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33) 하느님의 구원 의지 깨닫게 된 투덜이 예언자 요나 - 피테르 라스트만 <요나와 고래>, 1621 더운 여름에는 공포영화가 제격이다. 서스펜스 영화의 달인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어린 시절의 우연한 경험에서 연출의 바탕을 얻었다. 그는 어린 시절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부두에 있는 상선 숫자를 세어 자기 방의 벽에 기록하는 일을 즐겨 했다. 아들의 이상한 행동이 늘어가자, 아버지는 히치콕에게 친구인 경찰서장에게 편지를 갖다주도록 했다. 편지를 받은 경찰서장은 히치콕을 그대로 유치장에 가두어 버렸다. 유치장에 있었던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어린 히치콕은 긴장감과 불안, 공포를 경험했고, 풀려났을 때 느끼는 자유의 기쁨을 체험했다. 훗날 긴장과 공포에서 해방되었을 때의 후련한 기쁨이 온다는 것을 터득해 자신의 영화에 이용했다. 성경에서 여름에 볼만한 공포영화를 만든다면 단연 요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요나서는 한가지 사건이 또 다른 사건의 계기가 됨으로써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건이 흥미를 유발한다. 하느님께서 니네베 백성들에게 말씀을 전하라고 했을 때, 요나는 다른 예언자들처럼 줄행랑을 쳤다. 요나는 유다인을 억압했던 이방인들이 회개하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어쩌면 요나는 편협한 마음을 가진 애국자였다. 요나는 이스라엘에 대한 예언은 기꺼이 했지만, 사악한 니네베의 선교사가 되는 일은 단호히 거부했다. 요나가 탄 배가 커다란 폭풍우에 휩싸였고 이방인 선원들은 제비를 뽑아 요나가 폭풍우의 원인임을 알아냈다. 이방인 선원들은 심한 폭풍우 때문에 배가 망가질 판이 되자 요나를 바다에 던졌다. 폭풍우는 즉시 잠잠해졌다. 하느님은 큰 물고기가 요나를 삼키게 했고 요나는 사흘 밤낮을 꼼짝없이 그 안에 머물러야 했다. 요나는 물고기 배 속에서 하느님께 열심히 기도했고 사흘 후 나올 수 있었다. 요나는 니네베로 가서 사십일이 지나면 니네베는 잿더미로 변한다며 하느님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자 니네베 백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굵은 베옷을 입고 단식에 들어갔다. 니네베 사람들이 회개하자 하느님께서는 계획했던 재앙을 거두셨다. 요나는 니네베가 망하지 않게 되자 하느님께 불평을 터뜨리며 화를 냈다. 요나는 성을 떠나 초막을 치고 아주까리 나무 그늘에 앉았다. 시원한 그늘에 기분이 좋았는데 이튿날 벌레가 먹어 그늘이 사라졌다. 해가 쨍쨍 내리쬐자, 요나는 더위에 기절할 지경이었다. 요나는 차라리 죽는 게 더 낫겠다며 투덜거렸다. 하느님은 요나에게 아주까리 나무하나가 죽었다고 화를 내는 것을 지적하며, 니네베에 많은 사람과 가축이 있는 것을 상기시켰다. 요나의 이야기는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하느님의 사랑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이 너무 크고 신비롭다. 인간은 편협한 생각으로 은총과 축복 속에 살면서도 불평을 늘어놓는다. 이방인들은 하느님의 메시지에 민감한 반응 보이는데 오히려 이스라엘 백성들은 귀를 닫고 있는 처사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구원에는 어떤 차별이나 특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가톨릭신문, 2024년 8월 11일,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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