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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이스라엘의 삼대 명절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7-23 조회수184 추천수0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이스라엘의 삼대 명절

 

 

모세오경에서 이스라엘의 삼대 명절로 규정한 축제는 파스카, 주간절, 초막절입니다(탈출 23,14-17). 이 셋은 기본적으로 이집트 탈출의 기적을 기념하지만, 이스라엘 기후와 직결되는 농사 절기이기도 합니다.

 

이스라엘의 기후는 건기와 우기로 나뉩니다. 건기는 늦봄부터 초가을까지고, 우기는 가을부터 시작해 겨울에 장마로 접어듭니다. 아가 2,11에도 “이제 겨울은 지나고 장마는 걷혔다오.”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이런 기후를 짐작하게 해주는 또 다른 대목은 신명 11,10-14인데요, 여기서 가나안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촉촉이 적셔주는 곳”(11절)으로 소개됩니다. 이집트는 나일강이 있어 수로를 설치해 인공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었지만, 가나안은 온전히 비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땅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때가”(코헬 3,1) 있는 법! 비가 온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닙니다. 가나안에서는 비가 너무 일찍 또는 너무 늦게 내리면 곡식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암시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지금은 밀을 거두는 때가 아니오? 그렇지만 내가 주님께 간청하여 천둥과 비를 내리시게 하겠소. 그러니 여러분은 임금을 요구한 일이 주님 보시기에 얼마나 커다란 악인지 깨달으시오”(1사무 12,17). 보리 수확철인 파스카와 밀 수확철인 주간절 사이에 내리는 비가 이런 재앙에 해당하였습니다. 그래서 가나안에서는 제때 내리는 비가 중요한데, 신명 11,13-14에 따르면, 이스라엘 백성이 계명을 충실히 지켜야만 주님께서 그 복을 주십니다. 바꿔 말하면, 백성이 계명을 지키지 않을 경우 가나안은 이집트보다 못한 땅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하느님의 백성으로 단련 받는 과정은 광야 방랑기로써 끝나지 않은 셈입니다.

 

제때 내리는 비로는 “이른 비”와 “늦은 비”(신명 11,14)가 언급됩니다. 이른 비는 ‘가을비’입니다. 가을비가 “이른 비”인 이유는 이스라엘의 새해가 성서력으로 일곱째 달, 우리 달력으로 9월 말에서 10월 초인 가을에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새해 들어 내리는 이 첫 비는 건기 동안 굳은 토양을 적셔 농부들의 파종을 돕습니다. 그리고 이즈음 지내는 명절이 바로 초막절입니다. 광야 방랑기 동안 백성이 초막을 짓고 산 데서 기원한 명절입니다(레위 23,43). “늦은 비”는 3~4월에 내리는 ‘봄비’인데, 이 비가 내린 뒤 건기가 시작되므로 그 해의 ‘마지막 비’라는 뜻입니다. 이즈음에는 파스카를 지내며 보리 수확을 시작하였습니다. 곧 우기의 시작과 끝에 지내는 초막절과 파스카가 한 해의 두 축을 이루며, 십계명 받은 일을 기념하는 주간절이 건기에 들어가 두 명절을 이어줍니다.

 

이 세 명절이 제정된 이유는, 이집트 탈출을 경험한 세대는 주님의 계명을 비교적 쉽게 지킬 수 있었던 반면, 그 후손들은 과거 주님께서 베푸신 은혜를 머리로만 알 뿐 실제 체감할 수 없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에, 이스라엘의 삼대 명절을 제정하여 주님께서 하신 일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그것도 농사 절기와 맞물리게 함으로써 일상에서 쉽게 체험하고 지킬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4년 7월 21일(나해) 연중 제16주일(농민 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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