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58) 다니엘서
영원한 나라 세우실 하느님의 주권을 드러내다 히브리어 구약 성경 제1경전인 「타낙」은 다니엘서를 지혜문학에 가까운 성문서로 분류해 에스트라기와 에즈라기 사이에 배치합니다. 다니엘은 우리말로 ‘하느님은 나의 심판자이시다’는 뜻입니다. 히브리어 다니엘서를 음차한 헬라어 구약 성경 「칠십인역」은 ‘Δανιηλ’,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Daniel’,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발행한 우리말 「성경」은 ‘다니엘서’로 표기하지만, 예언서로 분류해 에제키엘서 다음으로 놓았습니다. 아울러 가톨릭교회는 다니엘서를 이사야서, 예레미야서, 에제키엘서와 함께 4대 예언서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타낙 성경의 다니엘서는 총 12장으로 히브리어(1,1-2,4; 8,1─12,13)와 아람어(2,4-7,28)로 쓰여 있습니다. 성경학자들은 아람어 작품(2-7장)에 히브리어로 쓰인 시작 글과 마지막 부분을 덧붙였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편집자가 이 자료들을 다시 다니엘과 하난야ㆍ미사엘ㆍ아자르야 네 유다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첫째 단원(1-6장)과 다니엘이 혼자서 보는 환시들을 소개한 둘째 단원(7-12장)으로 구분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헬라어 다니엘서에는 타낙 성경의 히브리어와 아람어로 쓰인 내용뿐 아니라 헬라어로 쓰인 고유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헬라어로 쓰인 내용은 다니엘서 3장 24-90절의 기도문 곧 ‘아자르야의 노래’와 ‘세 젊은이의 노래’, 13장 수산나 이야기와 14장 벨 신상과 큰 뱀의 일화 내용입니다. 가톨릭교회는 헬라어로 쓰인 이 부분들을 제2 경전으로 인정해 제1 경전인 타낙 성경의 다니엘서와 함께 편집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개신교는 이 제2 경전 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니엘서는 바빌론 유배 시대(기원전 587~538년)에 활동하던 다니엘 예언자의 작품으로 제시됩니다. 다니엘은 남 왕국 유다 여호야킴 임금 재위 3년 때인 기원전 606년부터 페르시아 키루스 임금 재위 3년 때인 기원전 536년까지 활동했던 인물입니다. 다니엘은 에제키엘 예언서 14장 20절에도 그 이름이 나옵니다. 그러나 이 책이 실제 저술된 시기는 다니엘이 활동하던 때보다 400년 후인 기원전 2세기 셀레오코스 왕조의 안티오코스 에피파네스 4세 때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다니엘서 내용이 무엇보다도 안티오코스 에피파네스 4세가 기원전 167년 예루살렘 성전을 모독한 사건을 매우 구체적으로 서술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니엘서 10-12장의 정치, 사회 상황이 기원전 2세기 중반 근동과 유다 지역 상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기원전 134~63년 사이에 저술된 마카베오기 상권의 저자가 다니엘서를 알고 있습니다. 덧붙여 예로니모 성인도 저서 「다니엘서 주석」에서 포르피리의 증언을 인용, 다니엘서는 기원전 6세기의 작품이 아니라 기원전 2세기 작품이라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다니엘서는 다니엘 예언자가 아닌 권위 있는 그의 이름을 빌린 익명의 하시딤(경건주의자)이 저술했고, 안티오코스 에피파네스 4세가 죽기 직전인 기원전 164년께 최종 편집됐을 것이라고 성경학자들은 봅니다. 안티오코스 에피파네스 4세는 유다교와 히브리인들의 전통이 자신의 통치와 헬레니즘 문화를 전파하는데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해 이스라엘 민족을 박해했습니다. 이에 하스모네아 가문의 마타티아스 사제가 저항 운동을 시작합니다. 이 저항 운동에 유다교 전통을 고집하던 경건주의자들, 곧 하시딤이 동참했고, 마타티아스의 아들 유다 마카베오가 독립 전쟁을 벌입니다. 마카베오 가문과 유다인들은 기원전 164년 예루살렘에서 그리스 군대를 몰아내고 성전을 정화해 봉헌합니다. 다니엘서도 이러한 역사 배경 속에서 쓰인 작품입니다. 다니엘서는 구약 성경에서 유일한 묵시문학 작품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유다인들이 ‘학가다’라고 부르는 교훈적 이야기와 묵시문학이 독창적으로 결합한 작품입니다. 다니엘서 둘째 단원이 묵시문학에 속합니다. 첫째 단원에서 다니엘은 뛰어난 현자로서 꿈을 해석하지만, 둘째 단원에서 다니엘은 환시만 볼 뿐 그 의미는 해석하지 못하고 천사가 뜻풀이를 해줍니다. 다니엘서는 여러 이교 문화 앞에서 이스라엘의 유일하신 하느님을 드러냅니다. 그분은 모든 피조물을 창조하신 하느님으로 세상의 정치권력 역시 그분의 절대 통치를 인정해야 합니다. 정치 권위도 하느님에게서 나오기 때문입니다.(4,22; 5,18-19) 이에 다니엘서는 하느님의 위대성을 고백하는 이교도 임금들이 회개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2,46-47; 3,31-33) 역사의 흐름을 주도하시는 분이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안티오코스 에피파네스 4세가 예루살렘 성전을 모독한 시대는 악이 가득해 온 세상이 캄캄하던 때였습니다. 다니엘서는 그 짙은 어둠 속에서 이제 하느님의 결정적 개입으로 새로운 시작이 이루어지리라는 희망을 불어넣습니다. 인간들의 왕국을 무너뜨리고 영원한 나라를 세우실 하느님이시기에 누구도 흔들어놓을 수 없는 당신의 주권을 드러내십니다.(2,44) 그러면서 다니엘서는 ‘죽은 이의 부활’을 예고합니다.(12,2-3) 하지만 아직 ‘죽은 모든 이의 부활’을 선포하는 신약 사상과는 차이를 보입니다. 다니엘서는 죽은 이의 전부가 아닌 ‘의인의 부활’만을 선포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1월 28일, 리길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