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묻고답하기

제목 성경에 대한 개인 단상 카테고리 | 천주교
작성자서채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3-22 조회수6,005 추천수0 신고

 

천주교 신자가 가까이 해야할 책이 3권 있습니다.

1. 성경

2. 교리서

3. 바티칸 공의회 문헌

 

이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저는 주저없이 "성경"을 선택합니다. 남은 2권은 결국 인간들이 편의에 의해 만들어 낸 작품일 뿐입니다. 그걸 좀 어긴다고 구원과는 거의 무관한 것 같습니다. 일면으로는 오늘의 "율법서"들 정도라고나 하겠습니다.

 

가끔 형식에 너무 집착할 때가 있습니다. 기도할 때 손 모양, 미사 때 각종 동작 등등이 그것들 입니다. 성경엔 도무지 없는 것들에 매여 본말이 전도 되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올바른 신자 생활을 위한 하나의 약속 일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그 동작이 조금 틀리면(특히 옆 사람이) 분심이 드니 마느니 하며 몹시 힘들어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유아방 애기 울음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합니다.

개인 의견으로는 그런 모든 것에서 의연해질 수 있어야 합니다. 천둥 번개가 쳐도 제단 위의 십자가 위에서 오늘도 못 내려 오시고 고통 받고 계시는 "그리스도 예수"님만 바라보기 해야 옳은 것 같습니다. 주님께서 "위선자"라 부르지 않으실 것 같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자주 읽어야 합니다. 공부가 아니라 그저 읽는 겁니다.

이해의 여부와 무관하게 읽는 것 입니다. 기실 이해니 학설이니 하는 것들과 무슨무슨 론이니 하는 것들은 다 부질없는 것들 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들은 인간들이 자기들 편에서 이해한 파편들일 뿐 입니다. 세월이 흐르면 또 어떻게 변할 줄 모릅니다. 성경은 영원한데도 말 입니다.

하여 법정 스님은 임종 때 저서들을 쓸데 없는 것들이라며 다 불태워 버리라 하신 것 같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한 편을 보고도 사람마다 의견은 다르고, 그 다름은 다양성이지 틀린 것이 아닙니다. 천편 일률적으로 동일하게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개신교처럼 성경을 난도질 하는 것은 아주 위험합니다. 자의적 해석이 개인 수준으로 머무는 거야 문제될 바 없지만, 다른 이들에게 전파되면 정말 안 됩니다. 개신교의 수많은 교파가 그걸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성경을 정독하든, 숙독하든, 남독하든 개인 취향입니다. 분위기 따라 선택하면 됩니다.

또 순서를 지켜가며 읽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주님께서 순서대로 말씀하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느 책으로 다가오실 지 인간으로서는 예측 불허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편의상 구약, 신약 구분했지, 자동차처럼 구약은 오래된 중고차이고, 신약은 신차처럼 생각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그 2개는 상호 보완의 관계고, 서로를 비춰주고, 밝혀주는 등불입니다.

능력이 된다면, 성경을 여러 언어로 읽는 것은 참으로 유익합니다. 어떤 언어에서는 의미 전달이 잘 안 되던 것들이 다른 언어에서는 뚜렷이 나타나는 수가 너무 빈번합니다. 성경은 제한된 언어에 갇혀 있지 않아 그런 것 같습니다.

 

성경은 성령의 감도로 인간이 기술한 것이니, 먼저 성령의 도우심을 청하고, 주님께서 지금 나에게 직접 말씀하시니 경청하는 기분으로 읽어야 합니다. 구약이든 신약이든 아무 차이가 없습니다. 어느 대목에서 격한 감정이 솟거든 잠시 멈춰 그 느낌에 자신을 내어 맡겨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감흥이 나지 않는다고 실망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읽다보면 언젠가 느끼실 겁니다. 확신할 수 있습니다 - 제 경험상. 혹 기회가 된다면 "거룩한 독서(렉시오 디비나)"는 성경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성경은 공부의 대상이 아닙니다. 학문적으로 연구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오경이 어떻고, 묵시 문학이 어떻고, 복음서 내용이 어떻고 하는 수많은 해설서들을 다 치워버릴 일입니다. 망건 쓰다 장 파이면 안 됩니다. 성경을 읽다보면 성경이 성경을 해석해 주는 소위 "미드라쉬" 독서법을 자연 터득하게 됩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실제 평생 공부해봐야 성경을 다 알 수도 없습니다. 괜히 불가능한 것에 목숨 걸 필요 없습니다.

 

성경은 책의 순서대로 씌여지지 않았으며, 성경의 사화들이 다 사실은 아닙니다. 요나가 고래 뱃속에서 살아 나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심청이가 연꽃 속에서 살아난 것은 또 어떻습니까?

중요한 것은 사실 여부를 떠나 하느님을 굳게 믿고 그걸 받아 들이는 겁니다. 나의 이성과 감성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고 그 분 말씀에 나를 내어 맡기는 겁니다. 

몹시 힘들고 어려울 때, 요나를 고래 뱃속에서 살리신 하느님의 크신 능력을 믿으면 참으로 위안이 됩니다. 바로 그 분께서 직접 지금 이 자리에 함께 계시는데, 그것도 아주 다정하게 옆에 앉아 계시며 나에게 말씀하신다고 생각하면 정말 포근하고, 위로가 됩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죽으셨다 부활하신 사건은 성탄을 뛰어넘는 큰 의미를 가집니다. 그 분의 부활이 없었다면 우린 의미도 없는 신앙에 괜히 목숨을 건 우매한 자들이 되기 때문입니다.

성경 전체는 그 분을 향해서, 그 분을 위하여, 그 분을 계시하기 위하여 씌여진 것 입니다. 이 대 전제를 잊지 말아야 성경을 곡해하는 위험에 빠지지 않습니다. 구약은 그 분이 오시기 위한 준비이고, 신약은 그 분께서 자기 백성들을 직접 가르치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선을 견지할 때, 성경은 참으로 광할하고, 아름다우며, 가슴 찡한 감흥의 세계를 펼쳐 보여 줍니다. 거기 마르지 않는 생수가 흘러 넘칩니다. 에덴 낙원이 있습니다.

 

성경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성경이 되레 "나"를 읽고 있음을 발견한다면 차원 높은 독서 단계에 오르셨다 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하셔야 할 교부들 말씀입니다.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

 성경은 읽는 이와 함께 자란다."

 

사람이 빵 만으로 살지 않는다는 예수님 말씀을 몸으로 깨닫는 순간까지 용맹정진 하시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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