ‘현인’ 그 자체로 여겨졌던 이 임금이 많은 부분을 말하는 것으로 돼 있기 때문입니다. 지혜서는 솔로몬이 하느님께 청해 지혜를 받았다고 합니다. 솔로몬은 태어날 때에는 일반인들과 똑같았지만(지혜 7장), 하느님께 기도를 올리자 인간의 능력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지혜가 그에게 주어졌습니다.(지혜 9장, 1열왕 3장 참조)

 

그러나 성경학자들은 헬라어에 능통한 유다교 전통을 지닌 자라고 추정합니다. 그리고 성경학자들은 고대 로마의 아우구스투스가 이집트를 점령한 기원전 30년부터 시작되는 로마 제국 시대 때 알렉산드리아 유다인 공동체에서 지혜서가 저술됐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 이유는 지혜서 저자가 유다교와 헬레니즘 문화를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구약 성경을 인용할 때도 헬라어로 번역된 「칠십인역」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지혜서 저자는 그리스 철학과 로마 문학에도 정통했습니다.

 

유다인들은 프톨레마이오스 라지드 왕조(기원전 282년께)가 통치하던 때부터 이집트 여러 지역으로 이주해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해외 유다인 공동체인 ‘디아스포라’를 형성해 율법과 유다교 전통을 지키면서 헬레니즘 문화에 적응해 사는 이방 민족과 구별된 삶을 살았습니다.

 

당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는 지중해 지역에서 학문과 문화의 중심지였습니다. 알렉산드리아 디아스포라는 헬레니즘 사상에 빠져들지 않고 고유한 유다교 전통과 사상을 지켜나가고자 했습니다. 그리하여 젊은이들에게 유다교 신앙과 지혜를 전수하려 노력했습니다. 지혜서가 저술된 동기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라고 성경학자들은 추정합니다.

 

지혜서는 ‘하느님께서 주관하시는 인간의 운명’(1-5장), ‘지혜 찬가’(6,1-11,4), ‘이집트 탈출에 관한 숙고’(11,5-19,22) 세 부분으로 구분됩니다. 지혜서 1-5장은 본디 히브리어로 쓰였습니다. 지혜서의 다른 부분 저자가 이 내용을 헬라어로 번역해 합쳤습니다. 이 단원에서 인간의 운명은 의인과 악인으로 대조됩니다. 지혜서는 하느님께서 순수한 영혼들을 위해 불사불멸을 준비해 놓으셨고, 지혜의 적들은 그에 합당한 벌을 받는다고 합니다.(2,21-3,12) 그리고 의인들은 하느님에게 영광을 받는 것을 보게 될 것이며(4,7-5,14), 의인들은 영원히 살면서 심판 뒤에는 하느님의 보호를 받는다고 합니다.(5,15-23)

 

지혜 찬가는 솔로몬이 노래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솔로몬은 임금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에 지혜가 도움을 베푼다고 합니다. 지혜만이 하느님의 뜻을 알고 사람을 구원할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찬양합니다.(9장 참조) 그리고 지혜는 창조 때부터 이집트 탈출에 이르기까지 창세기가 전하는 모든 일화를 통해 자기가 역사의 주인임을 드러냅니다.(10,1-11,4)

 

지혜서의 마지막 단원은 탈출기의 재앙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 히브리인들과 이집트인들의 운명을 비교합니다. 지혜서 저자는 유다교의 가치들을 옹호하면서 하느님께서는 더없이 공정하게 심판하시는 분이심을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우상 숭배는 사람들의 삶을 더할 나위 없이 부패시키기 때문에 이스라엘인들은 신앙생활을 하면서 우상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합니다.(14장) 헬레니즘의 영향을 받은 지혜서는 모든 형태의 우상 숭배와 물질주의적 철학을 단죄합니다.

 

이처럼 지혜서는 하느님께 대한 신앙의 충실성을 드러내는 책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바오로 사도는 로마서와 콜로새서, 히브리서에 지혜서를 인용해 하느님의 지혜이신 그리스도를 선포했습니다.(로마 1,20-23; 콜로 1,12.15.17; 히브 1,2-3)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12월 10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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