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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경 속 기도 이야기7: 하느님이 다 아시는데 기도할 필요가 있을까? 다윗의 감사 기도(2사무 7,18-29)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8-28 조회수79 추천수0

[성경 속 기도 이야기] (7) 하느님이 다 아시는데 기도할 필요가 있을까? 다윗의 감사 기도(2사무 7,18-29)


하느님과 돈독하고 생생한 관계 살아가는 것

 

 

- 제라드 반 혼토르스트 <이스라엘의 왕 다윗>(1622년) 출처-위키미디어

 

 

한나와 사무엘 또 다윗과 솔로몬은 부모가 자녀들에게 기도하는 것을 물려 줄 수 있음을, 기도는 부모로부터 배운다는 사실을 잘 보여 줍니다. 다윗은 공도 많고 흠도 많은 사람이지만 하느님과 매우 가깝게 지냅니다. 그는 여러 번 하느님께 여쭙고, 그분으로부터 답을 받으며(1사무 23,10-12; 30,8; 2사무 2,1; 5,19.) 하느님을 찬미하며(1사무 25,32.39) 그분 앞에서 흥겹게 춤을 춥니다.(2사무 6,5.14.21)

 

이러한 돈독한 관계를 바탕으로 다윗은 하느님께 집을 지어드리기를 원합니다.(2사무 7,2.5) 하지만 하느님은 이를 거절하시면서 오히려 그에게 집을 지어주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다윗과 하느님은 똑같이 집을 말하지만, 다윗이 말하는 집은 하느님의 거처할 성전이고 하느님이 지어주실 집은 다윗의 가문입니다.(2사무 7,11) 다윗은 하느님으로부터 큰 약속을 받고 긴 감사의 기도를 바칩니다.(2사무 7,18-29)

 

다윗은 하느님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고) 앉아(18절) 기도합니다. 다윗은 11번 하느님을 ‘야훼’라고 부르고(우리말 성경은 이 부분을 ‘하느님’, ‘주’, ‘주님’ 등으로 문맥에 따라 번역하는데, 모두 굵은 글씨로 표기합니다) 그중에서 7번은 그 앞에 ‘주님’을 덧붙입니다.(우리말 성경은 이 부분을 ‘주 하느님’으로 옮깁니다) 그리고 열 번이나 자신을 ‘당신의 종’으로 칭합니다. 여기서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는 다윗이 하느님과 얼마나 친한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 앞에서 자신을 낮추며 겸손함을 보이는지가 잘 드러납니다.

 

“제가 누구이기에”(18절)라는 말은 하느님 앞에 선 자신의 부당함에 대한 고백입니다. “이 다윗이 당신께 무슨 말씀을 더 드릴 수 있겠습니까? 당신께서는 당신 종을 알고 계십니다”(20절)라는 구절은 ‘하느님께서 이미 다 알고 계신다면 그분께 기도를 드리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어서 하느님을 찬양하고 그분께 청하는 다윗은 하느님이 다 알고 계시더라도 인간의 기도는 새로운 것을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제”(25.28.29절)라는 말과 함께 다윗은 하느님께 자기 집안에 복을 내려주시길 청원하는데, “당신이 하신 말씀”, “당신이 말씀하신 대로”(25절), “당신의 말씀은 참되십니다”(28절), “당신께서 말씀하셨으니”(29절) 등은 다윗의 청원이 자의적인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에 근거함을 잘 보여줍니다.

 

무엇보다도 다윗은 하느님의 말씀을 주의 깊게 다룹니다. “만군의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이신 당신께서는 당신 종의 귀를 열어 주시며, ‘내가 너에게서 한 집안을 세워 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당신 종은 이런 기도를 당신께 드릴 용기를 얻게 되었습니다.”(27절) 이 구절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말을 건네셨기 때문에 인간이 하느님께 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매우 아름답게 보여줍니다. 인간이 하느님을 찾는 것은 하느님을 성가시게 하는 쓸데없는 일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돈독하고 생생한 관계를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말씀하시고 귀한 것을 선물하시는데도 인간이 그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면 예의가 없는 것이 아닐까요?

 

다윗이 하느님께 집을 지어드리겠다는 원의는 좋은 것이지만 하느님께서는 이를 거절하십니다. 우리 역시 하느님의 거절을 체험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거절을 받아들이는 것은, 하느님의 허락하시는 바를 수행할 때 필요한 믿음만큼 큰 믿음을 필요로 합니다. 다윗은 하느님과 친하게 지내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하느님을 신뢰하며 하느님의 말씀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는 신앙인의 모범을 보여줍니다.

 

[가톨릭신문, 2024년 8월 25일, 신정훈 미카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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