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64) 미카서
임마누엘, 메시아의 베들레헴 탄생 예언 - 미카서는 메시아가 다윗의 고향 베들레헴에서 태어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그리스도교는 미카의 이 예언이 예수님의 탄생으로 성취됐다고 고백합니다. 미카 예언자 이콘. “너 에프라타의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 부족들 가운데에서 보잘것없지만 나를 위하여 이스라엘을 다스릴 이가 너에게서 나오리라.”(미카 5,1)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듣거나 읽었을 성경 말씀입니다. 예수님 탄생 이야기를 할 때 꼭 인용되는 성구이기 때문입니다. 구약 시대 이 예언을 한 이가 바로 ‘미카’ 예언자입니다. 히브리어 미카는 ‘미카예후’를 줄인 말입니다. 우리말로 ‘누가 야훼와 같으랴?’라는 뜻입니다. 이 단어는 기원전 9세기께 유다인들 사이에서 유행했다고 합니다. 이 미카 예언서를 헬라어 구약 성경 「칠십인역」은 ‘Μιχαιαs’(미카이아스)로,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Michaeas’(미캐아스)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펴낸 우리말 「성경」은 ‘미카서’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미카서 머리글은 미카 예언자를 “유다 임금 요탐, 아하즈, 히즈키야 시대에 모레셋 사람”(1,1)이라고 소개합니다. 이는 미카가 기원전 8세기에 이사야 예언자와 같은 시기에 활동했음을 알려줍니다. 당시 이스라엘 주변 강대국은 아시리아였습니다. 아시리아의 군사력은 엄청났습니다. 아시리아는 무력으로 주변의 작은 나라들을 짓밟았습니다. 그래서 기원전 8세기 고대 근동 지역은 전쟁이 끊이지 않던 시대였습니다. 당시 아시리아의 군사력은 북 왕국 이스라엘뿐 아니라 남 왕국 유다에도 미쳤습니다. 이 시기가 기원전 740~687년에 해당합니다. 이때 이스라엘 민족에게 중요한 두 사건이 일어납니다. 기원전 722년 북 왕국 이스라엘 수도인 사마리아의 함락과 기원전 701년 아시리아 임금 산헤립의 남 왕국 유다 침공입니다. 당시 활동했던 이사야 예언자는 “히즈키야 임금 제십사년에, 아시리아 임금 산헤립이 유다의 모든 요새 성읍으로 올라와서 그곳들을 점령하였다”고 밝힙니다.(이사 36,1) 이 침략으로 미카의 고향 모레셋도 아시리아군에 점령당합니다. 모레셋은 예루살렘에서 남서쪽 약 35㎞ 떨어진 필리스티아의 작은 마을입니다. 오늘날 ‘텔 엘 주데데’로 추정합니다. 당시 북 왕국 이스라엘은 폭력과 음모가 난무하는 정변들로 말미암아 극심한 정치적 불안과 경제적 불균형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북 왕국에 비해 남 왕국 유다는 정치ㆍ경제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유다 역시 사회 내부는 부패로 곪아가고 있었습니다. 종교적으로 바알 우상에 젖어있었고, 지주들은 소작인들을 무자비하게 착취했습니다. 미카서는 이러한 정치ㆍ사회 배경에서 나온 예언서입니다. 7장으로 구성된 미카서의 주제는 ‘심판과 구원’입니다. 아시리아 침공을 심판의 징조로 본 그는 이 불행이 예루살렘에도 들이닥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1,8-16; 3,12) 그러면서 그는 백성을 억압하는 지도자들과 자신의 사치를 위해 가난하고 힘없는 백성들을 착취하는 부자들, 그리고 돈에 매수되고 거짓 예언과 허례허식에 찌든 종교 지도자들을 비난합니다. 아울러 하느님보다 국제적 정세와 권력과 힘에 의존하는 정치ㆍ종교 지도자들을 꾸짖습니다.(2,1-5; 3,1-4; 5,9-14) 이어 미카는 온통 짓밟힌 유다 땅에서 장차 하느님께서 이루어주실 평화로운 날들을 예고합니다. 특히 ‘메시아 탄생’과 ‘메시아 왕국의 설립’을 예언합니다.(4-5장) 미카는 하느님께서 작은 고을 베들레헴에서 이스라엘을 다스릴 이가 태어나게 하실 것이고, 그는 목자처럼 백성을 이끌 평화의 임금이 되며, 백성은 안전하게 살 것이라고 선포합니다.(5,1-4) 베들레헴은 다윗의 고향입니다. 미카는 새로운 다윗이 부정과 부패의 본거지로 전락한 예루살렘이 아닌 보잘것없는 시골 베들레헴에서 태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스도교는 이 예언이 ‘메시아 도래’의 약속이라고 봅니다. 메시아는 베들레헴에서 태어나 앞으로 다스리게 될 자기 양 떼의 목자로서 새로운 다윗의 역할을 떠맡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교는 이 약속이 ‘예수님 탄생’으로 성취되었다고 고백합니다.(마태 2,6) 다윗의 후손인 한 임금을 통해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구원을 주시리라는 이스라엘 민족의 희망은 다윗 왕조가 무너진 후 장차 올 ‘메시아’에 대한 기다림으로, 종말에 이루어질 ‘메시아 왕국’에 대한 믿음으로 발전합니다. ‘메시아’는 본래 ‘기름 부음을 받은 이’를 뜻합니다. 기름 부음을 받는 이는 누구보다 ‘임금’을 가리킵니다. 미카 예언자와 같은 시대 또는 15~20년 앞서 활동한 이사야 예언자는 “우리에게 한 아기가 태어났고 우리에게 한 아들이 주어졌습니다. 왕권이 그의 어깨에 놓이고 그의 이름은 놀라운 경륜가, 용맹한 하느님, 평화의 군왕이라 불리리이다”라고 예언했습니다.(이사 9,5) 그러면서 그는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라며 장차 오실 메시아를 구체적으로 밝힙니다.(이사 7,14) 미카 예언자는 이 임마누엘이 베들레헴에서 태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리스도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으로 이 예언이 성취됐다고 고백합니다. 아울러 그리스도교는 미카가 예언한 대로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신 예수님께서는 종말론적 구원을 약속하고 실현하신 분이시라고 선포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3월 17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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