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들의 기쁨과 삶을 담은 사도행전 읽기 40]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 명동 거리를 거닐다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문구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입니다. ‘과연 예수님을 믿으면 천국에 가고,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갈까? 만약 그렇다면 하느님의 뜻은 인간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심어주는 것인가?’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사도행전을 수차례 읽어봐도 예수님을 안 믿으면 지옥에 떨어진다는 식의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는 말은 찾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인간이 예수님을 거부하고 십자가에 못 박았지만,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살리셔서 주님과 메시아로 삼으셨다는 이야기만 할 뿐입니다. 자신의 구원을 위해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아 죄를 용서받으라는 말과 더불어 말이지요. 모두 불안과 공포보다는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를 느끼게 하는 선언입니다. 사도들의 삶은 어떻습니까? 첫 번째 순교자인 스테파노는 자신을 향해 죽음의 돌을 던지는 이들을 위해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7,60)라며 용서의 기도를 바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사도 바오로는 여러 우상과 신상들을 세워 놓은 아테네 시민들을 향해 대단한 종교심을 가졌다고 칭찬하며 복음을 선포했습니다. 그들의 복음 선포는 열정적이며 친절했고, 공포가 아닌 감화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또한 많은 이들을 죄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목숨을 내어주신 섬김의 그리스도를 선포하였습니다. 우리의 복음 선포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요한의 첫째 서간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 사랑은 이렇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어 당신의 아드님을 우리 죄를 위한 속죄 제물로 보내 주신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렇게 사랑하셨으니 우리도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1요한 4,10-11) 그리스도인들이 선포해야 하는 복음은 심판과 단죄가 아닌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이 핵심입니다. 그러나 어둠에 빠진 세상은 욕망과 탐욕 속에서 빛과 사랑, 진리 등 모든 것을 지우려고 합니다. 빛이며 사랑이신 그리스도를 십자가의 죽음으로 몰아넣었듯이 말입니다. 그렇지만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당신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이렇게 선포하십니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 우리는 부활을 통해 세상을 이기신 그리스도 안에서 용기를 내야 합니다. 혐오와 폭력,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는 말들 앞에서 사랑과 섬김, 용기와 희망을 선포해야 합니다. 하느님은 세상의 심판이 아닌 그리스도를 통한 모든 이의 구원을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많은 이들은 사랑과 희망, 진리의 메시지를 듣고 싶어 합니다. 우리는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을 선포해야 합니다. 우리가 바로 이 일의 증거자,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입니다. [2023년 12월 31일(나해)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가정 성화 주간) 서울주보 5면, 김덕재 안드레아 신부(사목국 성서못자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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