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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경 속 기도 이야기4: 하느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모세의 기도(탈출 32-34장)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7-30 조회수91 추천수0

[성경 속 기도 이야기] (4) 하느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모세의 기도(탈출기 32-34장)

 

 

- 렘브란트 <십계명판을 들고 있는 모세>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를 탈출한 후 모세가 십계명을 받으러 산에 올라간 사이에 불안함을 느끼고 금송아지를 만들어 섬겼습니다.(탈출 32,1-6) 하느님은 이에 진노하십니다. “내가 이 백성을 보니, 참으로 목이 뻣뻣한 백성이다. 이제 너는 나를 말리지 마라. 그들에게 내 진노를 터뜨려 그들을 삼켜 버리게 하겠다. 그리고 너를 큰 민족으로 만들어 주겠다.”(32,10)

 

여기서 늘 자비를 베푸시는 분이라고 우리가 믿는 것과 완전히 다른, 화가 가득하고 복수하시려는 하느님 모습이 우리를 당황하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당신의 분을 참지 못하시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우리를 위해서 화를 내십니다. 레위인들이 이 일로 자기 형제와 친구와 이웃을 3000명이나 죽였다는 이야기(32,25-29)는 우리가 하느님을 충실히 섬기지 않고 우리 입맛에 따라 하느님 상을 조작할 때, 그것이 우리에게 식구를 잃는 것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합니다.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모세의 중재 기도입니다. 모세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용서하시고 그들과 함께 가시도록 하느님을 여러 번 설득합니다.(32,11-14,31-34; 33,12-17; 34,8-9) 모세가 “그들의 죄를 부디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시지 않으려거든, 당신께서 기록하신 책에서 제발 저를 지워 주십시오”라고(32,33) 말씀드리지만, 주님은 “나는 나에게 죄지은 자만 내 책에서 지운다.(32,34)는 말로 분명히 거부하십니다.

 

다시 모세가 하느님을 달래기 시도합니다. “보십시오, 당신께서는 저에게 ‘이 백성을 데리고 올라가거라’ 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당신께서는 저와 함께 누구를 보내실지 알려 주시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당신께서는 ‘나는 너를 이름까지도 잘 알뿐더러, 너는 내 눈에 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이제 제가 당신 눈에 든다면, 저에게 당신의 길을 가르쳐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당신을 알고, 더욱 당신 눈에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민족이 당신 백성이라는 것도 생각해 주십시오.”(33,12-13)

 

모세는 주님께 애교를 부립니다. 자신이 더욱 주님 눈에 들게 해 달라는 청은 모세가 하느님의 마음을 돌리려는 밑밥입니다. 그의 본래 관심사는 그가 말미에 살짝 언급하는 이스라엘 백성입니다. 하지만 주님은 이번에도 “내가 몸소 함께 가면서 너에게 안식을 베풀겠다”(33,14)고, 즉 모세만을 언급하십니다. 다급해진 모세가 자신의 의중을 단도직입으로 말합니다. “당신께서 몸소 함께 가시지 않으려거든, 저희도 이곳을 떠나 올라가지 않게 해 주십시오. 이제 저와 당신 백성이 당신 눈에 들었는지 무엇으로 알 수 있겠습니까? 저희와 함께 가시는 것이 아닙니까?”(33,15-16) 모세는 자신과 이스라엘 백성을 늘 함께 이야기하지만 하느님은 계속 모세만을 언급하십니다.(33,17)

 

모세가 주님을 뵌 뒤(33,18-23) 재삼 간청합니다. “주님, 제가 정녕 당신 눈에 든다면, 주님께서 저희와 함께 가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백성이 목이 뻣뻣하기는 하지만, 저희 죄악과 저희 잘못을 용서하시고, 저희를 당신 소유로 삼아 주시기를 바랍니다.”(34,8-9) 그제야 주님은 ‘너의 온 백성’, ‘너를 둘러싼 온 백성’, ‘너희’라는 말로 이스라엘을 다시 받아들이시고 모세와 이스라엘과 계약을 맺으십니다.(34,10-28)

 

우리는 아픈 이들이나 어려움에 부닥친 이들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곤 합니다. 모세는 입술과 마음으로만이 아니라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기도합니다. 그는 다른 이들을 위해서 무릎을 꿇고(34,8) 겸허한 자세로 하느님께 애원합니다.(32,11) ‘나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하면서 타인을 단죄하는 모습에서가 아니라 타인의 잘못까지 품어 안는 우리의 자세에 하느님께서는 마음을 돌리실 것입니다.

 

[가톨릭신문, 2024년 7월 28일, 신정훈 미카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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